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손 씻고 안 먹을래!!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마음이

by 육아와 생각

오후 4시 25분

어린이집에 다녀온 oo이는 방에서 늘 듣던 익숙한 클래식 동화 노래를 들으며 뒹굴뒹굴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엄마는 저런 시간도 필요하겠다 싶어 아이를 놔두고 방을 나왔다.




아침 등원풍경


아침의 어린이집 등원 풍경과 오후의 어린이집 하원 풍경은 언뜻 보면 비슷하다. 새싹 정류장에 도착한 노란 버스와 선생님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승차를 하거나 또는 하차를 하는 아이들과 차량 주변에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나 아빠의 관심 어린 눈길이다. 그러나 아이를 보낼 때와 받을 때 부모의 마음이 다르듯 어린이집에 갈 때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의 아이의 마음 또한 많이 다르다.

오전 새싹 정류장에는 엄마 손을 잡고 아침을 씩씩하게 박차고 나온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시간에 맞춰 나와 유치원 등원을 기다리는 엄마와 어린이를 보았다. 공익 캠페인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질서 정연하고 모범적인 풍경이었다. 엄마와 함께 머리 묶기까지 말끔하게 등원 준비를 마친 아이가 정류장에 얌전하게 앉아 있다가 버스가 도착하면 차에 오르기 위해 기다렸다가 선생님과 함께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그리며 '다녀오겠습니다.'를 예쁘게 마친 후 차에 오른다. 특별히 의식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눈길이 머무르고 말았다. 어머나 예쁘기도 해라.


그러나 4,5세 어린이들의 어린이집 등원 풍경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가방까지 챙겨 새싹 정류장까지 제 발로 나왔어도 막상 노란 버스가 도착하면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뒤로 도망을 가거나 어떤 날은 울음을 터트려서 엄마 마음을 쿵 한 번 내려놓고 가기도 한다. 은 어린이집에 다녀와서는 자의 반 타의 반 사회생활을 한 스트레스를 푸느라 공연히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작은 반항을 시도하기도 한다.


어른들도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왜 어른들도 가끔씩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지 않느냐며 어린이집에 규칙적으로 다니는 부담감을 표현하며 가기 싫어 떼쓰는 아이들의 마음을 미루어 이해해 본다. 엄마는 어렸을 때 가졌던 어린애의 마음과 정서를 오래전에 망각하고 현실에 가까운 선택을 자주 하는 어른이라서 아이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읽어보려 하지 않았다.


사회생활 배우러 어린이집으로 가라고요?

아빠는 어느 보통의 날 이런 말을 했다.

"이제 어린이집도 다니고 작은 사회생활이란 것을 익혀나가야지. 언제까지 엄마랑 집에서만 뒹굴뒹굴 놀래?"

"다른 아이들은 다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너만 그렇게 있으면 바보가 될 수도 있어."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보암직한 얘기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가끔은 있으니 영 틀린 소리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도 아니야.' 영 맞는 말도 아니지만 또 영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서 한 번도 그 말의 정당성과 진위를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은 나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말은 틀린 말에 더 가깝다. 더군다나 바보라니. 그 말은 아빠가 아이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건네는 수준에서 벗어나 겁박에 가까웠다. 사회생활은 엄마랑 단둘이 무인도에 살지 않는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 엄마랑 집에만 있을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있을까? 마트도 가고 소아과 병원도 가고 동네 산책도 얼마든지 한다. 바로 집 앞 놀이터에 나서면 코로나만 아니라면 또래 아이들을 만나서 어색함은 잠시 별다른 통성명과 라포 형성 없이도 잘만 노는 아이들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늘 적당한 통성명과 친근한 라포 형성을 해야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이 더 사회성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어린이집 다니는 정당성과 당위성이 사회성만으로 설명되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 물론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 사회성을 기를 것이다. 엄마랑 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경험해서 이런 친구도 있고 저런 친구도 있구나 하며 그 속에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날맨날 어김없이 가정 아닌 어딘가에 일정 시간 머물러야 하고 늘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주도성을 잃지 않고 스트레스 안 받고 살 수 있는 것은 어른도 누구나 어려워하는 일에 속한다.


oo이는 작은 규모 가정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어린이집이 갑자기 원장님의 개인 사정으로 폐업을 하는 바람에 한 달을 쉬고 42개월에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기 싫다고도 하였고 등원 전 선생님 앞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는 그래도 순순히 잘 가는 아이에 속했고 보여주기 식 반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집에서 뒹굴뒹굴 누워서 아침 어린이 프로를 마음까지 쏙 빠트려 보고 있다가도 준비를 다 마치고 현관에 먼저 나가 신발을 신고 마스크를 찾아 끼우는 출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새싹 정류장에 나가 있다 형, 친구들과 함께 차량에 오르면 엄마의 마음에는 '딩동댕' 초록불이 켜지고 푹 안도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다시 어른의 객관적인 잣대와 현실 직시의 사고를 발휘하여 곰곰이 생각하여 보다가 아무래도 어린이집 손을 번쩍 들어준다. "어린이집에서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 교육 프로그램들도 요일마다 다양하게 있고 엄마랑 집에서 심심하게 있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암"


