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는 개별성을 존중하는 서구의 덕목이다

서양인에 대한 단골 키워드, 개인주의를 재해석하다.

by 명형인
나는 "나"라는 나라에서 왔다


나는 미국에서 11여 년을 살았고 한국에 와서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뼛속까지 서구인인 덕택에 주변 한국인들에게

오해를 많이 산다.

처절한 개인주의자, 냉혈한, 개방적이나 알게 모르게 보수주의적인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이야.

뭐, 그렇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서구적인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오해들 중 큰 비중을 이루는 게 행동, 말투, 그냥 대놓고 형인이 자체가 이상하다는 자신의 인격 자체를

큰 문제로 삼는 오해들인데, 대한민국 어딘가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머나먼 바다를 건너와서

나랑 비슷한 이슈로 큰 고통을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동양과 서구의 개념을 다루면서 풀어나가고자 한다.


동양은 대부분 전체의 유기성을 강조하지만
서구에서는 개인주의, 개별성 존중을 큰 특징으로 한다.


내가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마음에 안 들 경우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이야, 저게 미국 문화야? 미국 사람들은 다 저렇게 행동하나 보다?" 또는 "미국 원래 저래?"

그때마다 난 한결같이 대답한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냉소를 던지는 식으로.

"미국 영화에서 본 장면 그대로를 미국에 적용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솔직히 할리우드 영화가 유명하긴 하지만

미국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게 미국이라고

오해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최소 1달 동안 가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오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왜곡 이리라.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미국에 어릴 때 유학 가서 그쪽 사회에 익숙한 게 무슨 큰 문제가 되는 걸까.

실제로 미국에 있었을 때는 대한민국에 살 때보다

훨씬 더 익숙했고 대인관계가 원만했다.

그런 내 삶이 한국에 와서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그것에 대해 불만은 안 한다.

단지 힘들 뿐이다, 견딜 수 없이 말이야.

내 마음을 모르는 듯 계속 찔러대는 그들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이게 미국 문화야?라고 비판적인 감정을 담은 질문을 할 때

나도 한번 똑같이 물어보았다.

진심은 아니었지만 한 번은 궁금했다.

그들이 했던 거랑 똑같은 뉘앙스의 질문을 그들에게 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말이지.

그들도 나처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부글부글 참을까?

결과는 놀라웠다. 내가 "이거 한국문화야? 한국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대다수는 얼굴이 벌게지면서 "너 진짜 이기적이고 예의가 없구나!" 하고 화를 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사람들은 다 그렇지 않은데

내가 한국인을 일반화한다더라.

모든 한국사람들이 그렇지 않았지만 거의 반 반의 비율의 지인들이 그렇게 답했다.


그때 비로소 느꼈다. 그들도 무언가 속상해한다는 것을.

그래서 건드린 즉시 반응하는 것이리라.

글쎄, 뭐가 그리 속이 상할 일일까? 나에겐 좀 희한했다. 나는 안되고 그들은 된다는 논리가 말이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주장을 많이들 내세우는데 옆으로 샌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로마법은 로마 국가의 법이지만

이건 법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 본다.

개인의 다양성을 어떻게 법으로 묶을 수 있는가?

그래, 법이라고 치자.

남이 당하면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통제당하면 분명 웃을 수 없을 일이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속이 전혀 안 상한 건 아니다. 누가 자신의 지식과 생활범위에 어긋난 말이나 행동을 하여도 나는 그것이 그들만의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넘어갈 수가 있었다.

어쩌면 그 성격이 남한테 무관심하고 처절한 개인주의자로 비추어졌을까 싶다.

관용과 배려가 개인주의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뜬금없이 힙합을 추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도 그냥 넘어간다.

별 관심도 없고 쓸모에도 없으니 넘어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존중"이라는 방식일 뿐이다.

진짜 문제가 되고 잘못된 일이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괜히 그 사람 앞에 멈춰 서서 찌르고 타박하여 서로의 기분을 망치는 일 보다 나은 선택이라 여기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타인을 위한 무관심인 거다.

나를 위한 무관심이 아닌 타인을 위한 무관심.

