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옥수수밭을 뛰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근거는 없지만 미국 미주리주라고 생각했다. 미주리주는 미국 중서부 지방이다. 2년간 연수하면서 본 것이라고는 옥수수밭뿐일 정도로 옥수수필드다. 미국이라고 해서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갔는데 도시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끝도 없는 옥수수 밭이었다. 참 미국이 큰 나라구나를 느끼면서 동시에 이 많은 옥수수는 어디로 가나 싶었다. 콘(CORN) 이라고 불리는 옥수수 알맹이나 옥수수 기름으로 팔려나가는 옥수수들이다.
이 옥수수가 젖소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그리고 젖소가 가장 많이 먹는 먹이는 풀이 아니라 지푸라기다. 그리고 젖소들이 많이 먹는 먹이는 건초다. 젖소의 삶은 먹이 활동의 연속이다. 직접적으로 풀과 사료를 먹을 때도 있지만 소는 위가 4개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는 반추- 되새김질을 하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반추시간까지 먹이 먹는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에 10시간은 먹고 소화시키는데 쓴다.
반추 애기가 나와서 천엽 대창 애기를 잠깐 하고간다. 국밥집에 가면 국밥에 얇은데 검정색 종이조가리 같은 것이 같이 나온다. 이것이 천엽이다. 소의 세번째 위다. 얇은 종이를 천개 포개놓은 듯 하다 해서 천엽이다.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곱창집에 가면 양이나 대창이라는 하는 부위가 있다. 구워서 먹으면 참 고소하고 맛이 있다. 양은 소의 첫번째 위를 의미한다. 회식을 갔는데 신입직원이 양대창이 양의 대창이라 자기는 못먹는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대창은 소의 대장이다. 대장을 자세히 보면 안에 고소한 덩어리 들이 보이고 구워먹으면 아주 고소한 맛이 난다. 그런데 사실 이 맛은 내장지방의 맛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대창은 겉과 속이 뒤집힌 것들이다. 그래서 대장 밖에 붙어있는 기름덩어리들이 뒤집히면서 안으로 들어가서 대창 안이 꽉 차 보인다. 일부는 그 기름 덩이를 소장의 융기라고 생각하던데 전혀 그렇지 않고 사람으로 치면 복부에 찬 내장지방이다. 한국 소들은 사료를 넉넉히 먹이고 방목하지 않은 채 좁은 방목장에 가둬 키우기 때문에 기름이 많다. 그래서 한우 고기에는 마블링이 많고 대창에는 기름이 많다. 대창 맛있다. 단 내장지방의 맛임은 알고 먹자. 내장지방 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삼국지에 나오는 동탁이라는 인물이다. 부패의 대명사이기도 한 동탁은 어찌나 탐욕스럽게 많이 먹고 살이 쪘던지 그가 살해되고 분노한 사람들이 그의 배에 불을 붙였는데 몇날 며칠간 탔다는 애기가 있다. 배에 가득 찬 내장지방 즉 기름이 수일간 탄 것이다. 여튼 다시 소의 먹이로 돌아가자.
한국에서 키우는 소들이 목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풍경은 현실이 아니라고 적었다. 한국 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먹이는 볏짚이다. 가을에 지방에 내려가다 논을 보면 큰 매시맬로우처럼 하얗고 둥그런 덩어리들이 논에 줄줄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 먹이로 쓰일 볏짚들이다. 1980년대에는 볏짚을 일일이 낫으로 비어서 논에서 말려서 손으로 묶어서 10월 3일 개천절쯤 모아서 볏짚을 경운기로 날라서 축사 근처에 큰 볕짚을 만들어서 볏짚을 보관했다. 10월3일 개천절을 기억하는 것이 그때 휴일에 논에 나가서 낫으로 볏집 뒤집던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5월6일은 고추밭에 줄치기, 6월6일은 마늘캐기, 8월15일은 논에서 참새 쫒기, 10월 3일은 대망의 볏짚 뒤집기. 이것이 시골에 사는 목장집 또는 농사짓는 집 아이들의 휴가 스케줄이었다.
그렇게 흰 비닐로 쌓아놓은 볏짚을 거의 일년 내내 기본 먹이로 먹인다. 소들이 좋아하는가? 별로 그렇지 않다. 마지못해 먹는 느낌이다. 볏짚을 먹이다가 봄쯤 돼서 풀이 나오면 생초를 준다. 이때 생풀을 싣고 다가가면 냄새만으로 알아채고 멀리서 뛰어오면서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녀석들을 보면 생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볏짚이 김치나 된장국 밥이라면 풀은 녀석들에게 뭐랄까 계란이나 소시지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 생풀을 주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설사를 한다. 갑자기 생풀을 먹이면 여러 소들이 설사를 한다. 그리고 둘째는 우유의 품질이 떨어진다. 즉 지방율이 낮아진다. 그래서 풀도 말려서 건초로 준다. 건초로 주면 이 두 가지 문제가 덜 나타난다.
건초를 만들기 위해서 봄이되면 이탈리안라이그라스라는 풀을 목초지에 심는다. 금방 자라고 풀양이 많아서 선호되는데, 다자라면 어른 허리춤까지 키가 큰다. 목장에서는 목초지를 갈아엎고 풀씨를 뿌리면서, 그리고 옥수수 씨를 심으면서 봄이 오는 것을 알게된다. 6월쯤 되면 풀은 베어서 말린다. 그리고 마시멜로로 만들어서 저장한다. 옥수수는 보통 광복절쯤 베어서 사일리지로 만들어서 보관했다가 겨울에 먹이로 쓴다. 김장김치 같은 느낌이다.
소들은 먹이 중에 옥수수를 정말이지 좋아한다. 알갱이 옥수수 말이다. 물론 옥수수 대도 잘 씹어먹는다. 그러나 옥수수 대를 통째로 던져주면 가장 먼저 옥수수를 찾아 입에 문다. 소는 말과 달리 앞니가 없다. 그래서 풀을 뜯어먹거나 잘라 먹지 못하고 어금니로 깨물어 먹는다. 그래서 긴 옥수수를 주면 앞니로 자르지 못하고 길게 어금니 안으로 넣어서 으드득 부셔서 먹는데, 침을 질질 흘리면서 옥수수를 먹는 소의 표정을 보면 마치 웃으면서 한우를 먹는 강호동같다.(호동씨미안)
[끝도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옥수수를 좋아하는 젖소들에게는 에덴동산이다]
소먹이 애기는 마지막으로 배합사료로 끝을 내야겠다. 아침저녁으로 한 바가지씩 선진 배합사료(당시에는 이 메이커였다)를 소 먹이로 준다. 요즘 강아지들 사료와 같은 것인데 소들이 환장을 한다. 너무 잘 먹는다. 옥수수를 베이스로 콩이나 비타민 무기질 같은 것을 응축해서 만든 사료다. 강아지 사료와 모양도 비슷하다. 농가에서 사료값이 올라 소를 못키우겠다고 할 때 사료가 볏짚이나 건초나 옥수수가 아니라 이 배합사료다. 지금은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모르겠는데 1980년대 아버지께서는 사료값 외상 걱정을 자주 하곤 하셨다. 매달 한번 매일유업으로부터 우유대금을 받아서 사료값 갚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투셨다. 어릴 때 듣던 것이 있어서 최근 옥수수나 콩값이 러시아 전쟁으로 많이 올랐다는 뉴스를 볼 때 목장 농가의 사료값 부담은 더 커졌겠구나 하는 걱정이 해당도 없는데 들었다. 아직도 마음은 목장집 아들인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