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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욱 Jan 28. 2023

글 쓰는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

존경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어미의 몸에서 나오자마자 걷는 법을 터득하는 새끼 기린처럼 저 역시 어느샌가 글을 쓰고 있더군요. 제게 글쓰기는 하나의 생존본능이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었고, 대학에 가고자 했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어요. 제 최종 목적지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니, 제게 글쓰기는 생존이자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학에 들어간 이후 곧바로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 10여 년 동안 배운 독서논술을 시작했고, 5명의 아이를 만났고, 수십 편의 글을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제게 글쓰기 과외는 단순한 돈벌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며 행복한 것처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역시 내 수업이 행복한 시간이고, 훗날 멋진 성인으로 자랐을 때 저와 함께 보낸 시간을 즐거이 추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 번은 독서논술 수업을 그룹으로 하고자 하신 학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한 학생의 수업을 정리한 때가 있었어요. 1년 동안 정말 잘 따라와 준 친구였고, 통통 튀는 발랄한 글을 쓰는 친구였기에 아쉬우면서도 앞으로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수업날 특별한 마무리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편지를 적어줬는데, 아이가 울었다는 이야기를 학부모님을 통해 들었어요. 

주변에서 과외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가끔 목적이 사라진 듯한 일들을 듣곤 해요. 과외를 하면서 상처를 받고, 지치고, 다시 과외를 시작하는 것을 겁내하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비록 우리는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각자의 수업에서 소중한 가치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학생의 성취에 함께 기뻐하고, 성장하는 학생을 보며 뿌듯해하며, 멋진 성인이 되어 감사 편지를 받게 되는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결국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가니깐요. 

쓰고 보니 이 글은 제게 보내는 편지이자, 고백 같네요. 제가 배운 게 글쓰기이기에, 제 고민을 글로 남기며 저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빛나는 청춘과, 각자의 수업에서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선생님들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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