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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Sep 23. 2015

책 속에서 책 찾기

책 파도타기

저는 그것을 '책 파도타기'라고 부릅니다. 어떤 책을 읽다 다른 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직접 찾아서 읽어보는 행위. 언제부터 그 행위가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본격적으로 책 파도타기라고 불리웠던 책은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은 2002년 2월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입니다. 무척 두꺼웠음에도 풍부한 묘사에 취해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아쉽게도 리뷰에 회의감을 느끼던 때라 감상문은 달랑 한 줄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언급되었던 두 권의 책은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마의 산>과 <위대한 개츠비> 

 

채 속 인물이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고, 요양원에서 <마의 산>을 읽었다는 내용 때문이었습니다다. 두 권의 책은 제 머리속에 또렷이 각인되어 읽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먼저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한 탓인지(세번 읽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에 발끈해서 읽었음에도) 깊은 감동을 받지 못했습니다. 세 번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한 번만 읽고 책을 덮어 버렸습니다. 오죽했으면 출판사를 잘못 골랐다는 푸념까지 했을까요. 꼭 한 번 다른 출판사 책을 읽어봐야지 했는데 아직도 그 기회는 닿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음에도 또 서점으로 달려가 <마의 산>을 구입했습니다. 제가 간 서점에 범우사 판 밖에 없어서 두 권으로 된 두툼한 책을 구입해서 왔는데 읽는데 두 달이 걸렸습니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보다 틈틈이 읽어가던 시기라 저에겐 너무 어려웠습니다. 꾸역꾸역 읽고 났을 때는 저자에 대한 원망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마의 산>의 저자 토마스 만을 철저히  기억하게 되었고 그의 작품을 절대 읽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을 정도였지요.



                                    




어찌보면 <상실의 시대>를 통한 책 파도타기는 실패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위대한 개츠비>와 <마의 산>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고, 책 속에 숨겨진 또다른 묘미를 만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그때의 경험은 후에 더 나은 결과를 드러냈습니다. 토마스 만의 작품은 읽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동네 책방에 놀러 갔다가 발견한 <요셉과 그 형제들>의 자태를 보고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나를 힘들게 했던 <마의 산>을 쓴 작가라는 사실도, <요셉과 그 형제들>이 6권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충동적으로 1권을 사오고 말았습니다. 계산을 하려니 서점 아저씨는 '좋은 책을 골랐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기분이 더 들떠버렸고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날 이후로 토마스 만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2003년부터 읽기 시작한 <요셉과 그 형제들>을 아직까지 완독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현재 4권까지 읽었습니다.) 게으름이라기 보다 아끼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책 속에 나오는 책들을 체크해 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 책들을 다 구입해서 보는 건 무리지만 여러 책에서 자주 언급된 책들을 우선 순위에 두고 저의 관심을 사로잡는 일은 책을 읽는 또 따른 매력이 되어 이제는 제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상실의 시대>를 통해 발견 된 두 책이 쓰디 쓴 약이 되어 새로운 도약을 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로 책 파도타기를 통해 발견된 책들은 대부분 내 독서생활에 보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습니다. 책 파도타기가 얼마나 멋진지는 실행해 본 사람만이 느낄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위대한 개츠비> <마의 산>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기 때문입니다.


덧. 

<상실의 시대>가 <노르웨이 숲>으로 개정되어 나왔을 때도 다시 읽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마의 산>과 <위대한 개츠비>는 다른 출판사 책으로 구입해 두고 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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