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의 블로그 자기소개에서 '미모는 계속됩니다'라는 글을 봤다. 처음에는 허허 웃었다. '미모에 관심이 많은 분이구나.'하고 지나치려는데 어딘가 문장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검색창에서 찾아봤지만, '미모美貌 : 아름다운 얼굴 모습'이라는 사전적 의미와, 가게 이름, 방송인 등으로 알려준다. 그런가 하고 지나갔다.
그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다가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주운전 트럭에 치어 6분 동안 사망했다가 살아난 할 엘로드 Hal Elrod라는 사람이 쓴 자기 계발서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규칙적인 루틴으로 운동, 공부, 독서를 하면서 자신감과 자기 효능감을 키워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미모’는 바로 그 ‘미라클 모닝’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긍정적인 마인드로 키워가면.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기도 전에 고개부터 흔들었다. 나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새벽에 일어날 수 없는 올빼미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날이면 온종일 몸과 마음이 피곤하여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겨울, 밤은 참 길었다. 라디오는 긴긴밤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서 흘러나오는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방송국에 보낼 엽서를 쓰면서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치기(稚氣)를 낭만이라고 받아들이는 밤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밤에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다가 잠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저녁형 인간이 되었다. 몇 시간을 자던 늦게 일어나면 몸이 개운했다. 여섯 시에 일어나는 것과, 일곱 시에 일어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네 시간을 잤어도 일곱 시에 일어나면 세상을 뒤엎을 만큼 힘이 넘쳤다.
모든 일은 밤에 했다. 9시 정도에 책상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썼다. 책을 읽었고, 소설과 시를 필사했다. 때로는 밖으로 나가 땀에 흠뻑 젖도록 달리기도 했다. 살아가는 길을 돌아보고, 내다봤다. ‘아침에 일어나는 새가 벌레는 잡는다’는 말과 맞서며 밤 동안에 나를 만났다. 새벽녘까지 불을 밝히고 마음을 열어 두었다.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즐거웠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꾼다. 늘 발전하고 싶고, 앞서가고 싶어 한다. 그것을 자기 계발이라고 부른다. 자기 계발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는 삶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서점에 갔다가 나를 위한 책을 발견했다. 『아침이 달라지는 저녁 루틴의 힘』이라는 책이다. ‘설레는 하루를 만드는 똑똑한 저녁 사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 <류한빈>은 퇴근하고 나서 유튜버로, 온라인 클래스 강사로, 플래너 제작자로, 연극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프로 N잡러이다. 그는 ‘저녁 루틴’을 말한다. ‘저녁 루틴’은 ‘저녁 시간표’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저녁 시간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반복하는 것이다. ‘저녁 루틴’에 따라 행동하면, 일정한 시간에 저절로 몸과 마음이 살아나게 되고 자신의 정신이 깨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서레이대 사이먼 아처 교수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은 수면 유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PER3의 길이가 길고, 저녁형 인간은 짧다고 한다. 그런데 이 PER3의 영향은 청소년 시기에는 강하지만 40대가 되면 유전적 유형보다는 사회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아침형 인간은 오전에 좋은 성과를 내지만 점점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저녁형 인간은 저녁이 될수록 인지능력과 성과가 좋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자신이 세운 루틴에 따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을 소위 저녁형 인간으로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미라클 나잇’의 루틴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