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맥스 May 08. 2024

이과는 의사, 문과 최종 종착지는?

찬양하라 사교육 10

나는 어쏘 변호사다


나는 어쏘 변호사다. 종로에 있는 대형로펌 4년 차다. 서울대 졸업하고 다시 연대 로스쿨 마치고 다행히 지금 로펌에 들어왔다. 대형로펌 변호사.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고 밖에 나가면 나쁘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삶은 여전히 전쟁이다. 문서 정리에 실무는 모두 내 몫이다. 회의에 들어가도 파트너 변호사들 뒷정리에 늘 일이 산더미다. 경찰 조사에도 동행해야 하고 재판에도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퇴근이 빠른 것도 아니다... 12시 퇴근은 다반사... 그럼에도 나는 문과생들의 로망 로스쿨을 나왔고, 로스쿨의 로망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문과생들의 로망 끝에 서있는 셈이다. 


이렇데 몇 년 더 고생하면 파트너 변호사다. 우리 펌에는 부장검사 출신들 파트너가 많다. 90년대 학번 선배들이다. 작년에 어느 선배는 100억을 넘겼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 또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 비위 맞추고 영업하고 대상포진에 시달려가면서 얻어낸 성과다. 그러나 어쏘인 나에 비하면야 하늘과 땅 차이다. 잘 견디자. 일단 파트너까지는 가보자. 유치원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을 거친 지난 얘기를 해보려 한다.  


행복한 그냥 유치원


우리 때는 영어유치원에 그렇게 많이들 가지 않았다. 그냥 행복한 아파트 단지 유치원에 다녔다. 그냥 행복한 유치원이었다. 특별히 선행을 하지도 않았고 방과 후로 영어 선생님이 아주 가끔 왔던 기억이다. 초등학교 다니면서도 특별히 영어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4학년 올라가면서 동네 영어학원에 다니다말다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영어 때문에 은근 스트레스였다. 어릴 때 영어 공부한 친구들이 영어를 엄청 잘하지는 않지만 뭔가 쉽게 영어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유치 초등 때 청담 정상 이런데라도 열심히 다녔으면 좋았겠다는 후회는 고등학교에서 하게 됐다. 


내신은 학원덕 


우리 아버지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91학번이다. 당시 학력고사 전북에서 1등을 하셨다고 하는데 근거는 없다. 다만 공부는 잘하셨던 거 같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공부 안 하고 친구들과 롤러 타러 다니고 그랬다는데 1학년 여름방학에 스님을 만나서 따라서 절에 가서 그때부터 공부올인하고 서울대 경영 갔다고 그러셨다. 그러면서 늘 공부는 때가 있으니 놀고 싶을 때 놀라고 하셨다. 내가 제일 듣기 말 중 하나였다. 


아버지 때처럼 놀다가 각성해서 고등학교 2학년부터 열심히 해서 학력고사 잘 봐서 대학 가는 시스템이 아닌데... 여하튼 그래도 이해해 주는 엄마덕에 수학 국어 영어 학원 다니면서 내신 챙기고 덕분에 수시도 상위권 대학에 쓸 수 있었다. 특히 동네 학원인데 수학 김** 선생님 덕분에 수학은 확실히 잡고 갔다. 그분은 아직도 우리 동네에서 학원하고 계신다. 내신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수시에서 광탈하고 정시에 운 좋게 서울대 경제과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같았던 대학생활


고3 11월부터 놀기 시작해서 다음 해 2월까지 천국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점전쟁이었다. B는 받으면 안 된다. 무조건 A이상이어야 뭐를 해도 할 수 있었다. 행시를 볼까 로스쿨을 갈까 대학 입학하자마자 결정이다. 우리 때는 행시인기가 많이 떨어졌다. 일단 세종 가야 하는 것이 뼈를 때린다. 세종 가서 어떻게 살지.... 서울 아니고 지방인데... 거기에 월급이 너무 짠하다... 대기업 가는 친구들의 절반도 못 미치는 월급... 맞벌이 아니고서는 생존이 어렵다. 거기에 요즘은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50 넘으면 국장 마치고 퇴직하는 공무원도 많다고 한다. 철밥통도 아닌 셈이다. 50 넘으면 민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국장급 공무원이 많다고 하는데 굳이 행시를 봐야 할까... 


행시로 안 가니 로스쿨이 박터진다. 문과생들 누구나 일단 로스쿨은 노려본다고 할 정도다. 서울대 로스쿨을 목표로 학점관리 리트대비 여기에 자격증까지. 세부 계획을 마쳤다. 서울대 로스쿨 150명 선발에 입학 평균 학점이 4.17이다... 상위권 가려면 4.2다. 4.3만 점에 4.2면 거의 전 과목 에이플러스다. B가 하나도 있으면 안 되는 무결점의 혈투를 벌여야 한다. 아르바이트할 시간도 없다. 대학생활의 낭만? 사치다. 상위 로펌에 가려면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해서 1학년부터 CPA시험을 준비했다. 운이 좋았다. 4학년 되던 해에 합격했다. 


그러나 운은 거기까지였다. 학점이 조금 부족했는지 서울대 법대는 불합격. 연대 로스쿨로 방향을 틀었다. 고등학생 같았던 아니 오히려 고3 때보다 더 공부만 했던 4년이 지나고 다시 로스쿨 시작이다. 다시 공부지옥이다. 상위권 로펌에 가려면 좋은 학부에 좋은 로스쿨에 좋은 학점에 좋은 자격증에 집안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다시 이제는 탑 3 탑 5 로펌을 들어가기 위한 관문을 뚫어야 한다. 


이러니 의대지...


대학 4년에 군대 2년 로스쿨 3년 총 9년을 고등학교 이후에 준비한 것이다. 이과는 고등학교에서 승부가 갈린다. 의대냐 아니냐. 의대 들어가면 이후는 고민이 없다. 그러나 문과생은 대기업에 가든지 행시나 고시에 도전하든지 로스쿨에 도전하든지 다시 시험에 든다. 그리고 로스쿨에 가도 다시 또 다음 관문을 향해 달려야 한다. 시간도 9년이다. 의대가 6년이라고 하지만 군의관 3년은 직업인으로 가는 것이니, 전공의과정까지 해도 의대나 로스쿨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수입으로 보면 의사 평균 소득이 4억, 변호사 1억 원.... 지방 로스쿨 나와서 개업하는 친구들 고려하면 지방 의대 나오는 것이 훨씬 쉬운 선택이다. 




*찬양하라 사교육 시리즈를 마친다. 문과에서 만난 여러 학생들과 선배들의 경험을 토대로 하나의 인물로 정리해 보았다. 사교육도 교육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이 인성과 지성의 개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길 바라면서 시리즈를 마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