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by 안녕반짝
P20170304_125320520_7ABCC09B-3917-47E3-A5CC-889120A77163.jpg


우리는 눈동자에 별이 하나씩 더 많아서/ 빛이 되어주라고 조금 일찍 가족과 친구들 곁을 떠났다는 것을 // 우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에요/우리는 곁에 있어요


어떠한 이유로라도 살아서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 말해 무엇할까. ‘가만히 있으라’라 말 때문에 사라져버린 아이들. 구조도 못해주고 어떠한 진실도 밝히지 못한 채 유족들을 가해자 취급하며 피곤하다 몰아세우는 여론과 사람들.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때 온 나라가 슬픔과 절망과 상실감과 분노에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터라 단지 그런 감정소모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 또한 피로하게 바라봤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가해자 취급하는 실정을 제대로 알고 나자 이 나라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자식을 잃고도 왜 거리로 나가야 하는지 답답하고 한심하고 절망적인 상황들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땅과 바다의 경찰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서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고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거든요.

그럼에도 피로감에 외면하지 않게,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시를 읽는 건 더 답답했다. 너무 쉽게 사라져버린 생명 뒤에 남겨져 있는 슬픔과 그리움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시인들이 받아 적은 이 시에는 죽은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목소리가 모두 쏟아져 나와 나를 덮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살아 있을 적에 아이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곳에 남겨진 이들에게 하는 것 같은 이야기는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져버릴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말하고 있었다. 하지 못한 말, 하고 싶었던 것들, 이뤄보지 못한 것들. 오히려 희생당한 건 아이들인데 온통 미안해 하는 마음 뿐이었다. 아이들을 잃은 남겨진 가족들에겐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그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그럴 수 없어서 이 시들은 애통하기만 했다.


지금 태어나는 애기들, 어린 친구들,/ 그 애들이 또 이런 일 당하지 않게/세상이 바뀌길 여기서 우리도 함께 기도하고 있어요./여긴요, 기도가 일이에요. 사랑하니까, 힘내세요!

미안하다는 말조차도 미안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세월호 사건(박민규 작가는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통감하고 대처하고 유가족의 손이라도 잡아줘야 할 사람들은 정작 외면하고 있는 현실. 이런 상황에서 기억하는 것밖에 할 게 없는 나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럼에도 어영부영 넘어가지 않게 꼭 지켜보겠노란 힘없는 다짐을 건네 본다. 적어도 남겨진 가족들이 가해자를 만드는 세상이 되지 않게 나 역시 기도하겠다고 말이다.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걸 다 하루아침에 할 수가 없어서 가족이 되는 거지요.

기억할게. 사랑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너희들에게 수줍은 고백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차라리 어떻게든 맷집을 갖고 견디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