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집아들7
젖소 목장하면 강원도 삼양목장이다. 푸른 풀밭과 한가로운 소들, 그리고 하얀 구름. 장화를 신은 중년의 목장주가 목장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소와 어울려 여유롭게 걷는 풍경. 낭만 그 자체다. 그러나 나는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 삼양목장외에는 보지 못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초지에 소를 방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야말로 푸른 초장위에 낭만적인 소떼로 이뤄진 그림같은 목장 그림은 나올 수가 없는 풍경이다.
목장은 낭만이 아니라 직장이다. 내 기억속의 목장은 축사와 작은 방목지(우리는 이를 소 운동장이라고 불렀다) 건초(지푸라기)산, 그리고 소똥저장고다. 목장의 생활을 간단히 정리하면 소는 먹이를 먹고, 똥을 싼다. 그리고 목장주는 소가 생산한 우유를 가져간다. 이 세가지 작업- 먹고, 싸고, 짜는-이 목장의 핵심 활동이다. 당연히 목장주가 해야할 일도 먹이를 준비하고, 소들의 배설물을 처리하고, 우유를 잘 착유하는 것이다. 당연히 하루도 쉬지않고 벌어지는 일들이다. 아니 단 한순간도 쉬지않고 일어나들 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장일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고, 한시도 가만 있는 시간이 없다. 가축을 거둔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일년 365일 하루 24시간 다이나믹하게 돌아가는 곳이 목장이다. 따라서 목장주는 일년 열두달, 365일 쉬지못하고, 목장을 떠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래서 목장은 낭만이 아니라 직장이다. 그것도 사건사고와 악취가 가득한 험한 직장이다.
하루 두 번의 착유. 젖소는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밥을 먹고 동시에 착유를 한다. 매일 아침 6시경, 그리고 저녁 6시경이다. 방목장(통상 100마리 정도 어미소를 키운다면 중학교 운동장 정도 사이즈)에서 되새김질을 하며 하루를 보낸 소들은 저녁에 축사로 들어온다. 배합사료를 먹을 시간이다. 배합사료를 먹는동안 착유가 이뤄진다. 사료를 다 먹고, 착유도 마무리 되면 다시 방목지로 되돌려 보내진다. 착유는 한 마리당 10분 정도면 마무리된다. 요즘에는 로봇 착유기 시스템으로 동시에 10마리이상 세척, 착유, 집유가 진행되기 때문에 1시간 남짓이면 아침 착유시간은 마무리 된다. 그런데 우리 집이 목장을 처음하던 1980년대에는 버킷 착유기라 한마리씩 착유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든 시스템이라서 10마리이상 착유하려면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히 여름에는 이 시간이 더욱 고통스럽다. 소는 사람보다 체온이 1도정도 높은데 10마리가 넘는 소가 한꺼번에 축사에 들어와있으면 에어컨이 없는 축사는 그야말로 사우나가 되기 때문이다.
[소운동장(방목지)에서 쉬고있는 젖소들, 아니 이들도 일을하고있다. 조용히 우유를 만들어내고있는 중이므로. 뒤로 노란 바람막이를 한 축사가 보인다]
당시에 부모님은 새벽 4시 조금 넘으면 일어나서 축사 일을 시작하셨던 기억이 있다. 소 먹일 배합사료 조사료 준비하고, 사료주고, 물을 끓여서 미지근한 물로 소 젖을 세척하고, 착유하고, 그렇게 착유한 우유를 냉각기에 보관하고, 소들을 다시 방목지로 내보낸 후 축사에 싸놓은 소 똥을 치우고, 마지막으로 축사 물청소하고 그러면 대략 7시가 넘었다. 낮에는 12시경에 배합사료를 한 바구니씩 주고 조사료로 지푸라기를 주면 점심은 그래도 간단히 마무리 된다. 그리고 대략 5시가 넘어서면 움메하는 소들의 울음소리가 축사에서 들린다. 저녁 달라는 신호다. 대략 6시경부터 시작되는 저녁 착유는 아침과 동일한 프로세스다. 그럼 대략 8시를 넘어서 마무리된다. 여름에는 그래도 해가 일찍 떠서 5시면 훤해진다. 그러나 겨울은 정막 고역이었다. 7시가 되서야 환해지는데 새벽 4-5시는 칠흙같은 어둠이다. 게다가 착유는 물로 소젖을 씻고, 물로 청소하고, 물로 하는 작업니다. 얼음을 깨고 물을 양동이로 떠서 가스불로 끓여서 미지근한 문을 만들어서 쓰는 작업은 지금 기억에도 정말 춥고 손이 시려웠다. 그래도 입김을 푹푹 내품으면서 사료를 부지런히 먹는 소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던 기억이다.
