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배운건 개론이라 크게 기억 남는 건 없는데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남는 두 단어가 있다.
2학년 1학기 첫 수업.
거시 경재학 첫 수업의 단 두 줄로 되어있는 그래프.
우상향의 공급 곡선과 좌하 향의 수요 곡선.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결국 가격.
공급자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그걸 공급하는 사람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그 가격.
주식이나 취업, 혹은 모든 인생살이, 이 사회의 구조를 단 이 두 단어로 설명 가능할 것 같다. 누가 더 원하는지. 아니면 어디 쪽 사람이 더 많은지.
사려는 사람이 많은 건지 파는 사람이 많은 건지.
취업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건지, 채용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건지.
그래서 내가 대학을 졸업한 뒤로 꾸준히 들어온 게 바로,
‘공급 과잉’ 혹은 ‘고객이 왕이다.’
그만큼 사주는 사람 (수요)가 더 적어서 그게 중요하다는 거였는데... 나도 그렇게 믿어왔고 그런 세상을 나름 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소비자로서 돈을 쓰며 뭔가 흡족했는데 그런 과잉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고 새벽 배송 등이 너무 익숙해졌다)
최근에 돈은 쓰면서 딱히 만족스럽지도 않고,
시간도 내 맘대로 못하는 그런 상황에 처했다.
하나는 PT, 또 하나는 병원.
예전에 친척 중에 한 명이 의사면허를 따고 개인병원을 낸다고 했을 때 누가 그랬다.
‘요즘 넘처나는게 병원이야, 망하면 어떡할래?’
...
병원은 실로 많다. 우리 동네 지하철역 근처에 건물마다 병원에 한두 개씩, 건물 1층엔 대부분 약국인데 약국만도 10개 조금 안되게 있는 것 같다. 바로 옆 건물. 그리고 바로 맞은편에.
그렇게 병원이 많은데, 막상 가보면 항상 대기를 해야 한다. 동네에 사람이 많은 줄 알았지만 아픈 사람도 이렇게나 많다니...
특히 몇 주 전 주말 피부과에 갔더니 예약을 하고도 1시간은 그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 대기실에 20여 명이나 되는 사람을 보고 아연 질색하여 바로 나온 적이 있다.
휴우... 아픈 사람이 이렇게까지 많을 줄이야.
병원은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공급이 아직도 적고, 또 그 권한 (의사)는 매우 제한적이니 역시나 의사인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웬 생뚱맞게 PT냐면... 그래 그 헬스장, 그 PT가 맞다.
이번에 운동 결심을 하면서 PT를 알아보는데, 동네에 헬스장, PT 전용샵이 10여 개는 되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후기를 찾아보고 비교를 하고, 3군데는 직접 체험까지 해서 최종 결정을 했다.
상담해준 트레이너는 아주 친절했다. 식단도 짜주고 홈트 스트레칭 루틴도 짜주고 등등의 서비스를 준다고 했는데... 배정받은 트레이너는 딱히.
불친절 한건 아닌데 그래도 체험할 때만큼의 에너지가 나한테 안 오는 것 같은 건 어쩔 수 없다. 평일 저녁밖에 시간이 없는 직장이 니니, 수업시간도 내 위주라기보다는 평일 저녁 중 빈 시간에 해야 하는 거고. (이게 제일 크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는 거금이지만 이들에게는 그냥 일인뿐인. 그런 수요 공급 관계인 것이다.
누가 더 많이 필요로 하냐고 하면, 내 개인적으로는 이 헬스장은 나 한 명 없어도 매우 잘 돌아갈 듯...;;
평일 저녁 2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고, 얼마 전엔 다른 지점도 냈다고 한다. 와우!!
내가 이 바닥에 발을 들이기 까지는 전혀 몰랐던 세상.
헬스장이 아무리 많아도 운동 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고
병원이 아무리 많아도 진료 오는 사람이 넘치고....
일개 개인인 나까지 이런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정도이니 보편적인 서비스. 단가가 낮아서 수요가 많은 건가. 그러니 보편적이지. 이런 단가를 맞춰줄 수 있는 공급자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 건지, 어떤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 보통 글을 쓰면 머릿속이 정리되던데,
이 내용은 대충 떠오르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을 써도 정리가 안되네.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