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익선동 카페 시그니처 알(Signature R)에서 시작됐다. 송프로 박팀장 나 이렇게 셋은 따뜻한 봄날을 즐기자는 심사로 계획도 없이 익선동을 향했다. 점심은 르블란서에서 먹기로했다. 일전에 가본 적이 있어 갔더니 불이 꺼져있다. 안내문이 붙어있다. 12시 되어야 문을 연다고. 아직 15분이 남았다.
‘우리가 언제 프랑스 가정식을 먹어보겠어’라며 두 분 자매님은 르 블란서 앞에 줄을 섰다. 라따뚜이와 연어스테이크 그리고 소고기 파스타를 먹은 후 우리는 라떼를 좋아하는 송프로를 위해 익선동 시그니처 알을 찾아갔다. 여담이지만 르블란서 음식중 라따뚜이가 나는 가장 좋았으나 두 분 자매님은 라따뚜이는 한 포크씩만 했다. 나만 좋았던거 같다^^
박팀장과 나는 이 카페 시그니쳐라는 브리티시 라떼로 통일했는데 아이스 라떼만 마시는 송프로는 역시나 그날도 아이스 라떼를 시켰다. 원서동 프리츠 라떼가 최고라는 둥 내자동의 나무사이로 드립 커피가 최고라는 둥 애기를 나누는 사이 문제의 아이스라떼가 나왔다. 갈색의 커피 아래 하얀 우유 색이 스타벅스 라떼와는 달랐다. 인스타용 사진을 몇장 찍었고 송프로가 ‘ 이 집 라떼는 우유가 다른데요’ 라고 하자마자 ‘우유라면 내가 좀 알지’라고 내가 말했다. 우유.
시작은 시그니처 알 카페의 라떼 그리고 그 라떼의 오로라 같이 영롱한 커피와 뒤섞인 우유에서 비롯됐다. (커피 장인 송프로는 시그니처 알 라떼가 프리츠보다 좋다고 했다. 강추한다고. 시그니처 알 영업은 아니다 ^^고객 경험을 소개할 뿐)
‘젖소 한마리가 하루에 우유 몇 키로 나는지 알아요?’
자리를 잡고 나는 이런 질문으로 우유 애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 2리터 6개가 한팩에요. 한 팩이 12키로니까 참고하시구요’
이 질문에 송프로는
‘질문자의 의도가 잇을 테니 저는 말도 안되지만 40키로할게요’
박프로는
‘하루에 40키로요? 아무리 젖소라도 그건 좀… 전 20키로 할게요’
보통 이런 질문을 하면 2리터 생수병으로 5개 정도? 또는 4리터요? 이런 대답이 많았는데 이 두 언니는 단박에 정답을 맞췄다. 소마다 다르고, 소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의 젖소들은 하루에 20키로에서 40키로 정도의 우유를 생산한다. 2리터 6개 짜리 생수팩 두세개 정도 우유를 매일 만들어내는 셈이다.
박프로가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하루에 40키로면 그걸 어떻게 몸에 지니고있어요? 그 무거운걸’
내가 이런 저런 설명을 또 덧붙이고 생우유 맛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소 체온이 사람이보다 1도 높아 37.5도에요. 그래서 갓짠 우유를 만지면 따뜻해요. 그리고 그 우유를 살짝 데펴서 먹으면 고소함이 사서 먹는 우유하고는 비교가 안돼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가 그렇게 생우유를 끓여서 줬는데 그 맛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생우유에다가 소금을 넣으면 치즈가 되는거에요’
송프로가 웃으면서
‘아니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왜 안쓰고 계세요? 브런치에 당장 쓰세요. 이런 젖소나 우유 같은 익숙하지 않는 소재가 인기 많아요. 쓰면 무조건 잘될거 같은데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브런치를 지켜보고 있는거 아세요? 재미있으면 출판사에서 책 내자고 바로 연락와요. 브런치에 연재해보세요 강력 추천합니다’
그러지않아도 웹소설 시놉시스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송프로에 애기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아니 이미 브런치에 가입하고 글을 당장 쓸 마음을 먹었다. 경제서적, 투자서적만 3권을 냈던 터라 소프트한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10년 넘게 경험한 젖소와 목장과 우유와 낙농업과 어린 시절의 경험들. 우유 젖소 목장이라면 나만한 전문가가 또 있겟어 ㅎㅎㅎ? 목장에서 매년 태어나는 수 십 마리 송아지 받아보고, 트럭으로 소똥께나 치우던 그 때의 일을 정리해보자’ 그리고 나는 그날 저녁 퇴근하자마자 원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1983년 시작된 아버지의 목장, 네덜란드에서 아버지 목장으로 이민 온 젖소부인 세 마리. 엄마젖은 물어보지도 못하는 젖소 송아지, 매년 송아지를 낳고 매일 착유를 하고, 10년 정도 젖소로 살다가 고깃소로 삶을 마무리 하는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서글픈 젖소의 일생, 그들이 뭘 먹고 우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접받는 암송아지와 천덕꾸러기 숫송아지 이야기 등등등 기억들이 한 꾸러미였다.
바로 제목을 정했다. 젖소부인과 나, 내가 젖소 좀 키워봤거든요, 젖소와 우유 이야기, 목장집아들 이야기 등등을 놓고 고민하다 '젖소부인들과 나'로 최종확정. 그렇게 브런치용 첫 글을 쓰고 내 기억은 1983년으로 돌아갔다. 그해 여름 전라북도 고창군에 있는 아버지 목장(사실 그때는 축사도 없고 방목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 목장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에 온 세 마리의 홀스타인 얼룩소들. 세 명의 젖소부인으로 시작하는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