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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H Sep 26. 2021

도쿄 회사원은 점심에 무얼 먹나 (2)

시부야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회사 오피스는 마루노우치에 있는데, 연수 기간 중 약 한 달 동안 시부야 모처에서 강의실을 빌려 연수를 듣게 되었다. 



시부야는 JR동일본 야마노테선의 터미널 역 중 하나다. 수도권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많은 기업들이 소위 도심/부도심으로 불리는 오피스 밀집지역에 오피스를 두고 있고, 도쿄에 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지옥철에 몸을 싣고 수도권에서 도쿄로 통근하는 일상을 보낸다. 물론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아져서 통근시간에도 예전만큼 만원 전철은 아닌 것 같지만, 오피스로 복귀한 기업들도 많기 때문에 그다지 한산하지도 않다. (처음 긴급사태선언이 발령되었을 때는 아침 9-10시에 야마노테선을 타도 꽤나 한적했다) 수도권에서 도쿄로 통근하는 사람들은 출퇴근 러시에 터미널 역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거나, 터미널 역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회사로 향한다. 야마노테선 대부분의 역들이 다른 사철이나 도영전철, 메트로 등으로 환승 가능한 환승역이지만, 그중에서도 소위 터미널 역으로 분류되는 역들은 유동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케부쿠로, 신주쿠, 시나가와는 플랫폼 수가 많고 특히 이케부쿠로는 서로 다른 열차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어서 헷갈릴 때가 많다. 이 경우 플랫폼을 공유하는 열차들의 규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쉽지 않고, 이는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야마노테선 터미널 역 중에 시부야는 지나는 노선도 많은 데다, 기차역처럼 플랫폼이 주욱 늘어선 이케부쿠로, 신주쿠, 시나가와랑은 다르게 환승도 복잡하고 나가려는 출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처음 시부야역에서 내렸을 때 하치공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잘못 나가서 멘붕 했던 기억이 아찔하다.  


야마노테선의 터미널 역들. 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이케부쿠로, 타카다노바바, 신주쿠, 시부야, 시나가와, 아키하바라, 닛포리, 니시닛포리.

(위 사진의 출처: https://1st.tropical.tokyo/traffic/traffic0020/)


이 터미널 역들은 도쿄의 부도심과 대체로 일치한다. 도심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했지만 소위 '도심 3구'로 불리는 치요다구, 츄오구, 미나토구는 불변의 도심이다. 야마노테선으로 따지면 아키하바라~칸다~도쿄~유락쵸~신바시~하마마츠쵸~타마치~타카나와게이트웨이~시나가와에 이르는 구간이다. 대부분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이다. (시나가와역은 시나가와라는 지명이 무색하게도 시나가와구가 아니라 미나토구에 속해 있다. 이는 시나가와역이 지어질 당시 철도 상황과 관련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써보는 걸로!)


부도심은 도심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정부 방침으로 지정되어 성장한 곳으로 도심에 비해 그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다. 1958년 <수도권정비계획>으로 지정된 부도심이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1982년 <도쿄도장기계획>으로 지정된 부도심이 우에노&아사쿠사, 킨시쵸&카메이도, 오오사키, 1995년에 지정된 린카이(여러 개의 매립지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총 7개가 존재한다. 지리적 특성상 야마노테선의 서쪽 터미널 역인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3개 역에서 북서~남서쪽으로 철도망이 뻗어 있고 상당수의 수도권 거주민들이 도쿄에 나오기 위해 이 3개 역을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 덕에 제일 처음 부도심으로 지정된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는 부도심으로 지정된 동네 중에서 가장 잘 자리 잡은 케이스라 볼 수 있다. 


파란색이 소위 '도심 3구'로 불리는 치요다구, 츄오구, 미나토구. 마루노우치는 치요다구에 속하는 지명이다. 

(위 이미지의 출처: https://makitani.net/shimauma/knowledge/center-and-subcenter-of-tokyo)



각설하고, 한 달 동안 시부야에서 연수를 듣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음식점 리뷰 사이트인 타베로그(食べログ)에서 선정하는 햐쿠메이텐(百名店) 투어를 하겠다고 난리인 친구들이 꽤 많았는데, 나는 줄 서서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경우가 많았다. 이것저것 많이 먹었는데 구글 포토에 남아 있는 사진이 별로 없어서 아쉽다. 마찬가지로 근처 식당과 더불어 편의점에서도 종종 사 먹었다. 번화가 시부야 답게 저녁에는 삼삼오오 모여 술 한 잔씩 하고 집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유동인구가 너무 많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 동네지만 마루노우치에 비해 약간 저렴한 물가와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나름대로 매력 있다. (가게들도 더러워서 술 마시는데 옆에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건 덤!)


중국식 찌개? 나베? 뭔가 퓨전 같은 느낌이고 사진은 나름 맛있어 보이는데 맛없었다. 
규카츠소스덮밥. 양배추는 리필 가능.
토마토라면 점심 세트. 원하는 라면과 사이드를 각각 고를 수 있다. 
주인장 마음대로 매일 토핑이 바뀐다는 키마구레 카레가 시그니처 메뉴인데 약간 냉털 느낌이 강했던 토핑들.. 밥 적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너무 많아서 남겼다. 재방문 의사는 없음. 
토마토 라면 맛있어서 또 갔다. 
해산물 이자카야 점심메뉴. 술집 점심메뉴는 점심시간 가게를 놀리지 않기 위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가성비가 좋다. 마지막에 오차즈케로 마무리 가능했던 카이센동. 
몽고탄멘나카모토. 여긴 매운맛 단계를 조정할 수 있는데 5 이상은 비추. 맛있게 매운맛은 아니다. 컵라면으로도 나온다. 



일본은 유명 라멘 가게들이 컵라면 회사와 콜라보해서 컵라면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유통채널로 분류해보자면 특정 편의점 브랜드에서만 판매하는 경우, 편의점 채널 한정으로 판매하는 경우, 보통 슈퍼에서까지 판매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몽고탄멘나카모토의 경우 세븐일레븐을 가지고 있는 세븐&아이홀딩스의 PB제품으로 세븐일레븐에서 구입할 수 있다. 현재 고정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기본 메뉴(旨辛味噌-우마카라미소-, 매운 정도 5), 북극라멘(北極ラーメン-혹쿄쿠라멘-, 매운 정도 10), 북극야키소바(北極焼きそば, 매운 정도 10?) 정도로 매운맛에 포커스를 맞춘 느낌. 면 메뉴 말고도 건조된 밥이 들어 있는 컵밥이랑, 건조두부가 들어 있는 두부 수프도 있다. 실제 매장에서 먹을 경우 면을 두부로 바꾸는 옵션도 있고 사이드로 밥을 시켜서 말아먹기도 하니 얼추 대부분 재현한 셈. 개인적으로 올 연초에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던 토마토탄멘(トマタン-토마탄-)이 정말 맛있었는데 고정으로 판매해줬으면 좋겠다. 


기본 탄멘이랑 완전 매운맛 북극라멘 컵라면
차례대로 컵밥, 두부스프, 한정판 토마토탄멘. 한정판 상품은 토마토 말고도 치즈나 돼지등뼈기름 등 여러가지 옵션으로 종종 출시된다.


+커버 사진은 시부야 모처의 호텔 라운지 바에서 찍은 시부야 풍경. 이 날은 마치 초미세먼지가 가득 낀 서울과 상하이 야경을 연상시키듯 뿌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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