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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H Sep 27. 2021

도쿄 회사원은 점심에 무얼 먹나 (3)

번외: 클라이언트 구내식당



우리 회사는 구내식당이 없지만, 건물을 통째로 쓰는 대기업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전면 재택근무가 실시되기 직전에 상주했던 클라이언트사 구내식당 음식 사진을 번외편으로 몇 장 올려보고자 한다. 모두 같은 메뉴를 먹어야 하는 급식 형태의 구내식당은 아니다. 매주 지역, 식재료 등 테마를 정해서 식단을 운영하며, 면류, 밥류, 일식, 양식, 에스닉(태국이나 인도 등), 샐러드바, 추가반찬류, 과일 등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아서 먹는 방식이다. 보리차, 우롱차 등 기본 차 종류과 기본 조미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그릇 바닥에 마그넷? 같은 인식칩이 붙어있어서 식사를 마친 후 정산기에 가지고 가면 금액이 정산기에 표시된다. 이 회사의 경우 그룹사 전체에 도입된 전자머니가 있어서 그 전자머니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사내 카페와 식당 모두 해당 전자머니를 사용해야 하며 전자머니 충전기가 식당 근처에 설치되어 있다. 물론 그 전자머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도 있기 때문에 어플로 충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전자머니 카드를 따로 구입해서 현찰로 그때그때 충전하곤 했다. 사실 그 전자머니는 내가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는 종류라서 클라이언트 오피스로 출근할 때만 사용한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사 오피스 출입증과 함께 보관 중. 


가격대는 정말 기본 메뉴, 아무런 토핑 없는 카레나 라멘의 경우 300엔 미만으로 식사가 가능하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200엔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에 토핑이 추가된다거나, 해당 주의 테마에 맞게 준비된 라멘/카레 메뉴는 400-500엔대에 먹을 수 있다. 여타 정식 메뉴나 덮밥 메뉴도 400-500엔대에 먹을 수 있으며, 취향에 따라 샐러드나 과일, 추가반찬을 더해도 1000엔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바깥 식당에 먹으러 나가는 것도 은근 귀찮은 일이고, 매일 메뉴가 바뀌니 식당이 약간 한산해지는 시간대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대충 때우곤 했었다. 


탄탄멘? 미소라멘? 뭐였는지 기억 안 나는데 단백질이랑 야채 챙긴다고 야무지게 달걀이랑 시금치를 추가했다. 
이 날은 전날 볶음밥을 많이 만들어서 처치하기 위해 도시락 싸와서 구내식당 반찬이랑 같이 먹었다. 이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 
이건 삿포로 특집 콘버터미소라멘. 미역이랑 달걀 추가. 
돼지고기조림덮밥. 건더기가 영 허전해서 사이드로 튀김과 고기완자조림 추가. 



작년 4월 경 코로나19 확산으로 클라이언트사 직원들도 대부분 재택근무에 돌입했으며, 그 영향으로 구내식당도 일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되었다. 그래도 오피스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3가지 정도 메뉴로 매일 도시락을 판매하곤 했었다. 이 도시락은 단돈 500엔이었는데 밥도 반찬도 양이 꽤나 많아서 양이 적은 사람들은 야금야금 두 끼에 나눠서 먹어도 될 정도였다. 


카페테리아 운영 중단 기간 동안 판매되었던 도시락. 단돈 500엔에 매일 3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지금도 재택근무 비율이 높긴 하지만,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직원들도 일정 비율 이상이기 때문에 구내식당 운영을 재개한 것으로 안다. 물론 팬데믹 이전보다는 규모와 메뉴를 축소하고, 샐러드바 등은 여전히 운영하지 않는 식으로 전염병 확산 방지 대책을 실시중인 것 같다. 클라이언트 오피스로 출근하면서 은근히 오늘 메뉴는 뭘까 기대하곤 했었는데 까마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매끼 집에서 식사를 챙겨야 하는데, 혼자 사는 나로서는 일하면서 끼니를 챙기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매번 배달음식을 먹기에는 건강에도 지갑 사정에도 좋지 않은 걸 알기에 적당히 간단한 음식을 해먹는데, 뭘 해먹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정말이지 구내식당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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