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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이런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초희 작가님의 <조선시대 인물사>

by 힘날세상



브런치에서 초희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출판 소식을 들었다.

조선시대 인물들의 MBTI를 추정해 보는 글인데 마음이 확 끌렸다. MBTI라는 게 꼭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요즘에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지만, 역사적 인물들을 바라보는 색다른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을 만나고 여기저기 넘겨보며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는 즐거움도 내던지고 총알배송을 자랑하는, 그래서 좋은 알라딘에서 주문했고, 다음날 받았다.


두꺼운 책이었다.

표지에서 작가는 10대의 청소년들을 부르고 있다. 브런치에 실리고 있을 때와는 조금 다른 옷일 입은 것이다. 브런치에 실린 글과 비교해 봤다. 브런치에서부터 관심을 두었던 '정여립' 편을 살펴보니 청소년 층을 위한 배려인지 단어나 표현을 조금씩 수정해 놓았다. 아마 출판 과정에서 책의 독자를 청소년으로 설정한 듯하다. 작가님이 역사, 특히 조선시대를 전공한 분이고, 역사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심화학습을 위한 교재 같은 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역사, 특히 인물에 관한 글을 쓰려면 정말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작가님이 교과서를 쓰다가 착안했다고 하니 나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인물들을 선정했을 것이다. 이 책이 좋다고 느낀 것은 당대의 정치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초등학교 4학년 손녀가 생각났다. 책을 좋아해서 무지무지한 남독濫讀을 하고 있는 아이. 읽을 수 있을까? 사실 역사는ㅡ역사가 아니더라도 그렇지만ㅡ 어느 정도의 자기 판단력이 필요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손녀에게 읽게 하려면 어느 정도의 독서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이런 책은 필요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심화학습 교재 같은 책 말이다.

국사 시간에 듣게 되는 그 많은 내용. 세종 때 만들었다는 과학 발명품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름만 듣고 그것으로 끝난다. 자격루에 관한 내용이 수능시험에 출제된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격루에 관해서는 이름만 들어봤지 그렇게 세세한 내용은 처음 봤을 것이다. 또 조선시대 학자들이 지었다는 책도 쉽게 번역하여 출판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핏 생각나는 것으로 이익이 지었다는 <성호사설> 같은 것 말이다. 조선시대에도 방정식이 있었다는 내용을 수능국어 지문에서 읽게 될 줄이야.

초희 작가님께서 이런 책도 출판해 주시면 좋겠다.


각설하고

<조선시대 인물사>를 받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여립 편을 읽어봤다. 여립은 왕후장상에 어디 씨가 따로 있겠냐며 소위 대동사상을 주창했던 인물이다. 그로 인해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몰려든 사람으로 대동계를 조직하여 진안 죽도에 서실을 짓고 천반산을 무대로 활동했었다. 지금도 천반산에는 그와 연관된 지명과 성터가 남아있다.

그는 반역자로 고변되어 스스로 자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역사가 승자를 위주로 기억된 탓에 여립은 반역자로 기록되었다. 심지어 7살 때 자기 집 여종을 살해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최근 학자들은 그가 음모에 휘말려 희생되었다고 주장하며 다른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기술하고 있긴 하지만,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못할 위험한 선비', '조선의 볼드모트' 같은 소제목을 달아 정여립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출생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세상을 혁신해야 한다며 대동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에 맞춰 보는 학자들은 영국의 크롬웰에 빗대어 공화정을 주장한 혁신파로 제목을 달기도 한다.


대학생 때부터 정여립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그의 죽음에 대해서 문학적 상상력으로 글을 써보기도 했다. 천반산의 봉우리를 뛰어 다녔으며 왜구를 무찌르기도 한 대동계원을 거느린 정여립이 일개 진안현감 앞에서 자결했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상상이 끼어들 충분한 여지가 있지 않을까.


https://brunch.co.kr/@@9wDN/178



이 책은 조선시대 역사를 전공한 작가가 정치가 뿐만 아니라 이슈가 될 만한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객관적 입장에서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는데 제법 두껍다. 그렇다고 해도 작가가 친근한 말투로 서술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읽기에 적당할 것 같다. 물론 성인들도 MBTI와 관련지어 읽어보면 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겠다.


이런 책을 출판한 초희 작가님의 혜안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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