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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09. 2023

이탈리아, 복숭아 그리고 시선 (完)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2018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한편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엘리오의 성장 영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우선 엘리오가 과연 정말 ‘성장’이라는 것을 했는지 우리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엘리오가 성장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이 영화에서 과연 중요한 지점인지도 의문이다. 아픔을 겪었으니 그것을 양분 삼아 그가 성장했을 것이라는 말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이야기로 들려 왠지 거북하다. 상처 없이 성장할 수는 없는 걸까? 


시련을 겪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아픔을 당장 성장의 양분으로 대체하여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시련은 그냥 아프다. 너무 아프다.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때로는 식욕과 수면욕도 사라진다. 그 척박한 상황 속에서 무언가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란 어렵다. 성장에는 시련의 양분이 아니라 그냥 좋은 거름이 필요하다. 엘리오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건넨 위로의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올리버와의 이별의 아픔을 양분 삼아 부디 성장하라는 당부가 아니다. 그가 제안한 것은 성장과 수확이 아니라 경작과 밭갈이에 가깝다. 씨를 뿌리기에 좋은 토양으로 마음을 다지고 또 다져놓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좋은 기회를 만났을 때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수 있으리라.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076


시인 이상이 연인 금홍에게 쓴 편지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나는 상처를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고 믿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상처를 통해 성장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상처가 없이도 잘 자랐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상처 없이 지켜주고 싶다. 심지어 그대 전혀 성장하지 못한대도 상관없다. 


hiphopstep.


다음 분석 영화 예고: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힙합스텝이 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분석 다시 읽기


1부: https://brunch.co.kr/@hiphopstep/55

2부: https://brunch.co.kr/@hiphopstep/57

3부: https://brunch.co.kr/@hiphopstep/58

4부: https://brunch.co.kr/@hiphopste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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