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띵동 도착하는 재난안전문자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숫자 흐름을 보였고 저녁에는 오늘은 이만큼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내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까 하나마나한 대화가 일상이 되었다. 인근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생겨서 엄마가 다시 가정에 머무르며 보육하는 가정보육의 소식을 들었었다. 그리고 한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설마 했던 확진자 소식이 훌쩍 날아왔고 다시 가정보육은 시작되었다.
맨 처음 다른 엄마로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다 아파서 가정보육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말이 낯설었다. 가정보육이란 평소에는 기관에서 보육이 이루어지다가 아이가 아프거나 어떤 사정이 발생했을 때 다시 가정에서 보육을 한다는 말이다. 보육기관의 입장에서 쓰는 말 같기도 하고 엄마가 원래의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상이 어떤 용어로 정의되는 것이 낯설었던 것이다.
한별이의 가정보육과 기관보육의 핑퐁게임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24개월에 어린이집에 처음 다녔었고 코로나의 유행이 주기적으로 올라오면서 다시 고민 끝에 퇴소를 결정했다. 그리고 해를 넘겨서 다시 어린이집에 다녀보자는 결심 끝에 전에 다녔던 어린이집에 다시 문을 두드려 다녔지만 원장님의 개인 사정으로 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하게 되었다. 나와서 한 달을 쉰 후에 규모가 큰 숲 체험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된 것이 지금의 어린이집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모차나 자전거, 비 오는 날은 승용차로 엄마와 함께 등원했던 한별이는 이제 아파트까지 오는 등원 버스를 이용한다. 작은 아가 동생들과 또래 작은 친구들과 꼼지락꼼지락 놀았던 아파트 방 만한 교실과 거실 보육공간은 도시락도 챙겨서 작은 소풍도 나가는 숲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아이의 마음에 가정 어린이집과 큰 규모 어린이집에 대한 비교분석은 분명 없겠지만 유아기 사회생활이라 하는 어린이집 경험들은 차곡차곡 파일에 기록이 쌓이듯 마음에 저장되고 있지 않을까. 엄마는 등원 준비도 하여주고 선생님과의 대화와 알림장을 통해 하루 어린이집 생활이 어땠는지 전해 듣는 등 엄마가 되어가는 경험을 하였고 아이는 가정 밖의 세상을 한 발짝 힘차게 내딛는 경험이었을 거 같아. 지난 2년간 같은 동선을 걸어왔던 시간이었는데 엄마와 아이는 조금씩 다른 길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아이의 동선이 조금씩 확장되어 엄마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으로 마음껏 뻗어 나갈까 봐 두근거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
그러나 감상도 잠시ㅠ 아이의 세상체험호는 거센 코로나 바이러스의 파고에 좌초하고 말았고 집에서 엄마 보육은 다시 시작되었다. 금요일에 어린이집 확진자 소식을 듣고 주말에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로 출동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pcr검사를 받았다. 아이는 왜 또 코를 찌르냐고 물었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렇게 하자고 달래주었다. 한별이가 아빠랑 검사를 받는 동안 겨울바람 부는 밖에서 유난히 맛나게 보이는 :D도넛 가게에 들어가 코를 찌르러 간 저 두 명이 좋아하는 초코 도넛과 커피를 샀다. 아이에겐 다소 힘든 검사를 마치고 차 안에서 초코 도넛과 커피를 나누어 먹는 시간은 그야말로 달콤하고 신났다. 뒷좌석 카시트에서 얼굴과 손에 시커먼 초코를 잔뜩 묻힌 채 달콤함에 사로잡힌 아이는 그것을 다 먹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가정보육 1일 차
아이가 어린이집 출근을 하지 않는 첫 번째 날 엄마는 난항이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았다. 아이가 보육기관에 다니지 않고 원래부터 엄마랑 지냈을 때보다 어린이집에 다니다가 사정이 생겨서 집에서 보내게 되었을 때 엄마는 체력적 어려움을 더 많이 느꼈다. 커나가는 아이들은 몸이 성장한 만큼 움직이는 활동량도 제법 많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았을 때 놀았던 대형 놀이매트를 오랜만에 꺼내고 어느덧 거실에는 포클레인, 레미콘, 덤프트럭, 불도저 등등의 중장비 트럭들이 모두 출동하여 가득 채웠다. 작은 미니 덤프들에 나무칩들을 하나, 둘, 셋 세어가며 실었고 공간을 차지해 치워 놨던 주차 블록도 꺼내서 큰 주차장도 만들고 주차타워도 세웠다. 오랜만에 만난 장난감들도 나름 새로움을 주는지 아이는 반가워했다. 집에 있으니까 점심도 해주고 낮잠도 뗄 때가 되어 잘만한 지 아닌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낮잠이 절실한 사람은 엄마였기에 오후 한 시 반에 아이 보는 체력이 바닥 나 기절하듯 꿈나라로 가고 말았고 아이도 덩달아 낮잠을 푹 잘 잤다. 엄마랑 가정보육 첫날이니까 이 정도의 수고로움에 나름 자축을 하는데 따끈한 고구마 배출 사건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였다. 평소에 변기에 유아변기를 올려놓고 발판을 딛고 올라가 대부분 성공적인 배변사를 써왔던 한별이가 욕실 맨바닥에 고구마를 배출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고구마를 먼저 발견한 아빠가 사건의 처리를 맡았고 엄마는 아이에게 사건의 동기를 밝히는 업무를 맡았다.
"한별이 너 안 하던 행동 하네~"
하며 아빠도 의아해했다.
한별이는 쑥스러운 듯
"나도 모르게 그만"
엄마가 자세히 물어보니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달려간 한별이가 급하게 발판을 놓고 변기를 사용하려 했지만 급물살을 탄 고구마가 쑤욱 내려오면서 바닥에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잘했다. 한별아~'
오늘도 아주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