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젖송아지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 없다. 송아지가 치킨한마리보다 싼적이 있었다. 강아지가 아니라 꼬꼬닭보다 거래가격이 낮았다. 그마저도 거래가 되지 않아 무료로 분양한다는 농가가 나오기도 했다. 아래는 올해 봄 농민신문 기사다. 송아지 공짜 처분도 힘들다는 내용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료값이 올라 송아지를 키워도 수지타산이 맞지않기때문이다.
작년 초만해도 수송아지는 40만원 내외, 암송아지는 20만원 내외로 거래됐던 가격에 비하면 98%가격이 하락함 셈이다. 그야말로 폭락이다. 사실 40만원하는 가격도 우리 목장이 시작하던 1980년대에 비하면 폭락한 가격이다.
그때는 초유떼기 암송아지가 150만원(그때당시 짜장면이 300원하던때다), 수송아지는 50만원하곤했다. 어미소가 250만원정도 거래됐던 시절이고, 한우 한마리가 150만원정도 거래되던 시절이다. 명목가격으로도 암송아지 가격은 1/5가격이하로 내려왔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송아지가 거의 거저인 셈이다. 1980년대 목장을 시작하던 때에는 귀하던 몸이었던 젖송아지들이 지금은 한우 송아지보다 못하고, 심지어는 강아지를 넘어서 병아리 수준의 가격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집에 자주 내려갈 시간만 있다면 애완용으로 송아지 몇 마리 분양받아서 기르고싶은 가격이다. 태어나서 걸음마를 시작한 송아지들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람을 잘 따른다. 사람이 어미인줄 알고 젖 달라고 와서 보채는 모습을 보면 강아지나 고양이 못지않게 귀엽다. 물론 생후 3개월이 지나고 나면 꽤 자라서 같이 데리고 다니며 놀기에는 부담스런 몸집이 되지만 이때에도 여전히 사람을 보는 눈은 참 맑고 착하다. 그리고 주인을 알아보고 주인 옆에 있고 싶어한다. 송아지들도 그렇지만 다 큰 젖소도 감정이 풍부하고 사람의 감정을 잘 느낀다. 그래서 무리 중에 한 녀석만 편애하면 나머지 소들의 질투가 심하다. 한 마리를 쓰다듬어주고 털이라도 빗어주면 질투 많은 녀석은 와서 몸을 비벼대면서 저도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물론 점잖게 아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소도 있지만 유독 셈이 많은 소도 있다. 그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애들을 키우는 느낌이다.
소 임신 기간이 대략 280일 정도이다. 출산에 다다르면 어미 소는 건유를 한다. 젖을 말린다. 대략 임신 7개월 정도 때에 이르면 건유 연고를 넣어서 젖을 말린다. 뱃속 송아지를 키워야하고 어미도 몸을 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미는 금방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시작한다. 임신 8개월정도 됐을 때 소의 모습을 보면 참 예쁘다. 적당하게 살이 올라 토실하고 배도 어느 정도 불러서 풍만해진다. 이때의 소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배가 부른 느낌이다. 중세 화가들의 풍만한 여인을 보는 그런 느낌이다.
목장에서 기르는 소들은 대부분 인공수정을 초창기에는 했기 때문에 출산 예정일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정일에 다가오면 나 같은 목장집 아들들은 소를 지키는게 일이다. 즉 출산 기미가 있는지 보초병을 서는 것이다. 초산인 소들은 새끼를 낳을 때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거꾸로 있다든가, 새끼가 너무 크다든가 이런 경우에는 수의사의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끼가 나올 때 그때에는 천을 송아지 앞 발목에 묶어서 어른 3-4이 함께 당겨주었다.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만 두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이상 어미소가 알아서 출산을 잘한다. 밤새 새끼를 낳아서 다음날 아침에 축사로 데려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여튼 초기에는 다 그렇게 했다. 하얀 기저귀를 가져다가 송아지 발목에 묶어서 아랫집 당숙 윗집 작은아버지 불러서 송아지 출산을 거들었다. 출산의 신호는 어미소가 꼬리를 들고 허리를 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럼 보초병들은 어른들을 부른다. 머지않아 검정색 모양의 공이 나온다. 양수다. 양수가 터지고 나면 하얀 송아지 발굽이 보인다. 이때 발목을 보면 암소인지 숫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숫송아지는 암송아지에 비해 발목이 두껍다. 그래서 두꺼운 발목이 보이면 일단 실망이다.
