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위하여
ㅡ오늘이 입춘이네.
ㅡ入春이 아니고 立春이라는데.
ㅡ봄이 일어선다!
ㅡ겨울에 짓눌려 있던ᆢ
ㅡ재밌네.
ㅡ재밌지.
ㅡ입춘이면 뭐 해. 내 마음이 한겨울인데.
ㅡ마나님께서 왜 이러실까.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ㅡ속이 확 풀리는 짬뽕.
ㅡ가자.
ㅡ귀찮아.
ㅡ낼 아들 온다는데 맛난 거 사 오겠지?
ㅡ누가 맛난 거 사 오래. 내 말은ᆢ
ㅡ그만해. 아직 때가 아닌 거지. 인연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건가.
ㅡ대만 천화궁에서 월하노인께 그렇게 부탁했건만.
ㅡ복채를 안 줬잖아.
ㅡ복채함이 없었잖아. 손에라도 쥐어줬어야 했나.
ㅡ그런 생각 버리고 뒷산이나 가지. 눈 덮인 호수나 내려다보자.
ㅡ숲도 황량하기만 할 텐데.
ㅡ그게 겨울숲이잖아.
ㅡ겨울숲?
ㅡ겨울숲.
ㅡ역시 겨울이라고 황량하네.
ㅡ겨울 아래에서는 그래도 새로운 것들이 힘을 모으고 있을 건데.
ㅡ새로운 것들?
ㅡ새로운 것들.
ㅡ식물들은 참 좋겠다.
ㅡ왜?
ㅡ새로움이라는 걸 느껴보잖아.
ㅡ힘겹게 몸부림한 후에야 얻을 수 있는 건데.
ㅡ겨울을 견뎌내야 하기는 하지만.
ㅡ아린芽鱗?
ㅡ겨울눈을 온몸으로 감싸고 추위를 견디다가 터지고 갈라진다는.
ㅡ단단한 아린이 갈라지고 터질 때의 아픔이 꽃을 피우고 잎을 만든다는 건데ᆢ
ㅡ새로움도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네.
ㅡ차범석의 희곡인가?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
ㅡ아픔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는 건데.
ㅡ헤르만 헷세
ㅡ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ㅡ데미안
ㅡ전쟁에 나서는 독일군 병사들의 호주머니마다 들어있었다는.
ㅡ아린은 그럼 데미안인가.
ㅡ그러면 꽃과 잎은 싱클레어?
ㅡ너무 비약이 심한가?
ㅡ깨우침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ㅡ겨울이 그런 거로군.
ㅡ겨울은 검은색이야.
ㅡ검은색?
ㅡ모든 것을 다 섞어서 품고 있는 세월의 종착지.
ㅡ그래서 겨울 다음이 봄인 거로군.
ㅡ꽃이 피겠지.
ㅡ꽃이 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