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착유해보셨나요? 팔부러져요

목장집아들3

by 미니맥스

401번은 대체로 검은 색 털이 많았고 겁이 많았다. 사산을 했지만 어쨌든 우리 목장에서는 처음 출산을 한 소였다. 통상 젖소 착유를 위해서는 착유 시스템을 설치한다. 1세대 착유기인 버킷착유기는 모터를 구동하고, 에어 파이프라인을 소가 있는 칸칸이 연결하고, 버킷(30키로 우유통)을 에어파이프라인에 연결해서 착유한다. 이후 2세대 파이프라인시스템(버킷을 들고 다니지 않고 착유한 우유가 자동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냉각기로 집유되는 시스템)을 거쳐 현재는 3세대 로봇착유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착유기는 가히 혁명적인 기계였다. 우리 목장에 착유기를 설치하기 전에 착유는 손으로 했다. 요즘 체험목장에 가면 하는 방식이다. 왼손으로는 젖병을 들고 오른손으로 소젖꼭지를 당겨 짜내는 방식이다. 물론 바구니를 아래에 두고 두 손으로 착유하는 몽골 여인을 세계로 간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지만 그런 고수는 착유경험이 10년은 쌓이고 주인과 소와 완전히 유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초보들은 한손으로도 젖을 짜내지 못한다.


이런 손착유의 가장 힘든 점은 소 꼬리가 통제가 안된다는 점이다. 착유 과정에서 젖소에게 당하는 봉변은 크게 두가지다. 생각과 달리 발로 차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소 꼬리에 맞는게 가장 고통스럽다. 얇은 소꼬리로 맞아야 얼마나 아프겠어 하지만 괜히 꼬리곰탕이 비싼 것이 아니다. 힘덩어리다. 소가 맘먹고 휘두른 목적타로 소꼬리에 얼굴이나 머리를 맞으면 정신이 나갈정도로 띵하다, 과장하면 기절할 정도다. 엄마는 소꼬리에 눈부위를 맞아 비문증이 왔다. 눈에 현관이 터질 정도다. 그리고 오줌이나 소똥이 가득 묻은 소꼬리로 맞으면 온몸에 오줌똥 세례를 받게된다. 둘째의 고통은 수직낙하하는 소똥이다. 착유중 실례를 하는 소들이 있는데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물컹한 자유낙하 똥들은 절반이상이 착유하는 사람에게 튄다. 얼굴 특히 입술이나 코안으로 그것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언제 찰지 모르는 다리를 주시하면서, 소꼬리를 피해가면서 몸을 숙이고 한손으로는 우유그릇이 쏟아지지않게 잡고 한손으로 착유를 한다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진짜 죽을 맛이다. 그런데 소 한마리를 아침저녁으로 두번 착유해야하고, 한번에 15키로 이상을 착유하려면 처음에는 1시간을 낑낑거려야한다. 이런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것이 버킷착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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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착유기인 버킥착유기]



지금은 소가 출산을 하면 거의 예외없이 바로 당일 착유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예전에 경험없던 시절에는 처음 며칠은 손으로 착유하고 이후에 착유기를 사용해야한다는 그릇된 통념이 퍼져있었다. 처음 며칠은 정말 착유 때문에 죽어난다. 그리고 당시 우리 소들은 초산이고 착유 경험이 없고 주인과 착유 호흡을 안정적으로 맞춘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목장주가 착유에 서툴렀기 때문에 소는 사람 눈치를 보고 사람은 소 눈치를 보느라 서로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소는 발길질 하기 바쁘고, 사람은 피하느라 정신없다. 그리고 손으로 힘들어 짜아놓은 우유는 소가 발로차서 엎기 일쑤였다. 정말 환장판타지의 날들이었다.


여러 곡절을 거쳐 버킷 착유기를 처음 사용해서 401번 착유를 한 날 저녁 목장주인 아버지는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우유가 반 양푼 정도밖에 안나왔기 때문이다. 손으로 착유할 때는 양이 적어도 서툴러서 그러겠지, 처음이라 그러겠지 했는데 정작 기계로 해도 착유양이 3-4키로 정도였다. 그럼 하루에 7키로 정도 우유가 나온다는 의미이다. 초산이라고 해도 젖소는 하루에 통상 15키로 이상은 생산한다.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저능력소였다.


그나마도 한두달 지나서 401번은 젖이 거의 말라버렸다. 수의사가 몇번 왔다갔고 401번은 결국 팔려나갔다. 이렇게 우유 생산량이 적은 소는 키워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목장은 다시 2마리로 줄어 들었다.


우리집의 기대주 384번 소도 새끼를 낳고 착유를 시작했다. 앞서 401번 경험이 있어 이전보다 착유 과정은 한결 자연스러웠다. 384는 지금도 기억에 선하게 이쁜 소였다. 체구가 크지 않았지만 젖소로서 비율이 아주 좋았고 흰색 털이 조금더 많았는데 참 예뻤다. 그리고 젖모양도 이상적었다(젖소도 젖 모양이 모두 다르다.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젖이 많이 나오는 젖소의 젖 모양과 체형은 따로 있다). 젖소의 이상형에 가까웠던 384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착유기 버킷이 거의 차보일 정도로 착유양이 많았다. 401번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목장도 이제 착유도 하고 우유도 매일 유업에 납품하며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유방염이었다. 젖소의 가장 큰 문제 유방염. 384번 우유에 약간 덩어리같이 뭉친 것이 보였다. 매일유업은 품질에 하자가 있다고 퇴짜를 놓았다. 유방염때문이었다. 주사기 형태로 유방염 연고를 젖꼭지안에 넣어주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우유는 버려야한다. 약이 들어갔기때문이다. 유방염은 금방 개선되는 듯했으나 다시 도지고, 다시 나아지고, 다시 걸리고를 반복하다 몇 달이 지나고 384도 우유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갔다. 결국 수개월 후에 유방염 완치는 되었지만 산유량은 이미 현저히 줄어든 상태였다.


401번은 저능력여서 팔려가고, 384는 유방염 때문에 우유 납품을 못하고 우리 목장은 다시 난관에 처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목장 초기의 경험미숙이나 시행착오 또는 약간의 운없음이었다. 그렇게 한해는 마무리하고 다음 해에는 목장에도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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