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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11. 2023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2)

변하지 않을 그녀의 취향 그리고 삶

소공녀 (Microhabitat)

감독: 전고운

2017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영화 <소공녀>를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많은 이들이 부채 없는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해 평생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관련 이슈는 매일같이 쏟아진다. 영끌은 이제 시사상식사전에 등재된 용어가 되었다. 영끌이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을 뿐만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까지 모으는 모습을 나타내는 신조어이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 부동산을 갖겠다고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마당에 미소는 제일 먼저 부동산을 버렸다. 그래도 그녀는 행복하다. 월세를 아낀 돈으로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며, 남자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녀가 이해가 되는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시도에는 또다시 어떠한 기준과 잣대를 끌고 와야 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가 아닌 수용이다. 그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사람과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삶의 우선 가치로 꼽는 부동산을 제 손으로 내동댕이친 미소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한국 땅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자발적으로 집에서 나옴으로써 미소의 로드무비는 시작된다. 혹자는 로드무비 옆에 ‘눈물겨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고 싶은 충동이 들지도 모르겠다. 눈물겨운 미소의 우당탕탕 로드무비! 그러나 미소는 결코 눈물겹지 않다. 그녀를 가엾게 여기는 것은 관객인 우리이지 미소 자신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조금 덜 만족스럽고 조금 더 만족스러운 순간들이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미소는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 하던 동료들을 한 명씩 찾아간다. 달걀 한 판씩을 사 들고 가 집에 잠시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삶의 무게에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과거 미소가 알던 우정과 의리가 넘치는 청년들이 더는 아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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