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게으름, 그 속의 피로

13 DAY - Evening

by Hippy

월요일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공부도, 글도, 집안일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그냥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

소파에 몸을 묻었다.


한 모금, 두 모금.

그 시원함이 오늘 하루의 전부인 것 같았다.


주말의 장거리 이동과 낯선 공간에서의 일정이

몸속 어딘가에 피로로 남아 있었나 보다.

낮에는 몰랐는데, 퇴근 후가 되니

그 무게가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았다.

시계를 보니 아직 9시가 되지 않았지만,

몸이 더는 깨어있길 거부했다.


오늘 하루를 계획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조금 더 컸다.


가끔은 이렇게, 이유 없는 게으름이

다음 날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되기도 하니까.


창밖에 가로등 불빛이 조용히 번지고,

내 안의 피로도 서서히 풀려갔다.

이전 22화시원한 공기, 가벼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