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를 거대 양성하는 교육, 한국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우울하다.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1위인 동시에 수학 점수가 세계 1위라는 데이터를 종종 접한다.
실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살인적인 수학 공부에 시달린다.
도대체 그놈의 수학은 살면서 어따가 써먹는다고
아이들의 목숨을 1년 평균 250명이나 앗아 가는 걸 확인하면서도 그토록 고수해야 하는 걸까?
한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1/3이 상시적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 모든 시간은 괴롭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공부를 억지로 하는 시간은 지루하고 견디기 어렵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월급을 받아도 회사에 구속당한 에너지와 시간들이 괴롭다.
어른들은 저녁 6-7시가 퇴근이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의 공식적인 일과 종료가 밤 10시다.
학교의 자율 학습이 끝나면 그 시간에 또 학원을 가는 학생들도 많다. 그럼 12시가 넘어야 귀가를 한다.
좋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니 하루하루 얼마나 괴로울까?
너무 불쌍하다.
우리 집의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그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밝은 편이다.
집에선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나마 자유로운데 학교에 가면 여러 가지 제약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엄마, 우리 학교는 웃지도 못하게 한다. 웃지도!!"
"뭔 말이야?"
"오늘 선생님이랑 개인 면담을 했는데 내가 평소에 표정이 너무 밝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늘 진중하고 고뇌하는 표정이어야 하는데 나보고 매일 웃고 다닌다고... 아놔 ~ 무슨 학교가 웃지도 못하게 하냐?"
선생님이 딸과 면담에서 공부에 열의가 없는 태도를 지적하며 저런 말씀을 하셨나 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우울한 게 정상이고 우울하지 않으니 공부를 안 한다는 해석이다.
맞다. 우울과 공부는 이미 한 세트다.
우울증,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마음의 병이다.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이미 우울감을 잔뜩 축적해서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그토록 원하던 소위 좋은 직업을 갖게 된 사람들이 정신과를 더 많이 찾아간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면 행복하다고 해서 극한 우울감을 견디며 죽으라 견뎠는데,
그래서 결국 원하는 걸 이뤘는데 현실은 더 불행하고 더 우울하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치열한 공부의 대가로 돈은 많이 벌지 모르지만 결국 고소득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
알고보면 고소득 노예는 저소득 노예보다 더 불행하다.
돈을 많이 벌지만 돈을 쓸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하고 일에만 몰두해야 하는 현실이 많기 때문이다.
운 좋게 우울증이 아니라 해도,
청소년기가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저토록 억압된 스트레스를 견뎌 소위 성공이란 걸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욱 할 때마다 "내가 여기까지 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라는 말을 독설처럼 내뱉을지 모른다.
실제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가끔씩 들었던 말이다.
나를 향해 하는 말이 아니었어도 들을 때마다 뭔가 불쾌하고 꺼림칙하고
진심으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한국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우울하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교육을, 교육의 본질에 완전히 반하는 반교육이라 비판하며,
치열한 경쟁 교육 = 야만 교육이라 하셨다.
"요즘은 '#아동우울증'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아이 앞에 우울이라는 단어가 붙다니, 이는 '검은 백마'라는 말과 같아요.
즉, 형용 모순이죠. 아이들이 어떻게 우울할 수가 있어요?
아이들은 온 세상이 놀이터이고,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게 장난감이고 놀이의 대상인데 우울하다니...
그러나 한국의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우울합니다. 너무나 끔찍하죠."
"더 이상 교육을 이런 상태로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교육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면, 행복한 청소년이 될 수 없다.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은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없다.
이런 식이면 결국 온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다.
점점 끔찍한 세상이 되는건 아닐까 무섭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