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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Apr 27. 2023

불만제로 엄마로 살고싶다!

2023년 4월 27일 목요일 봄날에서 여름날로 가는 여정에서

1시 25분에는 참외, 두부 등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부는 냉장고에 넣었지만 어쩐 일인지 집안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과일 바구니를 찾지 못했다. 참외와 사과를 담아야 하는데...

아침 7시부터는 아이 등원준비를 했고 8시 반이 되기 전에 집을 나서 학교까지는 아이 킥보드로 조심조심 등교를 하였다. 그리고 <놀이중심 교육과정>이라는 부모교육이 있어서 10시에 다시 유치원 강당에서 열린 교육에 참여하였다. 11시 반에는 치타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카프레제라는 크로와상빵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고맙게도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마스크 착용 때문에 아이 콧등에 상처가 났다고 알려주시는 전화를 받았다. 너무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상들이지만 나 스스로를 허투루 보는 경향이 강해 나의 시간과 일상이 갖고 있는 놀라운 가치와 가능성을 가치절하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머릿속 한편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맴돌지만 자꾸만 휘발되어 날아가는 그 생각들을 붙잡기 위해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


최근의 아이를 설명하려고 시도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포켓몬과 베이블레이드라는 마흔이 넘은 엄마에겐 왠지 낯선 단어들을 꺼내야 한다. 아이가 요즘 좋아하는 것 두 가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늦은 결혼으로 아이와 적지 않은 나이 차이를 가진 나는 남자아이의 관심사가 낯설고 신기할 뿐이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나는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고 오늘 아침에도 그랬고 내일 아침에도 그러할 것이고 내일모레 아침에도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나는 부모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이 아이들의 기본값이라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매일매일 주변 친구들로부터 변함없이 듣는 소식이지만 받아들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늦은 나이에도 육아가 처음인 엄마는 내가 꿈꿔왔던 아이가 실제로 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하는데 미련스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기와 글쓰기가 자기 객관화에 꽤 효과적인 것처럼 나의 육아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 또한 자기 객관화를 이뤄내야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좌절하는 시간이라도 단축시키지 않을까..


나는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내었다. 매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다시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상이 다람쥐 챗바퀴처럼 반복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기에 나의 못난 모습을 명확하게 기록해 놓고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좋은 엄마가 아닌 전보다 나아진 엄마가 되어가기를 결심해야 한다. 새우를 옆에 두고도 새우볶음밥에 새우 넣는 것을 깜빡하는 엄마로서는 육아, 살림, 요리, 청소, 집안일 든 것이 자기 효능감을 마구마구 떨어뜨렸다. 다른 엄마들은 나와 다르게 잘 정돈되어 있고 깨끗하고 멋스럽고 신박하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럽기 그지없는 일상을 심심치 않게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게 못난 화가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왜 넌 그렇게 못해!"

스스로를 향한 시작점부터 잘 못 되었으니 당연히 나로 바로 서지 못하였고 나를 향한 못 미더운 마음과 불만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였다.


왜 나는 나에게 "괜찮아." 이 한마디를 해주지 못했고 지금도 하지 못할까? 오늘도 내일도 의문이다. 나를 먼저 그대로 받아들여야 지금보다는 나이진 엄마로 살 수 있을 텐데. 아이가 6살이 되고 성장발달이 늘어나면서 어떤 문제나 상황에서도 아이에게는 조곤조곤 부드러운 설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단호함도 잊어서는 안 되지만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태도를 갖춰야 아이가 내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단호함도 부드러움도 잊은 채 Angry mother인 적이 꽤 많았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충돌과 격함, 폭력 등을 보면서라도 나는 나 자신을 떠올려야 한다. 나 스스로에게 안 그래도 세상엔 이미 어려운 일들이 널려 있지 않은가? 맞아. 나에게 정도는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지금의 마음이 계기가 되어서 나는 자신을 긍정으로 바라보고 긍정으로 답하고 아이에게도 조금씩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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