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불러서 햄복해요~
아이에게 행복 배우기
평일의 오후 4시는 늘 고정으로 아이가 어린이집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시간이다. 3시 30분이 되면 어린이집 등하원앱에서 띵동하고 김oo 아동이 하원을 하였다고 알림 메시지를 보내준다. 그리고 3시 50분 정도에 맞춰 집 현관을 나서면 3시 55분에서 4시 사이에 아이의 버스가 아파트 정문을 들어선다. 평일 오후에 새싹 정류장에 나가면 어린이집 노란 가방을 멘 꼬맹이들이 내리고 아이를 만난 부모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나는 정겨운 모습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가 있다. 엄마의 알람시계는 아이가 등원하는 오전 9시에 육아로부터의 잠시 자유를 알리는 종소리를 울렸다가 3시 30분에 다시 육아로의 초대를 알리는 기쁨의 종소리를 울린다.
늘 어김없이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가면 익숙한 얼굴들도 보여 반가운 방긋 인사도 하고 그날의 사정에 따라 반가운 인사를 대신하는 빼꼼 인사도 한다. 만약에 누군가의 아빠가 나오신다면 멀찌감치에서도 알아보고 잠시의 어색함을 대비하고 있다가 다소 과장되게 "아~~oo아버님 안녕하세요~~"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해 작은 위기를 모면한다. 말주변 없고 말잔치 한 번 한 적 없는 나로서는 서로 할 말이 없을 때는 확실한 인사 한 방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작은 위기를 모면하고 한결이를 만나면 왜 킥보드를 안 가져 나왔어?킥보드 가져올 생각을 했었어야지. 엄마 나 왔으니까 빙그레 웃어야지~(왜 안 웃고 가만히 있는거야? )라며 귀여운 불평들을 늘어놓는다. 아이를 만난 반가움에 그 정도 잔소리 쯤이야 내가 봐주지.
아이들의 참새 방앗간이라 불리는 공동 놀이터는 위기 일촉즉발의 장소!! 요샌 날씨가 매우 추워서 아이도 포기하고 바로 들어가서 망정이지 날씨가 매우 춥지 않다면 그곳에 한 발 들이게 되면 한 시간은 기본이다. 나는 아이에게 시간 개념에 대해 엄마의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미션 클리어하지 못했다.
늘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가방을 풀고 도시락을 꺼내고 손을 씻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배가 부르지는 않는 간식을 준다.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늘 새로움이 필요하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아이들 눈은 늘 새로운 것을 탐닉하고 탐험하려는 아이들 마음을 나타내 주는 것 같다. 대단한 산타 클로스의 준비된 선물이 아니더라도 종이로 만든 고래, 공룡, 도마뱀 같은 것들도 아이들에게는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만지고 눈을 떼지 못하는 모험거리가 된다.
오늘도 별 다를 바 없는 같은 집 공간에 들어온 아이를 위해서 나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엄마가 한결이 파란 로봇 자동차를 보여주겠다고 기대감을 올린다. 정말요? 그럼~엄마가 한동안 깔끔한 집안 환경을 위해서 정리해 두었는데 그거 다시 찾으러 가볼까~? 네~엣! 대답도 씩씩하여 구석 장에 몰래 짱박아두었던 덩치큰 로봇 장난감을 찾아준다. 데헷데헷. 이 걸로 관심을 끌었으니 20~30분은 문제 없어! 그러나 엄마의 섣부른 판단은 정확하게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로봇 자동차 장난감들은 변신이 생명이다. 조물조물 손으로 조작하여 금새 로봇이 되었다 자동차가 되었다 변신을 거듭한다. 그런데 문제는 작은 크기의 것들은 금방금방 손가락 까딱까딱이면 변신이 가능하지만 꽤 무게가 나가고 뻑뻑한 것들은 아이의 고사리 손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힘을 요구한다. 처음 펜타oo을 샀을 때 나는 정말 이 장난감 장난이 아니구나 했었다. 무게와 변신과정이 아이들이 조물조물 갖고놀 수 있는 수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앗차!!내가 실수를 했구나. 그 짱박아 두었던 로봇 장난감은 크기도 크고 관절 마디도 매우 뻑뻑한 아이에 속한다. 괜히 숨겨놨던게 아니었어. 그렇게 그날도 엄마는 로봇변신 조수가 되어 식판 설거지를 하다가도 "엄마 로봇 머리 빼주세요.~" 시원한 귤 간식을 가지러 갔다가도 "엄마 머리 다시 넣어주세요. 다시 자동차 만들게요." 라고 요청이 쇄도하였다.
무한 도움요청은 오후 육아의 시작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 다음 난코스는 귤 까놓은 껍질 모으기! 얌전히 앉아 네 엄마하고 간식을 먹는 분위기를 조성 못한 오늘은 장난감 탐험과 간식 먹기가 동시에 이루어져 접시에 다시 껍질을 모으자고 어린이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을 열었다. 무사히 순조로이 진행된 캠페인 덕에 아이는 알았어요~엄마~했다.
그러나 이번엔 너무나 말랑말랑 잘 익은 귤이 문제다. 껍질과 함께 주황 과육이 뚝뚝 떨어져 나와 귤에 고사리 손가락만한 구멍이 슝슝 뚫리고 짜증도가 많이 높아진 oo이는 막장 드라마 속 악녀가 되어 왜 안돼~!!! 왜 안돼~!!
"oo아 왜 그렇게 짜증이 났어?"
마음 읽어주기를 해주기도 한다.
"응~나 이게 잘 안 돼서~^^;;"
조금 전 마녀 목소리 더빙과는 딴판으로 아주 차분한 목소리다.ㅠ
그리고 귤즙이 묻어 촉촉해진 손가락을 사방에 문질러서 "oo아~여기 손수건에 닦아줄래?"하고 정중히 알려주고 귤껍질과 귤즙의 흔적은 다행히 물티슈로 진압되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다보면 자칫 지루한 일상도 금새 마법처럼 스펙터클한 일상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앉아서 가만히 귤 까다가도 꽥꽥 짜증을 낼 수 있는 아이를 사랑스런 눈길로 봐주기로 결심했다.
'아니 이미 이전에 결심했었었지..'
왜냐하면 그 다음에 아이가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친 대사는 다소 삶의 색깔이 그레이인 엄마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엄마 배불러서 햄복해요."
(정확히 행복도 아닌 햄복;;)
귤껍질이 안 까진다고 소리소리 질렀다가도 귤 까먹고 간식배가 찼다고 행복하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가까이 내 아이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금쪽같은 명언인 것 같았다.
"맞다! 게보린~" 아닌 "맞다! 그 말!!"
엄마는 오늘도 마음 속으로 아하 그렇군을 외친다. 나도 광고에 나오는 조정석처럼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야~나도 귤 먹고 행복할 수 있어~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