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5)

by 힙합스텝

2024년은 제가 대입 1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그리고 학계에 남기로 결정한 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학업과 연구를 하며 오랫동안 해온 생각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이 글에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이번에는 MBTI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의 MBTI 열풍은 유목화와 유형화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특징과 맞물려있다. 우선 MBTI는 ‘제대로 사용되었을 때’ 매우 효과적인 성격 척도이다. 이때 제대로 사용한다는 말은 공식적으로 개발이 되어 타당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문항을 이용하고 검사 후 훈련을 받은 상담 전문가와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우리는 ‘MBTI를 안다’ 혹은 ‘MBTI를 해봤다’고 말할 수 없다. MBTI는 성격 유형 검사로서 성격의 유형을 16가지로 구분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수검자의 성격에 가장 가까운 유형 하나를 제시한다. 그런데 인간의 성격은 너무도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것이어서 16가지의 유형만으로는 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말과 행동이 바뀌기도 한다. 나 스스로 평가하는 나의 성격과 타인이 평가하는 나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MBTI는 제멋대로 이용되고 있다. 심리학도로서 MBTI 척도가 불쌍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MBTI는 자기 스스로 인간 성격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척도라고 떠들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서 MBTI가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MBTI는 그냥 MBTI로써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았으면서 MBTI가 가치가 없는 도구라는 둥, 자신은 MBTI를 믿지 않는다는 둥의 이야기를 한다. MBTI는 믿고 안 믿고의 영역이 아니다. 종교나 신념이 아니다. CT나 간 초음파 결과를 두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단명할 것이다.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로 나는 유목화와 유형화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징을 꼽는다.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서 집단을 이루고 개인을 그 집단에 어떻게든 끼워 맞추려고 하는 성향. 무리 밖에 존재하는 개인을 비정상 혹은 오답으로 규정해 버리는 태도. 나와 같거나 비슷한 성격의 집단과 반대의 성격을 지닌 집단끼리의 미묘한 갈등과 경쟁의 구도를 만들려는 시도. 한국의 MBTI 문화는 이 모든 것들의 총체이다. MBTI로 나와 타인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 상담이 필수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함과 불편함을 느끼는지 최소 한 시간 이상 전문가와 대화하면서 성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MBTI 결과를 마구잡이로 이해하고, 해석하며, 공유한다.


문제를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빠르게 해결하려는 태도가 자신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에 까지 이어져 나타난다. 기계가 순식간에 채점해 버리는 OMR 카드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조차도 가성비가 좋은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게 잘못된 방식이든 아니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보기 좋게 유형화해서 네 개의 알파벳으로 나타나는 나의 성격은 타인의 것과 비교하기에도 효율적이다. 일 시키기에 좋은 성격, 연애하기에 좋은 성격, 친구 되기에 좋은 성격과 같은 비과학적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실제로 MBTI를 입사 지원서에 작성해 제출하라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논란이다. 그 말은 즉 기업 차원에서 선호하는 MBTI 유형이 있으니 그것을 확인하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자신들에게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을 구분하려고 말이다. 정답과 오답을 구분하듯이.


6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김세린. (2023. 03. 01). “ESFP라 업무 안 맞아” 직장인의 한탄…MBTI 과몰입 논란 [이슈+].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2287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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