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복을 세어보게 되는 고난은 축복이다
지난밤에 같은 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선배가 꿈에 나왔다. 친구와 함께 시드니에 간다고 맑은 얼굴로 말했다. 언니, 천국에서는 아픔 없이 잘 지내고 있죠? 어린아이들을 두고 간 선배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시리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 역시 믿기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하루 시간은 잘도 간다. 오늘은 대학병원 첫 진료 전에 mri 촬영을 하러 전문병원에 가는 날이다. 이사 후 친정이랑 꽤 멀어졌는데 굳이 굳이 아빠는 이 먼 길을 또 기어코 오신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아빠의 눈에는 여전히 난 어린 딸아이인가 보다.
mri 전문 병원에서 알게 된 사실. 암환자가 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암에 걸리면 특정산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혹여나 보험 혜택도 못 받을까봐 마음이 초조해져 가지고 있던 사업자도 급히 폐업 신고했다. 폐쇄공포증이 없는 나에게 mri는 생각보다 할만했다. 단지 기계소리가 몹시 시끄러웠다. 귀마개를 꽂아주셔서 다행이었다. 손목에 살 없는 쪽에 주삿바늘을 꽂고 조형제를 투여할 때는 좀 따끔했다. 움직이지 않고 20분은 가만히 부동자세로 있어야 하는데 아빠가 알려주신 팁대로 찬송가를 머릿속에 계속 되뇌었다. 그간 너무 스스로를 채근하며 살아왔던 것 같은데 삶에 있어서 밸런스를 맞추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아볼 수 있는 터닝포인트를 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직 기수도 몰라 내게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주심에 감사하다. 모든 것이 부족함 없을 때는 오히려 불평이 무의식 중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고난이 축복이 되기도 하는구나 마음을 다독여본다.
아픈 덕에 아빠랑 데이트도 자주 하게 되는 기분이다. 자주 얼굴 뵐 수 있어 좋다. 물론 부모님 마음은 너무 아프시겠지만 이미 생긴 암세포인데 어쩌겠는가. 앞으로 더 건강해져서 효도할 일만 남았다. 며칠 전부터는 속이 자꾸 안 좋다. 예전 같았으면 이러다 말겠지 쉽게 지나쳤을 일인데 자꾸 내 몸을 들여다보고 관찰하게 된다. 이것 또한 감사제목이다. 오늘의 감사일기. 매일 나를 더 돌아보게 하심에 감사. 가족들에게 더 애틋한 마음을 주심에 감사. 기도와 사랑 많이 받게 하시니 감사하다. 겉으로 보기에 최악의 순간에 감사의 마음이 가득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건강을 회복하고도 이 마음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