소 한 마리 한 마리 자리에 맞춰 배합사료 한 바가지씩을 먹이 칸에 주는 것은 우리 같은 초중학생 목장집 아들들이 담당한다. 자기 칸을 기억하는 영리한 소들은 축사로 들어올때면 칸칸이 자기 자리로 들어가서 사료를 먹는다. 그리고 착유를 기다린다. 그사이 우리들은 송아지들 분유를 타서 먹이고 송아지들을 돌본다. 착유기 엔진 소리가 한 시간 정도 앵앵앵 푹푹 돌아가고 나면 저녁 착유도 마무리 된다. 그럼 이제 사람들이 저녁 먹으러 갈 시간이다. 요즘은 로봇 시스템이라 이전보다 훨씬 사람 손이 덜가게 자동화 되어 있어서 지금도 목장하는 사촌네를 보면 태국 목부 한 명 두고 사촌부부 내외가 소를 100마리 넘게 키우고 있다. 리어카로 모든 풀과 옥수수, 사료 푸대를 나르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1억원이 넘어가는 존디어 트랙터로 착착 일을 처리한다.
아침 저녁 착유는 목장의 기본이다. 누가 대신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집에 결혼이나 상이 있어도 예외일 수 없다. 무조건 목장주 중에 한 명은 저녁 6시까지 목장에 다시 돌아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기로 해외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장기여행은 고사하고 당일치기 여행도 가기 어렵다. 그래서 목장은 낭만일 수가 없다. 매일 매일 같은 작업이 아침 저녁으로 반복되어야 하고, 아침은 6시이전에 시작되어야 하고 저녁은 7시가 넘어서야 끝나는 작업이다. 밤에 송아지가 태어나는 날은 무조건 야근이다 ㅎㅎㅎ.
소 방귀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일부 국가는 소사육을 줄이려고 한다고…. 소 배설물과 지구 온난화 관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젖소들이 엄청 먹고 엄청나게 배설하는 것은 확실하다. 오줌을 누기 시작하면 수 리터는 나오는거 같고 똥은 퍽퍽퍽 최소 3단 콤보다 ㅎㅎㅎ. 그 배설활동이 하루 종일이다. 그래서 목장에서 가장 큰일이자 어려운 일이 이 소똥과 오줌을 치우고 저장하는 일이다. 그때에는 리어카와 네모난 똥삽으로 사람이 모두 일일이 처리했다. 매일 축사에서 똥을 한 리어카 이상 퍼내고, 방목지에 있는 켜켜이 쌓인 똥들은 분기별로 치웠다. 악취가 대단했다. 그래서 지금도 목장하면 푸른 풀밭 보다는 악취나는 똥밭이 먼저 떠오른다.
체험목장에 가면 이런 악취나 소똥은 보기 어려운데 너무 더러운 목장얘기만 쓴거 같아 마지막은 푸른 풀밭으로 마무리해야겠다. 한국은 왜 미국이나 뉴질랜드처럼 소를 방목하지 않는가? 전문가적인 분석은 모르겠지만, 목장집 아들 경험은 이렇다. 규모가 영세한 이유가 가장 크다. 대체로 100마리 내외 목장이거나 100마리가 안 되는 목장이 한국은 다수다. 그래서 넓은 초지를 가진 목장이 흔하지가 않다. 두번째는 땅이 좁다. 특히 우유목장이 많던 경기도에 소를 방목해서 키울만한 넓은 초지를 갖는다는 게 한국에서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소를 방목하면 소가 먹는 풀보다 밟아서 죽이는 풀이 더 많아서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야산으로 땅값이 싼 산을 개간해서 만든 강원도의 목장을 제외하고 평야에 있는 목장이 너른 초지를 갖는 것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일이 아니다. 마무리하자. 푸른 목장을 보려거든 강원도 삼양목장이나, 상하목장 같은 체험목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