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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10. 2023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1)

변하지 않을 그녀의 취향 그리고 삶

소공녀 (Microhabitat)

감독: 전고운

2017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영화 <소공녀>를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세 단어로 영화 <소공녀>는 압축된다. 미소의 삶과 행복 또한 이 세 단어로 압축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누구도 미소의 삶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한 미소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쌀도 늘 부족하고 보일러도 안 되는 열악한 단칸방에서 하루하루 버티며 살지만 담배, 위스키, 한솔만 있으면 그녀는 행복하다.


2015년. 담배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껑충 뛰어오르고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는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집을 포기해 버리는 상상초월의 선택을 하게 된다. 


미소에게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의 가치는 집의 가치에 우선한다. 부동산보다 동산에 가치를 두며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그녀의 발상은 생경하기만 하다. 위치 이동이 가능한 것들은 본질적으로 불안하다. 부주의에 의해 잃어버리거나 누군가로부터 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는 재산은 꼭 쥐고 잘 살펴야만 지킬 수 있다. 당신이 숱하게 잃어버린 지갑과 휴대폰 그리고 에어팟을 생각해 보자. 반면 움직이지 않는 토지와 건물은 그냥 그 자리에 계속 위치한다. 재난과 재해로 인한 피해만 입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실체는 결코 변형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홉스테드의 비교 문화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문화권에 속한다. 일반화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불안한 것들에 불편함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까지 답을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모든 것에 정답을 요구한다. 규격과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규격과 표준 안에 위치하는 것들은 정답이고 그것을 벗어난 것들은 오답으로 취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규격과 표준에 따라서 정답과 오답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은 손쉽게 구분된다. tvN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연인들이 공공기물에 서로의 이름을 새기는 이유는 사랑도 불안정하고 자아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산타워 아래 전망대에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랑의 자물쇠들이 걸려 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지 그 기준을 나라 별로 비교한 <중산층 별곡>이라는 자료가 인터넷상에서 떠돈 적이 있다. 다소 근거 없는 내용이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으니 한번 소개해 보겠다.    

 

[한국]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닐 것      


[프랑스]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함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함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함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함
사회적 공분에 참여할 것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영국]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차이가 느껴지는가? 프랑스와 영국에 비해 한국의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마치 가구 공장의 규격화된 조립 라인처럼 느껴진다. 30평, 500만원, 2,000 CC, 1억 원이라는 틀에 맞으면 중산층, 더 크면 상류층, 더 작으면 하류층이다. 이 기준으로 나는 절대 중산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영국으로 간 나는 중산층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기회 정도는 얻게 된다. 



[2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이해진. (2013. 08. 13). ‘나라별 중산층 기준’...“왜 한국만 그냥 돈이야?”. 머니투데이. retreived from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308131015136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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