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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Sep 18. 2015

내가 좋아하는 책은 도대체 뭐지?

내 취향 책 찾기 _1

                                                                                       

책이 좋아지기 시작하자 많이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나는 무슨 책을 읽으면 즐거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내 곁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읽고 부딪혔습니다. 그 부딪힘이 험난한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임을 깨달았을 땐 책이 주는 매력에 아주 조금씩 빠져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5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의 내 책장이다. 1단 책꽂이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5단 짜리 책장을 하나 사고 관심 있는 책들 순서로 정리해 나갔다

                                                                                         

당시 제가 책을 고르고 읽어나가는 가장 큰 기준은 '제목은 참 많이 들어봤는데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궁금했던 책들을 한권씩 읽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책 제목을 보며 나름대로 유추한 책 내용이 보기 좋게 엇나간 경우(스탕달의『적과 흑』은 저자의 이름과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굉장히 철학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졌는데 가정교사와 귀족부인의 불륜이 등장하자 오로지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객관적인 시선은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후 아직도 2권을 읽지 못한 상태입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책(내 사랑 도끼 옹!『죄와 벌』로 인해 얼룩진 오해를『백야』가 완전히 씻어주었고 다시『죄와 벌』을 읽었을 땐 도끼 옹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덜컥 덤벼들었다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아직도 책꽂이에서 묵히고 있는 책(칸트의『순수 이성 비판』을 많이 들어봤다는 이유로 구입했다가 깜냥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여전히 묵히고 있는 중입니다.) 등 오로지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내게 가장 좋아하는 책의 종류가 뭐냐는 물음에 망설일 필요도 없이 해외문학이라고 말합니다. 내 책장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해외소설일 만큼 좋아하고 관심이 많이 갑니다. 왜 해외문학일까 생각해 보니 그 안에는 공교육의 폐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초등학교 때는 학급에 있는 도서들을 그냥, 마구 빌려서 읽었습니다. 교과서와 연관이 되니 읽어야 한다는 책도 없었고 당시에 책은 오로지 시간 때우기 용도였습니다. 그러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국어 교과서에 꽤 긴 소설, 수필 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작품들을 순수하게 읽어 보기도 전에 시험 문제를 유추하기 위한 해체와 난도질을 먼저 경험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황순원의『소나기』에서 소녀의 죽음의 복선이 되는 건 보라색 꽃(도라지꽃이었던가?)이라는 대답이 먼저 나옵니다. 그 꽃을 소년과 소녀가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보다 죽음의 복선이 되었다는 게 먼저 기억납니다. 


이러한 해설을 경시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내 감정이 깃들기 전에 미리 알아버리는 건 그야말로 김새는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 이후로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찾아서 읽다보니 우리나라 소설의 묘미를 느끼기보다 어렵고, 우울하고, 부담감 간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를 짓눌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외문학(교과서에 실리지 않는)을 읽으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편했습니다. 내 맘대로 읽고 내 멋대로 생각하면 된다는 자유로움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지금은 또렷하게 찾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몰라 이 책 저 책 기웃거렸고, 실패도 많이 했으며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비슷한 작품을 찾아 읽었는데 더 어렵게 느껴져 읽기를 포기한 책도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내 수준으로 읽을 수 없어 책장에 모셔두기만 한 책들도 많습니다.


단박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단 헤매지 않아도 되고 몰라서 관심도 없고 어려운 책을 꾸역꾸역 읽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그나마 하나 터득한 게 있다면 정말 어렵고 힘든 책이 아니라면 끝까지 읽자는 거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딴 생각을 하며 읽은 책도 참 많지만,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고쳐 앉으며 읽었던 책들이 있어 어떤 책을 읽더라도 겁내지 않았습니다. 한권의 책을 한 달에 걸쳐서 읽어냈을 때의 그 해방감.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인내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통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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