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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끽 Aug 27. 2021

포기가 아니라, 하지 않을 선택

지금 내 몸이 하는 선택

본격적으로 요가를 집중해서 하던 게 5~6월, 그렇게 7월엔 탄력이 붙어서 이왕 살 빼고 운동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며 난생처음으로 PT를 등록했다.

그리고 2주를 신나게 운동하다가 '무리'란 것을 하고야 말았다.



3번쯤 PT를 받았을 때인가, 토요일이었고 PT는 없이 나 혼자 헬스장에 갔다. 이제 여기 헬스장에 있는 장비들은 대충 한 번씩은 해 본 것이었다. 어차피 무게를 많이 하지도 않았기에 다리운동을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다 해보고 마지막에 스쿼트 머신을 했다. 맨몸보다는 더 많은 하중을 받는, 어깨에 무게를 걸치고 하는 머신이었는데, 고정되어있으니 크게 걱정도 없었다. 그 전에 PT 쌤과도 했었고, 스쿼트는 나도 홈트로 많이 해왔고 이런저런 영상도 많이 봤으니까. 그리고 쌤은 날 칭찬해줬으니...ㅎ

슬슬하다가 중반부터는 힘을 좀 주기 시작했다.



아뿔싸, 다리 허리에 힘이 좀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양쪽 균일이 아니라 왼쪽에만.



이런 사소한(?) 아픔이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오래 갈 줄은 꿈에도 몰랐지.

처음엔 며칠 쉬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뭔가 다리가 더 땡겨오는것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어영부영 지나니 다리인지 골반인지 허리인지가 땡땡해지며 아팠다. 걷는 게 불편할 정도.

그래서 정형외과를 벗어나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던 나는 다시 정형외과로 가게 되었다.ㅠ.ㅠ

좌골실경통이라는병명인지 뭔지를 듣고, 주사도 맞고 스트레칭도 많이 했는데 그뿐이었다. 조금씩 낫는 것 같아서 PT도 다시 상체 위주로 하긴 했는데, 다리 땡김은 여전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게 왔다. 회사 헬주간...

딱히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지난 한 주 간은 정말 헬 of the 헬. 최근 몇 개월 중에 제일 바쁘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 구간이었는데, 아무튼 허리 한번 펼 새 없이 계속 앉아서 신나게(?) 일하다 보니 허리통증이 더 심해졌다. 저녁에 헬스장 갈 때도 이미 기력이 방전된 상태이고. 아아...

그래도 바디프로필도 있고, 상체라도 운동을 놓지 않아야 할 것 같아서 PT에 꾸역꾸역 갔는데, 거울 속의 내 얼굴은 이미 맨탈이 나가있다. 회사에서 털린 게 아직 회복이 안 되는 상태. 몸도 정신도 피곤한 상태.



아아...  바디프로필 촬영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몸은 이런 상태라 미루는 게 당연한데도, 그동안 빼놓은 살이 아까웠고, 또 아침저녁으로 계란만 먹는 식단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안 생겼다. 친구들에게 바디프로필 찍을 거라고 자랑해 놓은 것도 걸리고, 말이지….

흐음... 그렇게 고민하고 조금씩이라도 치료하고 운동도 해보는 2주가 지나갔다.

이제 한의원의 고통스러운 치료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그동안 아파서 쉬던 요가를 오랜만에 나갔다. 요가원에 도착해 이제는 해가 일찍 지는 어둑한 요가원에 매트를 깔고 엎드렸다.



아아..! 그래,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요가야. 헬스가 아니라.



그동안 이러쿵저러쿵 머리로 고민해왔었는데, 내 몸이 단번에 결론을 내주었다.

어영부영, 우유부단인 나는 다시 또 며칠을 고민했다. 헬스장과 PT를 Hold 할 것인지 취소할 것인지에 대해.

(참 피곤한 인생이다.)

며칠을 고민하다 PT 쌤에게 문자를 보냈다. 상황이 이러해서 일단은 Hold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리고 PT쌤이 전화가 왔고, 통화했다. 쌤은 어떻게든 나를 다시 등록하게 하려고 했는데, 처음 보는 적극적이긴 했다. 그러면서 나는 또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무엇을 위해서? 내가 처음 운동했던 건 바디프로필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서지 않나?

지금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무리하는 게 맞는 건지?



결국 내 몸이 답을 주었다.

그래, 이건 의지 부족으로 하는 포기가 아니다.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PT나 바디프로필이 아니었다. 남들이 많이 하니까 따라 하고 싶었던 거다. 물론 멋진 근육질 몸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내 몸은 그럴 상태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포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걸 선택하는 거다. 무리하지 않음을 선택한다.



포기가 아니라 하지 않음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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