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형인 Nov 28. 2023

티끌 모아 태산, 그 과정에서 티끌이 되는게 훨씬 쉽다

삶의 지혜 - 07

첫 사회생활을 25살에 시작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빠른 나이 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해도 결국 살아가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곤 하는데, 그 공통점 중 하나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원래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티끌 모아 티끌인가? 티끌 모아 태산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쌓아 올리는 것은 어렵지만 쓸려가는 것은 매우 쉽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모으고 쌓아가는 것보다 사용하고 무너뜨리는 게 훨씬 더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티끌 모아 티끌이 요즘사람들 말이 된 게 어떻게 보면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을 그렇다고 무시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첫 직장을 다니던 시절 내 월급은 디자인 직종이면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듯, 최저임금의 자그마한 액수였다. 그때 나는 자취를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품었고 주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내가 사회초년생이었고 그때 당시 월세만 해도 원룸이 500/50 ~ 1000/50 이 정도 하는 곳에서 살아도 돈은 진짜 순삭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실은 그랬다. 그래서 이제 막 아무것도 모은 것 없이 첫 월급을 몇백만 원 쥐어든 사람이 어떻게 독립을 하겠는가?


그때 나의 자발적 편의점 점심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 저녁 두 끼는 집에서 집밥을 먹으니깐 회사 점심은 그냥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치우자 이런 생각으로 다녔던 것 같다. 실제로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었던 때라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만 참으면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잔뜩 먹을 텐데!!

하지만 첫 1달이야 쉬웠지, 몇 달이 지나면 진짜 월급이 많이 쌓이고 그만큼 한 번쯤은 이거 먹어보고 저거 사 먹어야지 라는 유혹이 온다. 그 유혹도 유혹이지만 잔액을 딱 맞추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때 당시 나는 월 100만 원씩 적금을 들어서 2년 동안 적금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그때 출판 제안이 예기치 못해 들어와 그 기회를 잘 잡아 수중에 4천만 원 가까이의 돈이 들어왔다. 하지만 몸이 약한 체질 때문에 병원 등 다닐 일이 많아 마이너스를 감안하면 2천만 원 정도를 모은 셈이다. (그때 동생이 귀엽다는 이유로 데려온 강아지가 관리가 잘 안 되어 내가 직접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정기 접종도 하고 건강검진도 하고 아프면 약도 먹이고 내 사비로 동생 강아지를 키웠다. 왜 개에게 돈을 많이 쓰냐고(?) 화내는 아버지랑 맞짱도 뜨고 그랬다. 그때 그 친구 애견용품도 내가 사놓은 용품도 꽤 많다ㅠㅠ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월급으로 내가 이렇게 강아지에게 돈을 이만큼 쓸 수 잇었던 게 대단하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너무 일찍 건너서 슬프지만..ㅠㅠ)


난 독립을 했다. 지금도 자취생활 중이다. 이제 결혼을 준비 중이다.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 진짜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달콤한 기쁨은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했지만.. 진짜 몸고생과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나는 첫 직장에서 초등학생 입맛, 편의점 입맛이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차곡차곡 쌓인 100만 원은 1년 반정도만 되어도 천만 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기회가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엄청난 미식가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ㅎㅎ 지금은 내가 가는 맛집마다 성공률이 높아서 예비남편이 엄청 살이 쪘다... 진짜 한순간 한순간 유혹이 강렬하고 어렵지만 그 유혹을 이기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사회초년생 때 아주 깨달았다.


티끌 모아 태산은 돈에만 유효하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유효하는 것 같다. 노력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노력을 단번에 아주 크게 노오-력! 한다고 큰일이 생기거나 출판사에서 책을 써주십시오라고 제안이 덜컥 오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 로또와 같은 바람일 뿐이다. 이루어질 확률은 현저히 적기 때문에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작은 일부터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노력의 티끌 모아 태산이다.


독서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독서도 단번에 한 권을 다 완독 하기 어렵지만 (특히 독서를 많이 안 하는 사람에게는 극심한 고통이라고 한다) 하루 10분씩만 읽어도 3달 후에는 하루 1시간 독서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는 집중력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어릴 적에 독서를 많이 했지만 지금 사회에 치이고 치여 느슨 해신 독서 근육을 매번 1시간 독서로 다시 만드는 중이다.


운동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2023년 초부터 이제 꼭 운동을 해야지 작정하고 운동플랜을 내 화장실 문 앞에 붙였다. 원룸이라서 화장실 문 앞에 붙여야 다 보인다. 그걸 딱 보고 운동을 하는데 매일매일은 못해도 1주에 2회는 꼭 한다. 그 운동목록 중에 팔 굽혀펴기가 있는데 내가 제일 잘 못하는 종목이다.

처음에는 1회도 못해서 피픽 쓰러졌는데 그때 운동을 다니던 선생님께서 팔 굽히기 힘들다면 그냥 살짝만 굽히는 척이라도 10번은 꼭 채우라고 하셨는데 그게 진짜 효과가 있다. 지금은 부들부들 떨면서 10회 팔 굽혀 펴기가 가능하다. 앞으로 더 단련해서 20회로 늘릴 날이 오길!


대출도 똑같이 티끌 모아 태산이다. 이건 진짜 무서운 말이다. 대출을 소액대출로 하면 너무 작고 쉬우니 한번 다 갚고 또 하는 경향이 아주 많다고 한다. 그래서 소액대출이 모이고 모여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아주 크게 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경제 지갑은 원자폭탄이 펑하고 터지는 것임을 누가 그때 알고 대출을 질렀겠는가!

그리고 반대로 갚는 과정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아무리 큰 대출이라도 착실하게 알뜰하게 살면서 갚고 갚다 보면 잔액이 많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 그래서 대출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현명한 쪽으로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사업을 하면서 사업자금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걸 지금은 다 갚았는데 생각해 보니 진짜 감사하다)


불평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불평도 불평을 하다 보면 불만이 되고 어느 순간 내 인생이 그냥 암울해진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벗어나고 보니 더 조심하게 된다. 긍정도 티끌 모아 태산이라서 긍정적으로 살수록 좋은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주식도 요즘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내가 읽고 있는 책이 그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결론은 롱런은 끈기와 강철 멘털이 없으면 못한다는 말이다.


진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사실이 참 놀랍다. 하지만 그 말을 듣다 보면 인간적으로 제일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일까? 티끌 모아 태산인 건 잘 알지만 내가 너무 힘들 거 같아! 이것도 하고 싶은데 너무 아까울 거 같다, 지금 당장 못 즐기자니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다.


티끌 모아 티끌은 너무나 쉽고 달콤하고 아주아주 행복한 선택이지만 태산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나 고된 길이다.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들 것 같다.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하지만 너무 힘들게 살지 않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백만 번 옳다, 그것이 독서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