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를 위한 가장 쉬운 투자 #4 감정은 비약한다
먼저 명확히 밝힌다. 개인투자자가 모두 수익을 못 내는 것이 아니다. 10-20% 투자자는 연간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다는 통계가 분명히 있다. 따라서 모든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못 낸다거나, 개인투자자가 실력이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왜 수익을 내지 못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이를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주식으로 돈을 못 버는 이유를 살핀다.
감정과 이성
감정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이라는 뫼비우스의 띠의 양면 같은 영원한 혼돈의 존재다. 완전히 감정적이지도 않으며 완전히 이성적이지도 않은 감정이성복합체. 그래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은 쉽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나마, 사랑이라 학습같이 감정이나 이성 하나만 필요한 영역에서 그럭저럭 작동한다. 그러나, 투자의 영역에서는 정확히 거꾸로 작동해서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은 오히려, 혼돈이 혼돈을 낳을 뿐이다.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 감정에 속게 되고, 상상이라는 창의성의 영역에서 한없이 감정이 필요할 때 우리는 철저하게 냉정하고 합리적이 된다. 그래서 주식 투자는 훈련되지 않은 인간이라는 종 자체에게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주식 투자는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하나는 사고파는 영역이다. 트레이딩이라고 하자. 둘째는 무엇을 투자할지 고르는 영역이다. 김경철 투자자의 표현을 빌어 W의 영역이라 하자. (이는 후에 상술한다) 쉽게말해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판단하는 영역이다. 원칙대로 한다면, 우리가 애플 주식에 투자할 때, 애플이라는 기업을 고르는 것은 두 번째 더블유의 영역이다. 그리고 이 애플을 얼마에 사고 팔지는 첫번째 트레이딩의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더블유의 영역은 감정의 영역이어야 한다. 이 기업이 사회의 어떤 필요를 수요로 만들고 있고, 제공하는 편익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트레이딩은 이성의 영역이다. 가장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합리적 매매 기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투자든 단기적인 투자든 성과를 이룬다.
그러나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는 반대로 한다. 애플이라는 기업을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분석해서 얼마를 벌고 현재 밸류에이션은 멀티플이 얼마라서 비싸고 등등의 접근이다. 그리고 이런 분석이 이뤄진 이후 매매는 감정에 맡긴다. 오르면 더사고 내리면 더판다.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산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10 배 이상 얻어야 할 수익은 10-20%에 만족하고, 단기적인 트레이딩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적게 벌고 많이 잃게 된다.
공포와 탐욕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라고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약간의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시장이 급락하고 급락해서 내 주식과 계좌가 반토막이 나면 둘 중 하나다. 공포에 모두 팔기 아니면 자포자기. 둘 다 모두 공포를 이긴 것은 아니다. 반대로 주가가 끝없이 오르면 탐욕에 팔라는 말은 전혀 약발이 없다. 이미 10배 오른 주식인데 시장에서 폭등, 급등 얘기가 나오면서 네이버에서 유튜브에서 온갖 급등 얘기를 하다 보면 지금 안사면 나만 손해보는거같고, 지금보다 2배는 갈 거야는 신념으로 지르게 된다. 결국 상투 잡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간의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수십만 년간 철저하게 훈련된 고등한 존재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공포와 어려움은 피해야 하고, 먹을 것이 있으면 실컷 탐욕을 부려야 한다.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산다는 인류의 시작부터, 깊게 깊게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명령체계이다. 굳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아도 말이다.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다윈은 이렇게 적었다. 종의 분화를 기록하면서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자연은 차분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화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감정은 비약한다. 따라서 비약을 일삼는 감정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인간, 그 인간의 한 종인 대한민국 개인투자자, 개미는 주식으로 수익내기가 매우 어렵다. 감정은 조변석개, 아니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변하는 감정에 따라 손가락은 mts에서 춤을 추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화장실에서,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침대위에서. 그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내 감정은 비약한다. 아주 자주, 아주 많이.
투자의 원칙: 마음관리 참 쉽잖아요?
투자의 원칙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투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투자는 대상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면 나머지는 위험관리와 자기 절제다. 그것이 전부다. 대다수의 성공한 투자자들의 후기도 비슷하다. 분석이나,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음의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위험관리와 자기절제. 얼마나 쉬운가. 투자에 대한 공부나, 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내 마음만 다스리면 된다니.... 그런데 조금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감정과 이성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고, 공포와 탐욕을 반대로 가야 한다니 말이다. 적고 나면 자기 절제, 마음관리 네 글자다. 그런데 그 마음이 내 맘대로 안된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동학개미를 위한 가장 쉬운 투자라는 책의 원고를 공유하는 것이라 서설이 길었다. 이어서 구체적으로 투자와 트레이딩에 대해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