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는 생각보다 친밀도가 필요한 운동이었다.
PT쌤과의 첫 오리엔테이션.
평소엔 어떤 운동을 하냐, 어떤게 고민이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있었는데. 나는 진지하게 임했을뿐. 첫날이라 당연히 서먹한거 아닌가. 내 기분은 평온 그 자체였는데.
나는 한시간에 거금 6만원을 투자했으니 (20회를 끊어서 그나마 할인된 금액) 최대한 여기서 뽑아먹을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데 트레이너는 이게 일상이니, 그래 뭔가 일상적이다. 그렇다고 프로답지 않은건 아닌데 나처럼 이렇게 초 적극적이지 않을뿐.
수다타임은 필수였다. 운동하는 세트 중간중간에는 근육이 쉬는 30초, 1분이 꼭 필요한데 그땐 이미 운동설명도 충분히 한 상태라 이런저런 다른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수다, 스몰토크에 취약한 사람이다. 겉으로는 룰루랄라 밝아보이지만, (아니 실제로 친구나 만나고싶은 사람과는 내가먼저 얘기 많이한다) 뭔가 이럴 땐 말이 없다. 굳이 우리가 이런 수다를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난 운동하러 왔으니까 운동하면 그뿐이니까.
PT쌤: 스튜디오 갈 때, 사진작가님 음료나 다과 사가면 좋아요~ㅎ
나: ?? 왜요?
PT쌤: 그러면 작가님이 기분좋아서 보정도 좀 더 잘 해주시고 분위기도 풀어지잖아요~~
나: 아...
(근데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나는 이미 촬영 비용을 다 냈는데)
차마 이 뒤의 얘기는 못했다.
그래서 내게 이런 얘길 했구나. 기분 안 좋냐고.
내가 평온한 걸 넘어서, 에너지를 끌어모아 기분을 업업 했어야 하는 건가... 그럼 나한테 좀 더 잘해주나... 굳이?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차분한 상태일까?
아, 그러고보니 이 얘기 예전에도 똑같이 들은적이 있다. 미용실과 인스타로 DM을 주고받은 어느 식당에서.
이유를 생각해보자.
1. 나는 내가 지불한 목적만 이루면 된다. 그걸 위해 거기 간거니까.
2. 머리, 운동, 밥만 먹으면 된다. 더 이상의 친밀함이나 더 많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기엔 피곤하다.
3. 대게가 주말아침이었는데, 이때는 일주일에 바짝 쪼았던 나를 풀어놓는 시간이다. 그냥 멍한 상태(근데 주말에 친구를 만나면 기분좋으니까 이건 또 아니구나)
4. 결론은 1번이었네!
나는 그냥 목적에 맞게 행동할 뿐. 플러스 알파를 바라거나 사람자체에 대한 호기심은 없는 사람인가보다. 친구를 만날때도 친구와의 관계 자체가 목적이니 친근하게 대하는거고.
Wow! 나는 무슨 AI처럼 목적성이 뚜렸한 사람이었구나.
5. 만약 고급 레스토랑에 갔으면 달랐을거다. 공간의 경험이나 서버와의 친밀도도 내가 목적했던 넓은 경험 중 하나였을테니까. 그래서 외국에서 식당가면 서버들과도 얘기를 많이했나보다. 여행지에선 모든걸 느끼는게 내 목적이었으니까.
글을 쓰니까 역시 정리가 된다.
며칠동안 생각만 하면서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는데. 그냥 내가 주말에 피곤하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나와 같은시간대 PT를 받고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 뭔가 하하호호 신나게 수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흐음... 당장에 내가 그렇게 되거나 딱히 그러고 싶진 않다. 그래도 뭐, 앞으로 18회나 더 남았으니 그동안 천천히 어느정도는 친해지겠지. 그리고 친분은 추가되는거고 결국 목표는 바디프로필이니까.
물론 스몰토크에 능하며, 어디서든 정보의 중심에 있으면서 유쾌한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 매력이 어마어마한 사람. 마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익준이 같은 사람. 물론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어떨땐 그로인해 이득을 볼때도 많겠지만... 흐음... 나는 그냥 지금의 내가 에너지도 덜 쓰면서 적당히 잘 사는 것 같다.
————————덧.
7/31. 공유가 600회가 넘었다.
이게 왜 이렇게 공유가 많이 될까?
좋아요는 없는데 공유가 많이되는건...흐음.
PT트레이너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글일려나...
시각에 따라 딱히 기분좋은 글이 아닐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
물론 서글서글한 회원이되어 모두가 좋은게 좋은거겠지만, 나란 사람의 성향은 그게 잘 안되는 사람이고, 타고난 에너지가 적어서 뭐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걸 잘 못한다. 그리고 Give & Take에서 딱 눈에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나는 직장인이라 그렇다. 자영업하거나 사업하시는분들는 누가 시키지 않았더라도 먼저 음료를 사갔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