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집아들4
다음 해에 추가로 한 마리씩 도입하는 추첨을 했다. 아니 추첨은 같이 하고 다음해에 한 마리가 추가로 배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해가 바뀌어서 복지마을 사업에 참여했던 농가에는 젖소가 한 마리씩 추가 배정되었다. 우리 집은 72번을 뽑았다. 네덜란드에서 소가 추가로 왔을 때 우리는 다시 한번 아버지가 뽑기 운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집은 다 큰 성우가 왔는데 우리 목장에는 거의 송아지와 큰 차이가 없는 소가 왔다. 검은 털이 많은 72번은 작았다. 어렸다. 그런데 매우 활기찼다. 우리는 ‘이번에는 정말 제일 작은 소가 뽑혔네’라고 실망했지만 이 72번은 우리 목장을 떠받드는 기둥이 되었다. 10년후가 지났을 때 우리 목장은 대부분 72번의 딸소와 손녀딸소 등 72번 패밀리가 한 축을 이루었다. 젖소 목장에서 한 패밀리가 지배우가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임신과 출산에 능해야 한다. 최소 1년에 한마리씩 송아지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둘째 우유 생산능력이 보통 이상이어야한다. 즉 첫번째 출산 후 우유생산량이 하루에 20키로는 넘어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딸소를 잘 낳아야한 것이다. 숫송아지는 의미가 없다. 숫소는 새끼를 낳지 못하고 우유도 생산하지 못하기때문이다. 젖소목장에서 숫소는 아무 의미가 없다. 태어나면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달내에는 고깃소로 길러지기위해 팔려나간다. 남녀차별이 엄청 심하고 딸송아지 선호가 극심한 곳이 젖소목장이다.
[슈퍼카우. 균형잡힌 체형을 지닌 아름다운 모습이다]
우리 72번은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드문 젖소였다. 이 세가지 조건 외에 특이한 장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쌍둥이를 낳는 유전이었다. 이 쌍둥이를 낳는 유전은 딸소에게도 전해져서 딸 소들도 쌍둥이를 낳는다. 그리고 그것도 암송아지를 쌍둥이로 낳으면 식구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마리에서 두 마리 두 마리에서 네 마리, 이런 식으로 우리 72번은 정말 드물게 매년 한번씩 10번 출산을 했고 그사이 72번 패밀리의 식구는 40여마리를 넘어섰다. 가장 작은 꼬마로 우리 목장에 왔지만 큰 패밀리를 거느린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쌍둥이 유전에 대해서 보았다. 젖소는 임신 출산 수유 등에서 사람과 닮은 점이 참 많다. 사람이 임신기간이 280일, 소도 대략 280일이다. 소는 만 24개월이 되면 가임이 되고 대략 8-10번 출산을 할 수 있다. 쌍둥이 유전도 비슷하다. 사람도 쌍둥이 유전이 있는 집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듯이 소도 그렇다. 어미소가 쌍둥이 유전이 있으면 딸 소나 손녀딸 소대에서 쌍둥이가 꼭 나온다. 임신 출산 과정도 비슷한다. 어미소가 임신을 잘하고 출산도 수월하게 하는 편이면 딸소도 그렇다. 어미소가 임신이 잘 안되고 출산도 어렵게 하면 딸소도 그렇다. 그런 소들은 개체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어미소가 우유가 많이 나오면 딸소도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 심지어는 젖 모양도 매우 유사하다. 특히 딸소나 아들소를 낳는 패턴도 닮는다. 어미소가 암송아지를 많이 낳는 소는 딸소들도 대체로 그렇다. 반대로 숫송아지를 잘 낳는 소는 딸 소들도 비슷하다. 이런 형질은 사람도 비슷한 패턴이지 싶다. 그래서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라는 구절은 유전에 있어서는 틀린 구절인듯싶다. 미트콘리아가 지배하는 모계유전이 유전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목장의 또다른 한 축이 된 63번 소도 빠질 수 없다. 72번이 첫번째 딸 소를 낳을 때쯤 아버지는 소를 한 마리 사셨다. 63번이었다. 흰 소였다. 임신상태 성우를 사왔기 때문에 대략의 우유생산능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63번은 우리 목장에서 최대 글래머 소였다. 젖꼭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젖 사이즈가 컸다. 소 젖꼴이 크면 우유를 많이 생산할까? 보통 좋은 소는 하루 평균 20키로이상 우유를 생산한다. 30키로 이상은 슈퍼 카우다. 물론 울트라 슈퍼 카우는 하루에 50키로 우유를 생산하기도한다. 이런 소들의 특징은 젖꼴이 적당히 크다는 점이다. 아래로 길게 쳐지기 보다는 배쪽으로 길게 자리잡은 탄탄하고 균형잡힌 젖 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젖모양이 크다고 젖을 많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 어미소의 체형이 탄탄하고 유선이 잘 발달하고 젖 모양이 균형적으로 발달될수록 생산량은 증가한다.
63번은 젖 모양에서 이상적인 소는 아니었다. 앞 두 쪽은 평균적이었으나 뒤 두 쪽은 땅에 닿을 만큼 큰 글래머 젖소였다. 이렇게 젖 모양이 큰 소들은 일어서다 뒷 발로 밟아서 젖꼭지가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애기만 들었다. 그 정도로 우리 63번은 젖이 컸다. 그리고 큰 모양만큼 산유량도 단연 많았다. 두 번째 출산하고 30키로그램을 넘길 정도였다. 그리고 딸소를 잘 낳았다. 그래서 63번은 72번 패밀리에 필적하는 숫자로 새끼 소들을 늘려나갔다. 결과적으로 처음 우리 집에 온 세 마리의 소들은 새끼들을 많이 남기지 못했고 늦게 합류한 두 마리가 우리 목장의 시조격이 되었다(처음 세 마리 중 401번은 저능력우로 바로 팔려나갔고, 우리의 희망 384는 숫송아지를 낳는 특질과 유방염에 취약한 특질 때문에 가족을 늘리지 못했다. 그리고 289는 정말 좋은 소였으나 임신 출산에 어려움을 겪어서 자손을 많이 남기지 못하고 우리 목장을 떠났다.)
젖소 목장은 어미소와 송아지들 특히 딸소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한편 매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출산후 7개월은 우유를 생산해야하는 어미소들이 마치 밀크 팩토리의 기계 같은 비애감도 있다. 그리고 젖소 새끼로 태어났으나 어미 젖 한번 물어보지 못하는 송아지들의 운명도 가여운 구석이 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격리돼서 길러지는 젖소 송아지들의 운명을 이어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