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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머스타드 Aug 28. 2021

<슬의생> 속 장기 기증, 실제로는...

우리에게는 너무 큰 축복이고, 기적이지만 다른 가족분들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인데 매일 밤, 내가 그러기를 기도하고 바란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정말 감사드린다고 이 은혜, 이 마음, 평생 가슴에 안고 살겠다고 천사가 된 아이 몫까지 정말 열심히 잘 키우겠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5화,

심장 이식 수혜자 은지 어머니가 기증자와 그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는 말.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 장기 기증에 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장기 기증 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11배나 증가했다. 하이머스타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생명 나눔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 장기 기증 콘텐츠를 기획했던 바 있기에 이 소식이 더없이 반가웠다.

자료출처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그래픽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큰딸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 떠나보낸 한 아버지와, 현장에서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도록 기증자와 수혜자의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장기기증의 숭고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들을 취재하며 새롭게 알게 된 장기 기증에 대한 사실들을 지금부터 풀어보려 한다.



장기 기증의 종류


‘장기 기증’이라는 단어를 딱 들었을 때 흔히 뇌사자가 기증하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장기 기증은 뇌사기증뿐만 아니라 생체기증과 사후기증도 가능하다. 생체기증은 살아 있는 건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다. 신장, 간, 골수 등이 생체기증을 통해 이식될 수 있다.(출처 : 시사상식사전)


뇌사기증은 뇌사 상태에 빠진 뇌사자가 장기 기증이 필요한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해주는 것이다. ‘뇌사’는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되는 것(출처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으로, 깨어날 가능성이 있는 식물인간과는 달리, 사망한 상태로 간주한다. 뇌사자가 뇌사 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고 가족들도 동의한 경우 혹은 뇌사자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가족이 동의한 경우에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출처 : 건강용어사전)


사후기증은 사망 후에 신체 장기나 시신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는 것으로, 각막 및 인체조직, 그리고 시신 기증이 가능하다. (출처 : 건강용어사전) 이렇게 세 가지의 장기 기증 종류가 있지만 이 콘텐츠에서는 뇌사기증을 중점적으로 다뤄보려고 한다.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는 절차는?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면 병원에서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으로 통보해야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를 파견하여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뇌사 추정자의 가족에게서 장기 기증 동의를 받는다. 가족이 동의할 경우 뇌사판정 및 장기기증을 위한 의학적 처치가 이루어진다.


뇌사판정의 경우 2회의 뇌사 조사, 뇌파검사,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의료진이 포함된 뇌사판정위원회는 참석자 만장일치로 뇌사판정 동의가 이루어져야 뇌사로 판정이 된다)까지 꼼꼼하고 철저한 판정 과정이 진행된다. 그 후 뇌사로 판정됐다면 뇌사자 관리 및 각 장기별로 수혜자 선정 절차가 이루어진다. 수혜자 선정이 완료되면 장기기증 수술에 들어간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이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장기 기증 절차 중 가장 처음에 언급했던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어떤 기관일까?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장기 및 조직 구득 기관으로서, 뇌사 추정자 혹은 조직기증 희망자가 발생하면 병원으로부터 통보를 받고, 기증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장기구득코디네이터를 병원으로 파견하여 의료진 및 보호자와 면담을 진행해 기증 동의를 얻는 과정부터 장기기증 절차가 모두 끝난 뒤 유가족을 위한 지원 서비스까지 담당한다. (출처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기구득코디네이터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파견하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뇌사자의 장기 혹은 조직 기증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 의료인이다. 뇌사 추정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들과 함께 원활한 장기 및 조직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출처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 추정자의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에 대해 설명하고 기증 동의 여부를 묻는 장기구득코디네이터는 생명과 생명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다가가 장기 기증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이머스타드가 만난 KODA의 박수정 장기구득코디네이터도 장기 기증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매 순간이 힘들고. 매 순간이 두렵죠.
그렇지만 가장 힘든 순간은 뇌사로 추정되는 환자가 연령이 어릴 때...
소아 환자 보호자를 만날 때 가장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는 편이에요.
'아, 보호자를 만나서 어떻게 첫마디를 떼야할까' 이거부터가 막막해지죠.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박수정 장기구득코디네이터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앞에 겨우 버티고 있는 뇌사자 가족에게 장기 기증 이야기를 꺼내면 욕설이 날아오기도 하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고 있는지 알기에 박수정 코디네이터는 다 이해한다고, 이렇게 해서라도 가족들의 슬픔이 덜어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렇듯 장기 기증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란 걸 알기에 기증을 결정한 유가족의 이야기는 더욱 숭고하게 다가온다.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큰딸의 장기를 기증한 아버지 김순원 씨는 어떤 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결정했을까?


