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을 겨냥하는 의료계의 가스라이팅
나이가 들면 건강해보이는 사람도 약 1-2개는 먹는다.
고지혈, 고혈압, 당뇨약, 혈행개선제...그들은 정말 환자일까?
혈당과 혈압 기준치 변화의 역사
“건강검진 결과, 공복혈당이 130 나왔습니다. 당뇨병입니다.”
“혈압이 138/89로 측정됐습니다. 고혈압 진단이 필요합니다.”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그런데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정상 범주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복혈당이 140mg/dL 이상이어야 당뇨병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1997년,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기준을 126mg/dL 이상으로 낮췄다. 단번에 수천만 명이 ‘새로운 환자’가 된 셈이다.
또한 같은 해, 식후 2시간 혈당 기준도 세분화되었다. 140mg/dL 이상 200mg/dL 미만을 ‘내당능장애’라 이름 붙였다. 이전까지는 건강한 사람으로 분류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당뇨 전단계 환자’가 되어버렸다.
2009년에는 당화혈색소(HbA1c)가 공식적으로 진단 지표에 포함됐다. 6.5% 이상이면 당뇨병, 5.7~6.4%는 당뇨 전단계로 정의된다. 혈액 한 방울에서 지난 석 달간의 평균 혈당이 드러나는 지표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군’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위험할까?
혈압의 역사도 비슷하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160/100mmHg 이상이어야 고혈압이라 불렀다.
노인이 되면 혈압은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준을 140/90mmHg로 낮췄고,
2017년 미국심장학회(ACC/AHA)는 이를 다시 130/80mmHg로 끌어내렸다.
이제 130mmHg대의 혈압도 관리와 약물치료의 대상이 되었다. 기준이 바뀔 때마다 고혈압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2017년 개정 직후, 하루아침에 약 4,600만 명이 고혈압 환자로 새로 편입됐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합리적인 변화다. “조기 진단 → 조기 치료 → 합병증 예방”이라는 논리는 의학적으로도 타당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의료사회학자 마르시아 안젤(Marcia Angell) 은 이렇게 말한다.
“의료의 가장 큰 시장은 건강한 사람을 겨냥한다. 희귀병은 이윤이 낮지만, 건강한 사람을 교묘하게 환자로 만들면 이윤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 통찰은 오늘날의 현실과 정확히 겹친다. 기준치가 낮아질수록,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이들이 환자로 분류된다. 약이 필요하지 않던 사람이 ‘잠재적 환자’라는 낙인을 달고, 평생 약과 검사에 의존하는 존재로 길러진다.
혈당과 혈압 기준치의 하향 조정은 의료전문가들의 합의로 이루어진다. 자꾸만 낮추다보니 갓 태어난 태아마저 고혈압으로 판정받을 위기다. 미리 예방으로 환자를 도운다고 주장하나, 더 많은 사람을 환자화하여 의료 소비를 확대하는 구조와도 맞닿아 있는 현실도 의심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고혈압학회의 혈압기준치 조정협의에서 혈압의 기준을 더 내리자는 의견에 약제비가 부담되는 서민들의 가정 형편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혈압 기준을 내리지 않았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혈액 수치는 건강은 아니다. 건강을 판단하는 하나의 참고치일 뿐이다.
혈당 수치가 정상을 벗어났다고 해서 삶이 곧 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혈압이 조금 높다고 해서 당장 합병증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준치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균형과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이다. 예방은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아래 30년 경력 의대 교수님도 유투브를 통해 "환자 만드는 현대 의료의 실체"를 꼬집으며 건강검진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지만 당신 자신이라면 건강검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신다.
필자의 조언도 같다. 정기 건강검진을 꼭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필자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병원은 검진과 예방의 유익한 측면만 강조하나 오히려 검진과정에 다치는 경우도 많고 다른 방향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