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왔었다. 지금처럼 맘에 든다고 책을 바로 사올 수 있었던 형편이 아니어서 느낌을 간직해서 간단히 리뷰를 썼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이 책이 다시 보고 싶어 구입했다. 그 사이에 표지도 바뀌고 책을 대하는 나의 형편(충동구매, 맘에 들면 합리화 시켜서 구매하기, 책을 사면 안 되는 형편인데도 책사기 등)도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꺼내 볼 때면 서점에서 서서 보면서 킥킥대던 내가 떠올라 추억에 젖어들곤 한다.
8년 전의 내게 이 책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나름대로 혼자 잘 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혼자서 쇼핑하고, 노래방, 비디오방, 밥 먹기 등등 거의 다 경험해 본 터라 이 책이 청승맞게 다가온 것이 아니라 동질감이 느껴졌었다. 나의 혼자 놀기보다 더 동선이 짧고(이를 테면 이 책의 배경이 거의 집이라던가 하는), 노는 것이 심각하고 무겁지 않으며, 나름의 경험이 진하게 배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가정을 꾸리기 전의 내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 많아 놀라면서도 현재에도 여전히 내가 가지고 있는 습성을 발견하곤 난 정말 혼자인지, 혼자 잘 노는 것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
나는 몹시 게으르다. 쉽게 귀찮음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는 과정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날씨를 탓하며 밖에도 잘 나가지 않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뚝딱 보낼 수도 있다. 틈틈이 책을 읽거나 리뷰를 쓰면서 뿌듯함을 느끼기에 집 안에 있음을 답답해하지 않는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나, 아이, 책만 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면 모든 게 나와 상관없는 것만 같아 이기적으로 변하고 만다. 뭐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비약해서 찬찬히 되새겨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혼자 노는 것에 대해 큰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진 못한다. 이것이 고립을 야기하고 사회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내가 구축하고 닦아온 나만의 편안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막상 이렇게 고백을 하고 보니 내가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타인의 혼자 노는 모습에 킥킥거리며 공감하고 나의 습성을 말했을 뿐인데도 은둔형 인간이 된 것처럼 내 자신이 낯설어진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그 중의 하나를 꺼냈을 뿐인데 왜 스스로 변명을 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여전히 낯선 나를 고백하는 건 힘이 들고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거겠지?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었음에도 우울한 분위기보다 발랄함을 느꼈음에도 고요가 주는 이 새벽이란 시간이 나를 이렇게 센티멘털하게 만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