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도 숫소도 고깃소로 끝나는 젖소의 운명

목장집아들6

by 미니맥스

나는 송아지를 매우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강아지보다 송아지가 훨씬 귀엽고 예쁘다. 송아지만큼 정이 많이가고 예쁜 동물을 알지 못한다. 어린 송아지와 함께 풀밭에 누워있으면 와서 핥고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조금 더 자라서 풀을 먹게되면 송아지들이 풀을 혀로 베는 오드득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은지 모른다. 녀석들이 풀을 뜯는 모습만 봐도 옹골진 마음이 든다. 젖소들은 순하고 착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또한 겁도 많은 녀석들이다. 그래서 잘 놀랜다. 목장에서 착유하는 시간인 아침이나 저녁에는 서로 방문을 하지않는다. 타인이 가면 소들이 놀래서 산유량이 줄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는 사람처럼 민감하고 감정을 느끼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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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착하고 순한 동물이지만 젖소의 생은 고깃소로 끝난다. 그것은 암소나 숫소나 다름이 없다. 그것은 한우도 마찬가지다. 한우는 처음부터 한우고기를 얻기 위해 길러지기 때문에 암수 구분없이 고깃소로 길러진다. 그런데 우유를 위해 키워지는 젖소 특히 암 젖소의 생이 고깃소로 끝난다니?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늙는다. 젖소도 마찬가지다. 늙으면 사람이든 소든 어떤 생명이든 산유량은 줄어든다. 그럼 자본주의적으로 더 이상의 가치가 없어진다. 이렇게 된 암젖소를 목장에서는 어떻게 할까? 강아지처럼 죽을 때까지 키우다가 땅에 묻어줄까? 그런 일은 삼양목장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체제에서 젖소도 자본주의의 예외가 될수 없다. 그리고 자본주의하에서 생은 자본주의적 가치 즉 생산과 소비에 기여할 수 있을 때만 유지된다. 그러므로 우유라는 상품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는 젖소는 더 이상 의미있는 생명이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 가치가 있는 젖소 자신의 몸, 즉 소고기로 팔려나가며 젖소의 삶은 마감된다.


남자 젖소는 육우(고기 소)로 자란다. 우리나라 젖소의 99% 아니 거의 100%는 검정 흰색 얼룩소인 홀스타인 종이다. 덩치가 한우보다 20-30%는 크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고기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한우보다는 젖소가 훨씬 생산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가 좋아하는 그 한우가 아니기 때문에 고기 값이 한우에 비해 거의 절반이하 수준이다. 그래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훨씬 맞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한우가 대략 350만 마리, 젖소가 38만마리인 반면 육우 즉 수컷 젖소는 16만마리정도이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한우를 키운다. 가격과 이익 때문이다. 소사육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비용은 사료이고 이익은 고깃값이다. 그런데 육우가 한우에 비해 사료를 덜먹는(육우는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출하때까지 기간이 짧다)다고 하지만 팔려나가는 가격이 절반이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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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으로 태어난 젖소의 일생은 이렇다. 숫송아지는 며칠 엄마 곁에 있지 못하고 팔려간다. 소위 초유떼기 목장이라 불리는 브릿지 목장을 거쳐 사료배기가 되면 육우 농장으로 다시 팔려간다. 1980년대에는 트럭을 몰고 다니는 상인들이 와서 초유떼기 숫송아지를 사갔다. 대략 50만원 내외에서 거래가 되었다. 지금은 일만원에서 오만원 사이에서 거래가 된다고 뉴스에서 본적이 있다. 이렇게 팔려나간 녀석들은 분유를 떼고 사료를 먹는 소인 사료배기가 될 때까지 거세(중성화)와 제각(뿔이 애초에 나지 않게하는 약물처방)을 거쳐 육우목장으로 팔려간다. 육우 목장에서는 대략 20개월이 될 때까지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순한 양처럼 길러진다. 거세를 거친 숫소들은 온순하기가 양보다 더하다. 양이나 염소는 보기와 다르게 한번 열을 받으면 무섭게 대든다. 뿔로 사정없이 들이 받는다. 그러나 거세된 숫소는 눈만 껌뻑일 뿐 주는 사료만 열심히 먹고 목장안에서 살만 찌운다. 너른 초지에서 방목하는 일도 절대 없다. 운동, 다이어트는 육우에게는 절대 금기이기 때문이다. 작은 우리 안에서 묵묵히 먹고 착실히 살을 찌우는 것이 육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게 20개월이 되면 이제 육우의 목적을 위해 팔려나간다. 예전에는 군납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꽤 됐던 거 같은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밀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가격이 키로당 5천원정도로 떨어졌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대체로 육우는 육가공 업체로 들어간다. 가공육에 들어가는 많은 물량이 값싸고 한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육우들로 채워진다. 이렇게 만두나 햄의 부분으로 채워지면서 육우는 사라진다.


암컷 젖소는 숫컷 젖소보다는 사정이 좀 낫다. 더 오래 산다는 측면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만일 출산과 우유생산을 반복해야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암컷 젖소라고 특별히 나은 삶인지는 모르겠다. 암컷 젖소는 젖소로 키우지만 마지막은 고기 소로 끝나기 때문이다. 암컷 젖소도 그 끝은 결국 고기이다.


젖소 암컷으로 태어나면 20개월까지 고이 잘 길러진다. 20개월 성체가 된 젖소는 이때 첫 임신을 하게 된다. 대체로 인공수정을 통해서 슈퍼 카우의 정자를 받아서 새끼를 갖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씨를 퍼트리는 슈퍼 아빠 소들은 십여 마리로 정해져 있다. 젖소개량사업소에서 키워지는 소들이 그들이다. 원당 종마목장옆에 젖소개량 사업소가 있다. 아빠 소들의 정자를 냉동시켜놨다가 암소가 발정이 오면 수의사가 수정을 시키는 방식이다. 발정이 난 암소들은 주변에 다른 암소를 마운팅(올라타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발정 신호를 보낸다. 그럼 목장주인은 직접 인공수정을 하거나 수의사에게 전화를 한다.


임신한 암소는 대략 280일 후에 송아지를 출산한다. 이로써 젖을 만들어 내는 젖소의 시작이다. 출산직후부터 하루에 대략 20-40키로의 우유를 만들어내는 젖소는 출산 후 2-3개월후면 다시 임신을 한다. 그리고 임신 7개월정도 되면 건유를 하고 우유생산을 잠시 멈춘다. 그리고 건유 후 3개월 정도가 지나서 출산을 하면 다시 우유를 생산한다. 두번째 출산 이후 우유 생산량은 초산에 비해 더 늘어난다. 이렇게 우유생산과 출산의 무한 반복이 대략 6년에서 10년간 이어진다. 세번째 네번째까지 우유 생산량은 더 늘어나지만 대략 다섯번째 출산 이후에는 산유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우리 목장에서 가장 출산을 많이 한 72번 소는 아홉번(?)정도 출산을 했다. 그러니까 대략 10년을 넘게 산 셈이다.


그렇게 나이가 들면 폐우라고 불린다. 임신도 잘 안되고 산유량도 줄어든다. 중간에 병이 들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폐우는 헐값에 고깃소로 팔려나간다. 거의 모든 소가 거쳐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많은 우유를 생산해도, 아무리 많은 송아지를 낳아도 죽을 때까지 목장에서 영원히 살며 자연사 하는 거의 없다. 결국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들이 살았던 시간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기억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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