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 튜더 <타샤의 열두 달>
다른 동화책에서도 그렇듯, 타샤 할머니 특유의 꽃 테두리 안에서 펼쳐지는 열두 달의 모습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꽃 테두리가 좀 더 둥그스름해졌다는 것과 수채화의 느낌이 진해졌다는 것이다. 흑백으로 된 그림도 있었지만 색이 입혀진 수채화가 더 많았다. 잔잔한 시골을 풍경을 연상시키는 그림들이 대부분이었고, 계절에 따라 아이들과 어른, 가족들의 모습, 자연의 모습이 정겹게 펼쳐졌다. 왼쪽에는 계절과 상황을 나타내는 짧은 글이 번역되어 있었고, 오른쪽에는 영어의 원문이 실려 있었다. 짧은 영어임에도 읽기가 쉽지 않은 단어들이 나올 때면, 어차피 번역이 되어 있기에 그냥 추측만 하고 넘어갔다. 글보다 타샤 할머니의 그림을 더 좋아하기에, 영어를 읽느라 끙끙댔던 마음을 얼른 지워버렸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시골 모습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네 모습과 공통된 부분과 다른 부분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다. 1월이면 썰매를 타고, 3월에는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것,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4월, 마을 잔치가 열리는 9월(우리의 추석과 비슷해 보였다.)은 내가 자란 시골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타샤 할머니가 그려낸 열두 달 속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한 정경이었지만, 할로윈 데이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모습이 우리와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날들이 어색하지 않지만, 시골의 모습보다 도시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그런 모습을 한 편의 그림으로 드러낸 수채화들이 정감 있게 다가왔다. 타샤 할머니의 몇몇 동화책을 보아서인지 책마다 약간 다른 화풍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동화책마다 어느 시대에 발간된 것인지 집어낼 수 없더라도, 조금씩 변해가는 화풍과 주제를 비교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은 읽는다는 느낌보다 본 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곤 한다. 글은 짧고 그림이 많이 실려 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동화책 속의 그림들이 아니라 타샤 할머니의 삶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서일 것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풍경과 아이들, 자연은 다른 책에서 익히 보아온 타샤 할머니의 인생의 즐거운 시기였다. 시골 생활을 좋아하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맘껏 누릴 줄 아는 타샤 할머니. 그런 타샤 할머니였기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책일지라도, 새롭게 책이 출간될 때마다 관심이 간다.
처음 타샤 할머니의 책들을 읽어나갈 때의 흥분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데서 오는 신기함으로 책을 읽어갔고 모든 책들을 모았다.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타샤 할머니가 남겨준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교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샤 할머니가 남겨놓은 것들은 이런 책들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평생 일군 코기빌의 정원도 있고,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번진 삶의 기쁨이 있다. 그것들을 온전히 간직할 수 없대도, 이런 동화책을 한권씩 만날 때마다 타샤 할머니가 전해준 삶의 기쁨을 기억하고 일상에서 누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