발목이 나왔으면 바로 출산을 마무리해야 한다. 양수가 말라버리면 어미소도 송아지도 모두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10-20분내에 어미소도 힘을 주고 어른들도 송아지발목 줄다리기에 힘을 주고 해서 출산은 마무리 된다. 서서 출산하는 소도 있고 앉아서 출산하는 소도 있고 제 각각이다. 그런데 앉아서 출산하는 경우 출산 후 반드시 일으켜 세웠다. 출산 후 지쳐서 누워있는 소를 겁을줘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웠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송아지 우리로 옮겨진다. 그리고 어미 젖을 착유해서 초유를 먹인다. 이 초유가 송아지가 먹을 수 있는 어미젖의 전부다. 이후에는 어미젖은 우유로 매일유업으로 팔려나가고 송아지는 송아지분유를 먹는다. 젖소를 어미로 두었지만 젖소송아지는 어미젖을 먹지 못하는 아이러니다. 그전에는 젖병에다 분유를 타서 줬다. 송아지 우리에 있는 2-3마리의 송아지에 젖을 먹이는 것은 우리 같은 애들 담당이었다. 1-2리터 정도 분유를 젖병에 담아주면 순식간에 드링크해버리고는 배고프다고 옆 송아지 귀를 빨아댄다. 그렇게 서로 귀를 빨다가 지치면 빨기를 그만둔다.
[생후 한달내외 송아지들 송아지들도 이때가 젤 예쁘다]
숫송아지는 태어나서 일주일안에 육우로 키워지기 위해 팔려나간다. 이런 송아지를 초유떼기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고기의 상당부분이 이 육우다. 다 큰 젖소가 1000키로정도 나간다면 한우는 500-600키로 정도다. 그만큼 젖소 숫소가 성장속도도 빠르고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 그만큼 사료가 적게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젖소 육우를 18-20개월정도 키워서 고깃소로 판매하는 농가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육우 가격이 내려 숫송아지 가격이 1-2만원에 하는 정도가 되었다니…….
송아지로 태어나면 한 가지 과정은 암숫송아지 모두 거친다. 제각 작업이다. 즉 뿔이 안나게 하는 작업이다. 생후 한달 이내에 소뿔 자리에 제각약을 바르면 뿔이 흔적만 남고 아예 자라지를 않는다. 이때 혈기왕성한 녀석들은 약을 발로 닦아내서 뿔이 어중간하게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톱으로 뿔을 잘라 줘야한다. 뿔은 이빨과 같아서 뿔을 자르는 작업은 소에게 고통스럽다. 그래서 제거의 작업난이도가 높다. 그러므로 어릴때 제각 작업이 제대로 되는게 목장주인에게나 소에게나 편하다. 이런 제각 작업을 송아지때 하기 때문에 삼양목장을 가보면 뿔이 있는 소가 없다. 뿔이 있으면 서로 찌르거나 받기 때문에 위험하다. 특히 임신기의 소에게는 위험하기 때문에 송아지들은 가엾지만 모두 제각을 한다. 그리고 숫송아지는 하나의 작업을 더 거친다. 중성화 수술이다. 거세다. 거세를 해야 성질이 온순하고, 육질이 연하다고 한다. 아랫집 당숙네에서 육우를 길러서 가보면 거세한 숫소는 암소나 다름없이 얌전했다. 그에 비해 씨소로 키우는 숫소를 본적이 있는데 스페인 투우소만큼이나 거칠었다. 기세등등 혈기왕성 모든 목장이 자기 것인양 씩씩거리면서 다니는데 보무가 당당했다.
제각 작업까지 마친 송아지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자매들과 함께 송아지 우리에서 딸로 길러진다. 그렇게 20개월을 자라면 대략 성우가 되고 가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때 육우 목장에서 길러진 숫소들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젖소야말로 암컷과 숫컷의 평균수명차가 극명한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