(하지만 간혹 성미를 못 이겨 찔러보고 타박하는 미국인도 몇몇 있긴 하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사람들의 질문 때문이 아니다.

한두 번이면 끝날 일을 몇 번이고 계속 찔러보고 타박하면 아무리 나라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과하게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긴 하다.


미국에서는 그냥 웃어넘기는 걸 관용이자 미덕으로 여겼는데 여기선 좀처럼 쉽지가 않다.

어지간히 복잡한 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의 선을 지키기가 어렵다.

내가 대한민국의 사고를 존중하려고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이 여긴 한국이니 당연하다고 박박 우긴다고 될지 모르겠다.

지금 한국도 이미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고 미국을 점점 닮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인종, 다문화가 상징적인 나라인데

한국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가고 있지 않는가!


내가 미국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한 미국인이랑 만나서 같이 식사를 했는데 그 사람이 나한테 툴툴거리며 물었었다.

"클라라. 나 한국 친구들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가까워지기 너무 어려워. 원래 한국 사람들 특성이니?" 하며

답답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을 하는데 썩 그리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상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게 행동하거나 꽉 막히진 않았는데 감정 하나 때문에 일반화하다니. 감정이란 무섭구나.

그래서 그 사람한테 말해줬다. "모든 한국인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한국인이 한국인 이기전에 각각 개인일 뿐이야. 사람들이 복사기로 찍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어떻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

순간 다시 밝아지는 그 사람의 얼굴을 난 기억 한다.


I라는 관계대명사가 항상 대문자로 사용되는 이유는 자신이 "신 앞에서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게 나의 답이다. 난 외모는 영락없는 동양인이지만

뇌는 서구적이다.

그러나 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받기 이전에 명형인이고,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미국 생활을 몸에 익히기 이전에 명형인일 뿐이다. 나 자신을 국가에 비유하여 평가하는 것은 매우 싫다.

무엇 무엇 기준에 따라 평가받느니 어느 나라 어느 나라 이전에 형인국 시민일 뿐이라고 외치고 싶다.

즉, 애꿎은 사람을 가격해서 자기 주먹의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거다. 자기만 괜히 힘들고 남은 아플 뿐이다.


미국이 문제가 되고 한국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살면서 난 국적으로부터 매우 자유로웠다.

물론 여권에 기록되어 있는 국적은 무시하지 못한다. 무작정 무시하라는 게 아니란 말이다. 큰일 나기도 하니깐.

국가와 국적은 세상에서 꼭 필요한 요소지만

사회적 위치에서 인간적으로 얽매일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국가마다 관점이 다르듯이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그건 확실하고 명백하다.
정답이 있다면 굳이 국가가 각각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그냥 온 인류를 한 나라 한문화로 통일하는 게
더 올바른 선택이었을 거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국가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어찌 보면 마음에 안 들고 찔러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도 상대를 놔두는 게 보약일지도 모른다.

분명 상대도 내가 마음에 안 들고 눈밖에 날 정도로 답답하게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고 힘든 상황들이 없지 않지만 그냥 웃어넘기곤 한다.

상대방이 나를 아주 세게 찔러 넣거나 타박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나도 반복되는 질문이나 타박을 받다 보면 화가 터진다. 그럼 억울함은 둘째치고 오히려 더 욕먹는 현실이라.)


한국 속담에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돌멩이가 아닌 이상
나도 꿈틀 할 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라.
내가 여러분들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증거다.


특히 한국이 앞으로 더 많은 문화권을 받아들이고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반영하면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자신 있게 확신한다)

각각 사람들의 몸에 밴 문화는 쉽게 바꾸기 어려우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입 아프게 말하고 가르쳐도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는걸 괜히 기분 나쁘게 이어갈 필요가 없지 않나.

가르칠 땐 좋게 말하며 알려줄 것을

결국 서로 물어뜯고 하며 괜히만 빼는 일이다.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나 자신의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향일 뿐.

애꿎은 국가가 뭐네 하기보단, 그냥 웃어넘기자.

나 자신을 위해 무관심해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무관심해지는 거다.


Better let well alone. 간섭하지 않는 것이 낫다. [영어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