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잡을 수 있었던 실마리들
30대인 내가 암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암환자라니. 한편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암을 발견해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어떻게 암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걸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기록해 보는 암 발견 히스토리.
첫 번째, 암진단받은 시점으로부터 한 1-2년 전부터 컨디션이 다운되었다. 급격하게 체력이 안 좋아지고 팔도 저리고 시야에 비문증처럼 이상한 것도 보였다. 몸이 이상해졌다는 걸 그래도 조금은 감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양한 병원을 전전했다. 하지만 안과, 신경과, 한의원 어딜 가도 딱히 명확한 진단을 받지는 못했다. 2년 전 유방외과에서 맘모톰 수술을 통해 양성혹을 제거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수술 후에 더 이상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기에 내가 유방암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유방암을 진단받기 전 내가 느낀 두 번째 특이사항은 살이 많이 빠졌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이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고 걱정할 때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 살찌는 체질이 아닌 데다가 아이들 쫓아다니며 육아하느라 살찔 겨를이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물론 유방암 때문에 체중이 감량했는지는 전문의가 아닌 나로서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러던 어느 날, 이제 그만 오라던 유방외과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문자가 왔다. 이런 말 굉장히 잘 듣는 타입의 사람이기에 바로 예약을 했다. 그제야 자가진단으로 가슴을 만져보니 뭔가 딴딴한 구슬 같은 것이 만져졌다. 예감이 안 좋았다.
외과에서 유방 정기검진을 받는 날,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혹이 몇 개 보이는데 세포 검사 결과가 비정형 증식 세포라 빨리 떼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맘모톰 수술 날짜를 잡았다. 2년 전 양성 혹을 제거할 때와는 다른 원장님의 스탠스에 마음이 불안했다. 나는 수술실로 보내놓고, 그때는 부르지도 않던 보호자(남편)를 원장실로 불러 독대하시고 대화의 시간도 제법 길었다. ’나 정말 암이라도 걸린 건 아니겠지?‘ 마음 졸이며 맘모톰 수술을 받았다. 2년 전보다 몸도 마음도 통증이 심했다. 국소 마취를 했음에도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 그런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힘을 주신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들은 몇 살이에요?’ 하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 아직 어린데. 내가 혹시나 몹쓸 병에 걸린 거라면 정말 어쩌지?
그렇게 나의 예감대로 떼어낸 혹의 조직검사 결과는 암이었다. 오류였을지 모를 정기검진 문자를 받았을 때 바로 병원으로 전화해 예약을 했고, 검진을 했고, 비정형 증식세포인 혹을 발견했고, 맘모톰 수술 후 조직검사를 했고, 그 결과를 들은 것이 내가 유방암을 발견하게 된 히스토리다. 청천벽력 같았지만 그때 바로 검진을 받아 얼마나 다행인지 싶다. ‘이제 검진 그만해도 된다더니 왜 또 정기검진 문자가 왔지?‘ 하고 그 메시지를 무시했다면? 정말이지 상상도 하기 싫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꼭 건강검진을 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더불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늘 예의주시하고 관심을 가지는 습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