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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Aug 30. 2024

똑똑 나의 우울이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날씨 더움

나는 늦은 밤 11시 40분 나의 우울이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다. 나는 갑자기 나의 우울이를 아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울이를 많이 아껴주지 못했는데 지금까지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 우울이가 나가지 않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제는 우울이를 대접해줘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울이를 언제가 반드시 내 안에서 내보내야 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했다면 결과적으로 좀처럼 내게서 나가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뭐라도 잘해줘야 좀 더 평화로운 동거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잠시 한 때는 우울이가 떠난 줄 알았다. 우울이가 잠시 떠난 빈자리는 상쾌함이 분명히 느껴졌었고 그 상쾌함은 물론 우울이가 떠난 증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멀스멀 머리속으로 밀려오는 생각이 그리고 예감이 있었다. 그것은 우울이란 녀석이 그렇게 쉽게 자리를 털고 나를 떠나지는 않았겠지...우울이는 당뇨나 고혈압 같이 뭘 해도 완치되지는 않지만 잘 관리하기만 하면 지금 당장 나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 않는 그런 세심한 관리를 요하는 질병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결론 맺지 못했지만 나는 잠시나마 되찾은 생각의 상쾌함을 작게나마 누리고 있었다.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난 참 대단한 사람은 혹시 아닐까? 우울이를 다 말끔하게 내보낼 수 있다니...혹시 다시 찾아와도 나는 경험적으로  영리하게 우울이를 내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겠지...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우울이는 나의 마음의 어떤 부분을 잘 두드리면 문이 열리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지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냉큼 나에게로 돌아온 우울이...

그래..니가 다시 돌아올 줄 알긴 알았다. 나도 니가 돌아올 문을 쉽게 열어줬긴 하지만 생각하는 지성이 있다구! 너를 이제는 잘 대해줄 거야. 너를 이제부터는 부드럽고 젠틀하게 대할거야. 너는 알고보면 내 정체성의 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다시 잘 왔어! 합격!! 딩동댕!!! 말도 안되는 환영의 말들을 너에게 이 밤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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