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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l 23. 2023

중경삼림, 신뢰가 부재한 도시 (3)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구강기 고착의 관점에서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重慶森林)

감독: 왕가위

1994년 개봉 (홍콩)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영화 <중경삼림>을 심리학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성격 발달 단계에서 구강기는 출생 직후부터 1세까지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 아이는 젖이나 우유를 빠는 행위를 통해서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구강을 이용한 욕구의 충족은 초기 아동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의 입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 구분할 수 없어서 양육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입을 이용하여 세상과 최초로 접촉할 수밖에 없다. 이때 입을 이용한 욕구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거나 과도하게 충족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대인관계에서 타인을 잘 신뢰하지 못할 수 있고, 사랑과 같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구강기 고착이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구강기 고착 상태에서 나타나는 이상 행동으로는 과도한 흡연, 음주, 약물 남용, 폭식 등이 있다. 구강기에서 입을 통한 욕구 만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입을 통하여 심리적 보상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금성무의 폭식은 단순히 많이 먹는 정도가 아니라 기괴하게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상 행동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영화적 장치로 감독이 설정한 인물의 과장된 행동이라기보다 정말 금성무가 연기하는 경찰 223의 심리적 증상처럼 느껴진다. 폭식은 여자친구 메이에게 실연당한 경찰 223의 공허함을 채우는 행위이기 이전에 애초에 경찰 223이 관계 형성에 문제를 겪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행위에 더 가까운 듯하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여자친구 메이에게 차인 금성무는 케밥집의 또 다른 메이와의 데이트 시도에도 실패한다. 그리고 케밥집 앞 공중전화에서 여성 지인들에게 계속 전화를 돌린다. 심지어 과거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짝꿍에게까지 전화를 건다.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다른 관계를 찾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금성무의 행동은 확실히 과해 보인다. 바에서 만난 임청하에게 말을 거는 금성무의 모습도 어딘가 이상하다. 그는 임청하에게 자신은 대화 상대를 찾는 게 아니라며 그저 그녀 옆에만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서도 귀찮아하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폭식부터 타인을 향한 의존까지 금성무의 일련의 행동들은 구강기 고착의 증상들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다. 폭식은 다른 말로 음식에 대한 의존이다.


왕가위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타락천사>에서도 인물들의 구강기 고착적 증상들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타락천사>에서는 인물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장면을 찾기가 어렵고 만두나 면 같은 음식들을 계속 기괴하게 입에 밀어 넣는다. 심지어 자기가 앉은 식당의 테이블 뒤로 패싸움을 벌이든 말든 인물들은 계속 식사를 한다. <타락천사>에서 금성무가 진휘홍과 그 가족에게 집착하다시피 아이스크림을 먹이는 장면은 괴상함의 끝이다. 심지어 진휘홍이 타락천사에서 맡은 배역의 이름은 ‘강제로 아이스크림 먹는 남자’이다. <중경삼림>에서도 도망친 인도 사람들을 붙잡으려고 납치한 여자아이에게 임청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인다. 아이를 데려다 어디에 숨긴 것도 아니고, 놀이터에 데려간 것도 아니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데려다가 푸짐한 아이스크림을 먹인다.


추신: 금성무 씨 정말 잘생겼다. 부럽다.



[4부에서 계속]



참고사항: 본 글은 참고문헌에 명시한 서적의 내용과 그 서적을 교재로 진행된 석사과정의 한 강의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필기하고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영화에 대한 강의가 아니었으며, 영화 해석에 대한 텍스트는 온전히 본 필자의 견해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문헌


Corey, G. (2017). 심리상담과 치료의 이론과 실제 10판 개정판 (천성문, 권선중, 김인규, 김장회 외 4명 공역). 서울: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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