강아지 산책과 알아차림

by 만끽

아침 출근 셔틀을 기다리느라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늘 첫 번째에서 5번째 이내로 도착하는데, 내 뒤에도 10명쯤 줄이 이어져 있다.

그 길은 강변북로로 바로 빠지는 초입이라 우리 버스 말고는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창 공사 중인 옆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 간혹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 더 가끔은 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오늘은 귀엽게도 어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금방 지나갔으면 내 시선도 짧게 끝났겠지만 이상하게 그 강아지는 줄 서 있는 우리를 구경하듯이 적당한 거리에서 털썩하고 앉았다. 바로 옆에 화분이나 전봇대도 없는 넓은 인도 한 가운데서. 응가나 쉬가 마려운 것 같고. 사람이 소파에 기대어 앉듯이 배를 살짝 보이며 엉덩이로 그렇게 털썩하고 앉았다.



에헤라~ 이놈, 생긴 건 작고 귀여운 하얀 강아지건만 알고 보면 할아버지쯤 되는 개가 아닐까. 할아버지까진 아니더라도 그 눈빛에선 최소 중년의 그것이 느껴졌다.

산책을 시키던 아주머니도 당황하셨는지, '얘가 왜 이래.'하며 목줄을 아주 약하게 스을적 당겼는데 개는 꿈적하지 않았다. 멀뚱멀뚱 줄 서 있는 인간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동물원의 동물들도 이런 기분일까. 나는 출근하느라 생존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이걸 구경하는 얘는 뭐랄까...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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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도 10여 명의 출근줄 옆에서 당황스러우셨을 거다. 그런데도 개를 재촉하진 않았다. 다만 '얘가 왜 이러지' 정도일까. 몇 분이 지나고 개가 슬쩍 한발짝 한발짝 엉덩이를 털며 뒤뚱한다. 목줄이 걸리지 않도록 그에 맞춰 또 살짝씩 움직여 주었다.



그 미세한 줄의 흐름 위에 아주 기분 좋은 가벼운 리듬이 있다. 개는 앞으로 나아가려 킁킁하다가 별안간 자기가 왔던 길로 휙 방향을 틀었다. 스텝이 꼬일 만도한데 아주머니는 다시 그 개의 스텝을 예의주시하며 적당한 텐션으로 줄을 가볍게 움직인다. 개의 미세한 움직임과 예상 못 한 방향 전환까지 단번에 알아차리고 그 리듬에 맞춰준다. 목줄과 개, 개와 아주머니. 목줄과 내 손의 텐션, 너무 늘어나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조율하는 그것.



반려견이 없는 나이지만 얼마 전 지인의 강아지를 함께 산책시키며 그 손맛을 느낀 적이 있다. 처음엔 도통 얘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도 모르겠고 서로 당기기만하니 어떻게 힘 조절을 해야 할지 몰랐다. 수없는 밀당 끝에 어느 정도의 텐션을 찾기까지는 끝없이 그 개를 살펴보는 게 필요했다.



아주머니도 그렇지 않을까. 얘의 미묘한 움직임도, 나아가 감정까지. 세심한 주의로 바로 알아차리는 것.

요가 수업에서 처음 들었던 말. 어색한 말인데 곧 그렇게 하게 된다.



'알아차림'



요가에선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알아차리는데, 강아지와 산책에서는 강아지를 알아차리는 거구나. 엄마들도 아기를 알아차리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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