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Grooming)의 진실

자신을 가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통해 배우다.

by 명형인

깔끔 떨고 자신을 가꾸기로 유명한 동물 하면 고양이를 많이 떠올린다.

나도 셀프 그루밍하면 냥이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 말이지.


우리 회사의 터줏대감이자 오피스 캣인 고양이도 깨어있는 동안은 하루 종일 그루밍한다. 그루밍은 동물들이 앞발이나 혀로 털을 손질하는 것에 비롯되어 손질하다, 치장하다 라는 의미로 쓰인다. 요새 그 어원을 악용하여 저지르는 범죄들이 많지만 가장 기초적인 뜻은 자신을 가꾸는 것이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매우 좋은 것이다. 우리는 그루밍하면 고양이를, 고양이 하면 아름답고 귀여운 생명체를 떠올린다. 딱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잘 표현해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루밍은 고양이만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포유류들은 대부분 그루밍을 하지만, 곤충들도 그루밍을 하는 애들이 있더라.


특히 고양이 저리 가라 깔끔 떠는 사마귀들. 사마귀들은 길게 쭉 뻗은 다리들을 앞다리로 각각 부여잡고 입으로 직접 쓱쓱 핥는다 누가 자신을 잡아서 어딘가에 올려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루밍을 계속하는 편이다. 그 모습은 진짜 고양이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리자마자 무섭게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근데 그들은 왜 그루밍을 하는 걸까?
그리고 그들에게 그루밍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생물 생태계 학자들은 그루밍이 고양이하고 사마귀들의 생존본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관찰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라 신빙성이 있다. 고양이와 사마귀는 둘 다 생태계에서 매우 능숙한 사냥꾼이다. 야생에서 사냥을 하며 생존율을 높이려면 자신의 흔적을 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상대가 사냥감이든 천적이든 말이다. 기척을 숨기는 것은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신의 한 수라.


본래 육식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의 묵은 체취가 치명적인 약점이다. 동물의 왕국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가젤 무리들이 사자가 그들에 세 가까이 오기 전에 먼저 눈치채고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체취에 대한 좋은 예이다. 코가 둔감하면 몰라도 예민한 녀석들은 몇 미터밖에 있는 동물들의 냄새를 맡고 구별할 줄 안다. 위험한 냄새가 감지되는 즉시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린다. 기껏 점찍어놓은 사냥감이 도망가 버리는 건 아무리 민첩한 고양이라도 골칫거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냄새를 폴폴 풍기다 보면 후각이 예민한 자신의 천적들에게 잡아먹혀 생을 마감할 확률도 커진다.


까끌까끌한 돌기들이 나 있는 고양이의 혀는 고양이의 죽은 털을 슥슥 빗어내고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빗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수시로 청소를 해서 자신의 체취를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 이외의 절반 이상을 고양이들은 자신의 털을 골라내고 깨끗이 청소를 하는 그루밍에 전념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음에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말이야. 이럴 때는 사람보다 더 부지런 떨고 깔끔하다 싶긴 하다. 간혹 빠져나온 털들이 배설이 잘 안 되어 다시 토해내는데 그걸 헤어볼이라 부른다.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사마귀도 비슷한 이유로 그루밍을 한다. 사마귀의 중요한 병기인 앞다리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나 있는데 그 커다란 앞다리로 먹잇감을 움켜쥐면 가시들이 먹잇감의 몸을 옥죄여 손아귀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런데 그 가시들이 먹잇감에 박히고 박히다 보면 체액이나 표피들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게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은 마치 톱니바퀴가 녹슬어 버리는 격이다. 그루밍은 사마귀에게 있어 자신의 무기를 항상 깨끗하고 청결하게 닦음으로다음 사냥의 효율을 높이는 행위다. 참 현명한 사냥꾼이지 아닌가!


요리한 후 칼을 깨끗이 해야 다음 요리를 할 때 식재료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것 하고 같은 이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드러내고 호감을 사기 위해 하는 것 하고 상반되는 그루밍인 건 확실하다. 이제 정리를 하고자 한다. 그루밍은 자신을 가꾸고 관리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남의 호감을 사거나 예쁘게 보일 필욘 없다는 것이다. 자기 관리의 기본은 관리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유지하거나 더 윤택하게 하고자 함이다.


그루밍은 자기 관리: 현재의 지속력이자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준비다.
아름답기 위한 그루밍은 짧지만 자신을 위한 Grooming(가꿈)은 평생을 간다.


Grooming beauty is short, but grooming myself lasts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