처음엔 아내도 펄쩍 뛰고 저도 쉽게 허락이 안 됐는데,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 생명은 돌이킬 수 없으니까 이 아이를 위해서 가치 있는 일을 하자. 장기를 기증하면 필요한 사람이 살 수 있으니, 그것도 참 귀한 일이다.' 그래서 다음날 우리가 흔쾌히 결정했죠.

-김순원 씨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을 결정한 김순원 씨. 모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들에게 더욱더 감사해지는 이유다.


장기 기증에 관한 오해&진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2,484건이 뇌사 추정자로 KODA에 통보되었고, 그 중 장기 기증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건 2,009건이었다. 하지만 이 중 기증에 최종 동의한 경우는 530건에 불과했고, 최종적으로 장기기증이 완료된 건 450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장기 기증을 가로막는 이유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장기기증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들이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세 가지를 박수정 코디네이터에게 물어보았다.


Q1. 뇌사자가 살아날 가능성은?

여러 가지 과정을 굉장히 면밀하고 꼼꼼하게 보기 때문에 뇌사인데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나라에선 제로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경우를 본 적도 없고요. -박수정 코디네이터

앞서 장기 기증 절차에서 언급했듯, 뇌사 판정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뇌사 조사는 같은 검사를 두 차례 진행하는데, 시간 차를 두고 서로 다른 의사가 검사에 투입된다. 또한 뇌파를 30분 이상 오래 찍는 뇌파 검사를 통해 뇌파에 전혀 움직임이 없는지(평탄뇌파)를 확인한다.



이렇게 의학적으로 뇌사가 맞다고 판단이 되어도 절차가 하나 더 남아 있다. 뇌사판정위원회를 통해 윤리적으로 보더라도 이 사람은 뇌사가 맞고 장기 기증을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동의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뇌사판정위원회는 의사도 들어오지만 의학적 지식이 없는 원무과 직원, 병원 원목실 목사 같은 일반인도 들어오게 되어있다. 들어온 회의 인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만 장기 기증 절차가 비로소 마무리된다. 이 복잡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하기에 뇌사자로 판명 난 후에는 깨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게 과언이 아니다.


Q2. 장기 기증 후 기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가 엉망이다?

장기나 조직 기증 같은 경우에는 국가에서 관여를 하게 되어 있고 관리를 하죠. 그래서 끊임없이 저희한테 압박이 들어옵니다. 유족들한테 정말 예우를 잘하고 있는지, 뇌사 장기기증자분에 대한 예우를 끝까지 다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감시하고 있고 그런 체계가 분명히 있어요. -박수정 코디네이터


실제로 KODA에는 유가족 상담 및 사별로 인한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 해결을 위한 전문 서비스 기관 연계 등 다양한 가족관리 서비스가 있다. 또한 기증자의 숭고한 나눔을 기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기증자 추모 행사를 비롯한 기증자 가족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긴 하다.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잘 갖춰진 미국의 경우 추모공원을 만들어 기증자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과 수혜자 사이에 최소한의 교류도 허용이 된다. 때문에 서신교환은 물론 실제 만남도 가능하다.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가 서로의 정보를 없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다.


