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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형인 Dec 03. 2023

입은 무거운 게 좋다, 하지만 과묵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삶의 지혜 - 08

사람을 만나면서 대화의 필요성을 많이 깨닫기 시작한다. 인간관계에서 대화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대화가 오가고 나 또한 그 대화의 패턴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입은 무거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20대 때 이런저런 이야기에 어울리면서 충분히 경험한 후 내린 결론이다. 내가 생각하는 입이 무겁다고 말하는 정의는 "나 자신과 내가 이야기를 하는 상대와 직접 관련이 되지 않는 일은 굳이 말하지도 전하지도 않는다"이다.


쉽게 말하자면 험담을 하지 않는다 해석이 될 수 있겠다. 누군가 특정한 사람을 험담할 경우에는 꼭 반드시 그 일과 관련이 없는 당사자에게 말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다. 실제로 내가 험담을 하는 것을 듣는 사람은 그 일과 관련이 전혀 없다. 진짜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험담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에 추천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비밀을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다. 비밀을 보장해 줘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실만으로도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실일 수도 있고, 나에게만 어렵게 말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입이 가벼운 사람은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아는 걸 원치 않았는데, 너에게만 말한 건데"라는 서운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별거 아닌 부분이 그 당사자에게는 눈치를 볼 정도로 별것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입이 무거울 것을 감히 추천을 한다.


입이 무거우면 인간관계 이외로 오히려 그 상대를 밑바닥까지 전부 다 알아볼 수 있는 우위를 선점을 할 수 있다. 이점도 나는 솔직히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입이 무겁도록 노력하는 경우, 그냥 성격 자체가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단련이 된 경우를 절대 못 이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강조할 장점에 넣지 않겠다.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피곤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어서 입을 무겁게 하는 것은 그냥 입이 무거운 게 좋아서 입을 무겁게 하는 것이랑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제로 사람 자체가 무거운 사람이 있다.



사람이 상대방에게 해도 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이 사실은 내가 10대 시절부터 30대를 거쳐오면서 제일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이다. 사람관계가 뭔지 모르는 시절에는 그저 사람을 순전히 믿었고 내가 하는 말과 속마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겠지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비치면 오히려 손해를 본 다는 사실을 너무 뼈저리게 일찍이 깨우친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슴이 시리지만 당연한 현실인 것 같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가 상대방에게 해서는 안될 금기어가 보통 일반적인 금기어도 있지만 각각 개개인의 성형이나 배경에 따라 특정된 금기어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걸 누군가에게 기분을 해치지 않도록 잘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오히려 부딪히면서 잘 해결할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게 제일 빠르다.


입이 너무 무거워도 안 좋다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한번 바뀌서 말해보겠다.


세상과 담을 쌓고 사람과 담을 쌓으며 혼자서 외롭게 지내고 싶으면 입을 철저히 무겁게 해라.


내가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입이 가벼운 사람들도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유형이었으나 제일 상대하기 힘들었던 유형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쉽게 말하지만,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사회생활 하면서 당연히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나 불만사항, 개선 사항도 전혀 토로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친구 관계에 있어서는 서운한 점이나 내가 무슨 일이 있어서 바쁘거나 사정이 생겼다는 사실조차 말해주지 않는 사람이다. 속마음을 왜인지 꽁꽁 숨기고 입을 무겁게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지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것 같다.


이 유형이 나에게 너무 어려웠던 이유를 한번 말해보겠다.


입이 너무 철저하게 무거운(이게 입이 무거운 건지 모르겠다) 사람하고 무슨 약속을 잡거나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이 반드시 일어난다. 일이 일어나면 상대방에게 무슨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들리는 대답이라곤 호의와 상냥한 말의 일색이다. 문제는 호의와 상냥함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이 터지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일을 해결을 할 수 있을 텐데 무조건적인 "괜찮아, 다음에, 별수 있나" 이런 말은 당장은 상대방에게 안심을 시킬 수 있다. 이게 일시적인 게 문제인 거다. 사람의 사정이나 상황 등 속마음이 완전히 배제되게 되면 상황과 상황이 맞물리는 원인과 결과가 완전히 텅 비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텅 비어버리면 어떡한가? 이 상황은 매우 매우 불친절한 상황이다. 입을 무겁게 다무는 당사자에게는 별 타격이 없지만 다른 이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상황의 원인과 상황파악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물론 이 상황이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큰일이 될 수 있고 진심일 수 있는 경우에는 달라진다.

이유도 모른 채 닥친 상황을 파악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고 주변사람에게도 물어봐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내가 모르는 상황을 주변 사람들은 알 가능성이 높고 주변사람들은 내가 몰랐던 사실이나 일을 알고 있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이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는 일이 꼬이거나 잘 안 풀리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솔직하게 불만을 토로하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클라이언트랑 잘 맞았다. 하지만 정중하게 말하느냐 예의없게 말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주변에게 물어보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이 느껴진다. 이게 결국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불친절하게 입이 무거운 경우가 이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은 필요에 따라 입이 무거워야 하지만, 필요에 따라 속마음을 털어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조금이라도 못난 모습을 보여도 되는 사람에게는 털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이 무겁다는 것은 참으로 큰 의미를 품고 있고 입을 열어 말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것을 맞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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