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다.
동갑인 2명의 배우가 주인공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동안 A 배우의 얼굴이 뭔가 울그락 불그락 편치 않아 보였다.
피부 조직이 늘상 항진되어 고혈압의 조짐마저 느껴졌다.
직업이 건강상담이다보니 영화를 보면서도 배우의 건강상태가 체크된다.
A배우에 비해 B배우는 피부도 처지고 언뜻 나이가 더 든 느낌이나 되려 편안해 보였다.
"동갑인데 B배우는 A배우에 비해 나이가 들어보여. A배우가 관리를 더 잘 했나봐"
"아니야! 얼핏보면 A배우가 탄력있고 젊어 보이지만 B배우의 편안한 나이듦이 훨씬 나아.
아마 A배우 보다 B배우가 훨씬 건강하게 오래살껄?"
물론 전혀 증명되지 않은 개인적인 느낌이다.
오랜만에 친구들를 만났다.
"난 이제 다이어트 안해. 다이어트 하니 주름이 늘어 너무 나이들어 보여."
맞다. 나이가 들면 살이 인물이다.
살이 없으면 피부도 처지고 주름도 늘어난다.
40~50대를 지나면서 주름이 급격히 늘기에 몸매가 군살없이 날씬한 친구들보다
적당한 살집이 있는 친구들이 얼굴은 한결 탄력있고 예뻐 보인다.
그러나 건강과는 별개 문제다.
물론 단순 피하지방 부자일 경우는 움직임이 좀 둔해서 그렇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치 않는다.
문제는 내장 지방과 이소성 지방이다.
살이 없는데 배만 나온 경우, 살도 없고 배도 안나왔는데 만신이 아픈경우,
피하지방, 내장지방, 이소성 지방 3가지를 다 가진 경우는 살이 찌면서 만신이 아픈 경우도 있다.
모임에 가장 늦게 도착한 친구가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엄청 빠져서 등장했다.
"왜 그렇게 살이 빠졌어? 어디 아팠어? 아무리 사는게 바빠도 먹느걸 소홀히 하면 안돼."
"별로 아픈데는 없는데 자꾸 살이 빠지네. 나름 잘 챙겨먹는데도 그래."
- 이제 우리 나이가 되면 건강보조제 한두개는 챙겨먹어야 해.
- 000 제품이 좋다해서 먹어봤는데 괜찮더라. 너도 그거 한번 먹어봐.
-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해. 너두 골프 시작해라. 같이 라운딩이나 다니자.
다들 조언을 한마디씩 한다.
예전처럼 마구 먹는다면 예전처럼 살이 쪄야 한다.
그런데 예전처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당뇨초기),
오히려 살이 더 빠진다면(당뇨중기)
아무리 먹어도 급격하게 살이 빠진다면(당뇨말기)
그건 인슐린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 악성 1형 당뇨다.
(말기라도 식이법으로 회복된다.)
친구의 얼굴에서도 1형 당뇨가 보였다.
나는 친구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말은 보통 사람들(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듣지도 수긍해주지도 않는다.
둘만 있다면 또 모를까...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 말이 더 차단당하는 경험은 이미 수없이 해봐서 안다.
그래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하지 않는다.
브런치에서 홀로 외로운 주장을 한
단단한 시간들이 퇴적되어 지금의 최장금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이들은 내 손을 뿌리친다.
(생소한 이야기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으며 브런치 글을 보내줘도 읽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내가 손을 내미는 사람은 나를 밀어내고
내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는 이는 간절히 내 손을 잡으려 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먼길을 돌아 돌아
(병원치료를 포함, 건강에 좋다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내게로 오는 사람들이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저녁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다음주에 다시 만나자.
어떻게 친구를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