하원후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 돌아와 나름 맛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시간들이 모여서 루틴을 형성하였다. 평소의 아이는 먹을 간식거리를 찾아 돌아다니지 않았으나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 눈높이 이상의 선반이나 테이블에 있을 법한 간식거리들을 찾아 나섰다. 오늘도 어제처럼 간식은 큰 봉지 가득 저렴하게 구매한 옥수수 칩이다. 이제 바닥을 보여가는 남은 떨이 과자인데도 oo이는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혼자 느끼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보다. 거실 정중앙에 덩그러니 놓인 예쁜 캐릭터가 그려진 박스 집에 혼자 들어가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

"한결아 엄마랑 같이 나눠 먹어야지?"

평소 같지 않아 어색한 엄마가 물었다.

"싫어. 나 엄마랑 같이 안 먹을래~!!"

대답은 단호하였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박스집 문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빨간 모자에 나오는 늑대와 같이 물었다.

"oo아, 무얼 먹고 있니? 나는 빨간 모자에 나오는 아주 무서운 늑대란다!"하고 상황 설정에 들어갔다.

"나도 하나만 주면 안 되겠니?"

"띵똥 눌러봐."

oo이가 획득한 과자 나눠주는 권위를 누리며 말했다.

"띵똥~나는 아주 착한 빨간 모자의 할머니인데 과자를 조금 주면 안 되니?"

"그래 여기 조그만 거를 먹어! 조그만 거를 먹어야 큰 거를 줄 거야."

"암! 냠냠냠!!"

이렇게 그날은 아이의 기분에 맞춰 빨간 모자 상황 설정 속에서 오후 간식을 나누어 먹었다.

'피식. 혼자 내 맘대로 먹고 싶었구나.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하원 후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을 참이었다. 바로 욕실로 직행하여 손을 씻지 않아서 혹시나 손을 나중에 씻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아이를 번쩍 들어 얼렁뚱땅 욕실로 이동!!

"병균이 손에서 oo이 몸에 들어오기 전에 얼른 씻자."

아이는 얼떨결에 손을 씻었다. 절반의 성공!!

갑자기 oo 이는 드라마틱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 손 씻고 안 먹을래!!" "나 손 씻고 안 먹을래!!"

손은 이미 씻었고 간식은 먹으면 되는데 공연히 짜증은 왜 부리며 초코파이는 왜 던짐?? 엄마는 너무 웃겼다. 낄낄낄낄. 집에 돌아와서는 어린이집에서와는 다르게 드디어 내 맘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왔는데 억울하게도 얼렁뚱땅 엄마의 지시대로 손을 씻은 게 매우 억울하고 분통했던 아이의 마음이 읽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며 보내야 했던 그리고 나름 절친 엄마가 없어서 혼자 외로웠을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다. 안 되는 거 몇 가지 빼고는 지맘대로 모든 것이 가능했던 공간에서의 마음가짐과 의사소통은 그렇지 못한 공간인 어린이집에 첫 발을 들이자마자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처음 홀로서기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엄마가 옆에 있어 손을 잡아줬다면 금방 흩어지려는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을 텐데 바로 그 순간 엄마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얼마나 먹먹했을까? 엄마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눈 후 oo 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낸 후 철문이 닫혀버린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어색하고 어려웠단다. 엄마가 어려운 숙제를 풀어내듯 지내온 그 시간들이 너에게도 있었구나. 잘 견디었고 잘했어 oo아.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언뜻언뜻 보여줬던 짜증 섞인 모습들은 성장의 순간에 맞닥뜨린 아이의 시간과 경험을 보여주는 증거였구나.


oo아 정해진 시간에만 친구들과 같이 간식 잘 나누어 먹어서 대견해.

반드시 손을 깨끗이 닦고 나서 점심시간을 맞이하는 선생님과의 규칙 지키느라 수고 너무 많았어.

등원하고 어린이집 현관문 앞에서 엄마를 찾아 우는 친구에게 "엄마 곧 올거야." 하고 토닥였던 적이 있었다면서. 어린 네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정해진 규칙에 먼저 따르고 네 맘을 살짝 접어야 하는 순간들도 많았지~?

ㅋㅋ근데 선생님이 알림장에 oo이가 친구들과 장난치고 선생님 말을 잘 안 듣는 개구쟁이 모습이 잘 나온다고 하시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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