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영어 놀이터에 데려다주고 기다리는 시간에 집 아래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이 꼭 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이 서점은 푹신한 소파가 있어서 아예 자리를 잡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대놓고 읽다가 가도 되는 것인가. 나는 얼굴이 부끄러워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
신간 서적을 늘어놓은 곳으로 간다. 우리나라 수필들이 놓여 있다. 100세를 넘게 사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환하게 웃고 있는 책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 곳에서 보았는데 이분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후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요즘에는 등단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쓴 책이 많다. 살면서 지지고 볶아댄 삶의 이야기들이다. 어찌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니, 결국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눈이 끌리는가 보다. 진열된 책 중에 MBTI에 관한 책이 있다. 몇 장 넘겨 보니 흥미가 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Isabel Briggs Myers와 Katharine Briggs가 심리학적 유형(Psychological types) 이론에 근거하여 사람들의 성격 특성을 분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한 성격 유형 검사이다. MBTI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인지(에너지 방향), 인식, 판단, 인간관계를 접근(생활양식) 하는지에 따른 4가지의 선호 지표와 16가지의 다른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MBTI는 8개의 알파벳의 조합으로 분석가형(INTJ, INTP, ENTJ, ENTP), 외교관형(INFJ, INFP, ENFJ, ENFP), 관리자형(ISTJ, ISFJ, ESTJ, ESFJ), 탐험가형(ISTP, ISFP, ESTP, ESFP)으로 직업 및 성격을 분류한다.
I와 E는 에너지 방향에 따른 분류이다. I는 에너지 방향이 안쪽으로 향하는 내향형(Introvertion), E는 에너지 방향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외향형(Extravertion)이다. 내향형 I는 내면세계를 중시하는 유형으로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이며, 좁고 깊은 대인관계를 선호한다. 외향형 E는 외부 세계를 중시하는 유형으로, 활동적이고 열정적인 성격이며, 넓고 완만한 대인 관계를 선호한다.
S와 N은 정보의 인식 방법에 따른 분류이다, S는 오감으로 정보를 인식하는 감각형(Sensing), N은 영감으로 정보를 인식하는 직관형(Ntuition)이다. 감각형 S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상황과 일에 대해 고민하고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직관형 N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S와 N은 MBTI 네 가지 알파벳 중에서도 선호보다는 기질에 가까워서 거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T와 F는 판단 기능에 따른 분류이다. T는 사고형(Thinking)으로 진실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유형이고,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F는 감정형(Feeling)이다. 사고형 T는 fact와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분석하여 논리적으로 어떤 게 맞고 틀린 지 알아내는 토론과 논평을 좋아한다. 반면, 감정형 F는 사람과 관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느끼며 상황적으로 어떤 게 좋은지 나쁜지 의미를 파악하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다.
마지막으로 J와 P는 행동 방식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인데, J는 판단형(Judging)으로 상황을 판단하고서 행동으로 옮기는 유형이고, P는 인식형(Perceiving)인데 상황을 인식하며 행동하는 유형이다. 판단형 J는 자신이 정한 목적과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기한을 엄수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달성해 나가는 반면, 인식형 P는 목적과 방향을 정해두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수정해 나가며 개방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무료로 검사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서 검사를 해 봤다.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데 INFJ라며 자세한 설명이 있다.
INFJ “선의의 옹호자”
선의의 옹호자형은 가장 흔치 않은 성격 유형으로 인구의 채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고유 성향으로 세상에서 그들만의 입지를 확고히 다집니다.
이들 안에는 깊이 내재한 이상향이나 도덕적 관념이 자리하고 있는데, 다른 외교형 사람과 다른 점은 이들은 단호함과 결단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라는 이상향을 꿈꾸는데 절대 게으름 피우는 법이 없으며, 목적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이행해 나갑니다.
INFJ 특징은 인내심이 많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나며 화합을 추구합니다. 창의력이 좋으며, 성숙한 경우엔 강한 직관력으로 타인에게 말없이 영향력을 끼칩니다. 독창성과 내적 독립심이 강하며,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영감을 구현시켜 나가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많습니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편입니다. 한 곳에 몰두하는 경향으로 목적 달성에 필요한 주변적인 조건들을 경시하기 쉽고, 자기 내부의 갈등이 많고 복잡합니다. 이들은 풍부하고 감성적인 내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읽어보니 상당 부분이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 깊은 산속에 들어가 정말 ‘자연인’으로 살아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한 대로 이 낯선 도시에서 ‘도시인’으로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바로 INFJ 유형이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어떤 유형이든, 어떤 모양으로 살든 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우며,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산다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게 되어 결국은 혼자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도 소원해지고, 자식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삶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다리의 힘도 많이 풀려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도 점점 줄어들면 결국은 집에서 뒹글뒹글 놀아야 한다. 화초 잎이나 닦아주고, 소파에 누워 가벼운 수필집이나 읽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외롭다는 생각이 아니라, 편하고 좋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INFJ라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