하이머스타드가 만난 김순원 씨도 딸 故 김하람 씨를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잃고 장기 기증을 한 경우라 수혜자와 서신을 주고받기도 했다. 수혜자는 자신에게 신장을 주고 떠난 하람 씨와 장기 기증을 결정해준 가족에게 편지를 통해 감사함을 전했다.



매트(수혜자)라는 분이 편지에 ‘신장 투석받으며 하루하루 소망 없이 살았는데 당신 따님의 장기로 인하여 투석도 안 하고 건강한 몸으로 내 딸 졸업식에 갈 수 있었다고. 그리고 딸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다’고 써줬어요. 그때 참 기분이 묘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분에게 새 생명 줘서 또 감사한 마음도 있죠.

그리고 거기서는 메모리 파크(추모공원)를 만들어놓고 그때 그 사고 난 사람들 이름을 묘비에 적어놓고 기억하더라고요. 장기기증을 받은 사람이 우리 딸의 기일 날에 고맙다고 오기도 했는데 그렇게 기억해 주니까 고마웠죠.

-김순원 씨


Q3. 장기 기증 후 신체 훼손?

장기 기증 후에 신체가 훼손될 염려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기증자도 일반 고인 장례 절차와 똑같이 진행되며,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보존을 하기 위해 보형물 등을 사용해 신체의 변형을 최소화한다.

일반 고인분들이랑 똑같은 장례 절차를 진행합니다. 장기 기증을 하시게 되면 보통 가슴에서부터 약간 하복부까지 일자나 십자가 모양의 수술 자국은 남고 다 봉합을 하죠. 그 위에 병원에서 쓰는 아주 큰 밴드로 수술 자국을 가려드리고 깨끗이 씻어서 안치실에 모셔다 드리고 꼭 얼굴 확인하시고 싶으시면 오시라고 말씀드려서. 영안실에서 얼굴 확인 다 하세요. 그다음 과정이 염하고 입관하고 이런 과정을 거치잖아요. 그럴 때 똑같이 거치시면 돼요. -박수정 코디네이터


OPT-OUT 제도


이러한 편견 이외에도 우리나라 장기기증률이 높지 않은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 장기 기증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에서 기인한 것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제도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옵트인(Opt-In) 제도’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에 동의를 한 경우만 장기기증이 가능한 제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옵트인 제도를 따르는 데다 뇌사자가 생전에 동의를 했어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장기기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 기증률이 낮은 편이다.


이와 반대되는 ‘옵트아웃(Opt-Out) 제도’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장기 기증자로 간주하고 자동적으로 사후에 장기 기증을 진행하는 제도다. 스페인을 비롯해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가 현재 옵트아웃 제도를 시행 중이며 이들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장기 기증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국가별 인구 100만 명당 장기 기증자 수 세계 1위는 스페인으로 48.9명이며, 한국은 8.7명에 불과하다. (국제장기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 2018)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결정권 침해 가능성과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다양한 이유로 옵트아웃 제도가 논의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옵트인 제도 안에서도 기증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 보면 어떨까?


장기기증의 날


매년 9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하필 날짜가 9월 9일인 이유는 장기기증 시 심장, 간, 신장 2개, 폐 2개, 췌장, 각막 2개 이렇게 최대 9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9월 9일에 앞서 장기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면 이 링크를 통해 장기 기증 희망 신청이 가능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 장기 기증 희망 등록

http://naver.me/51gKshQ4


혹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장기 기증 희망 등록

http://bit.ly/34t26ho



▼사랑하는 딸의 장기를 기증한 아버지의 사연이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9R7PwS5OWNM


▼장기구득코디네이터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Gs8FbC0DTYs


다음 편은?

>어학연수 일주일만에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큰딸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한 아버지 김순원 씨 인터뷰


우리는 한 사람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세상이 서로에 대한 공감과 격려와 환대로 변화되기를 원합니다. 하이머스타드는 2020년 1월 가정폭력을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해 장애, 아동, 환경, 가족 등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공감과 희망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글|이든

기획|하이머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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