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별빛처럼, 지금은 그저 반짝이는 조각들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써야지 했지만, 뚜렷한 무언가를 하고 끝낸 게 없어서 쓰지 못했다.
브런치에 올리는 나의 에세이는 꾸준해야 의미가 있는데, 본질을 잊고, 주저하다 2주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찔러대곤 했다.
예를 들어, AI agent에 대해 공부를 조금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이 공부가 끝난 게 아니라 글을 쓸 순 없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후에 써야겠다고 미뤘다. 공부에는 끝이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기술 블로그를 쓰는 것도 아닌데.. 그냥 왜 시작했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썼어도 되었는데 뭔가 거창한 걸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갑자기 들었다.
백수의 소비생활을 쓸까 하다가 아직 실업급여가 안 나왔으니 일단 나오면 쓰자고 이 주제도 미뤄버렸다.
우습다.
애초에 이 글을 연재하겠다고 한 이유가 나의 여정을 공유하는 것이었는데, 결론이 안 난 것 같다는 이유로 글을 멈췄다. "미완성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안에 오랫동안 자라오던 "완성주의"(완벽이라고는 못하겠다)와 충돌한다.
지난 이 주간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조깅을 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잠을 잤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주식 관련한 기사들을 보고 가지고 있는 주식들을 리밸런싱 하기도 한다.
최근 나온 모든 한국 드라마를 섭렵했다. 그도 모자라 퀘벡 여행을 위해 도깨비를 다시 정주행 중이다. 도깨비를 보기 위해 구독한 OTT에 있는 예전 한국 영화 두 편(기적, 비밀은 없다)을 보았다. '은중과 상연'을 너무 몰입해서 보다가 이대로 중간에 멈추면 내 몰입한 감정이 깨질 것 같았다. 덮을 수 없는 소설책을 읽듯 드라마를 보다 결국 밤낮이 바뀌었다.
유튜브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브이로그를 한참 보다 뜬금없이 책을 읽기도 했다. '미묘한 메모의 묘미'라는 책을 읽다 여행 가서 메모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노트 한 권을 구입했다. 몇 해전부터 읽으려고 사 뒀던 '코스모스'의 머리말을 며칠 읽었다. 이러다간 결국 수학의 정석 1단원 집합처럼 앞부분만 까맣게 될 것 같아 머리말을 과감히 넘기고 본론을 읽기 시작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이것저것 해 먹었다. 몸이 안 좋은 어느 날엔 하루 두 끼를 배달시켜 먹고 속상해하기도 했다.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다 배탈이 나기도 했다.
이전 직장에 랩탑을 반납했는데, 계속 배송비를 정산해 주지 않아 몇 번 이메일을 보내고 결국 한 달 만에 받아내기도 했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엔, 이미 승인이 났어야 하는 실업급여가 승인이 나지 않아 약간 초조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이다. 오늘 오전 실업급여 처리를 담당하는 온타리오 서비스에 전화로 지연사유를 문의했다. 결국 회사가 또 서류를 잘못 작성해서 지연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이 회사에서는 정리해고 후 단 하나의 프로세스도 제시간에 처리된 경우가 없다. 지연이 되면 제대로라도 하던가. 며칠 지연된 서류에는 내 이름과 주소도 잘못 기재되어 다시 또 요청을 하게 만들었다. 동네 모임보다도 허술한 일처리에 진절머리가 난다.
글을 쓴 후 마지막일지 모르는 나이아가라에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이렇게 나는 일관성 없고 목표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모래알처럼 하루하루 내 시간들이 흩어지는 기분이다.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보내고 있지만, 문득문득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든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데 모니터 옆에 놓인 코스모스 책이 보인다.
표지에는 은하수가 있다.
아무리 계산식을 보아도 내가 가늠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수많은 흩어진 별들이 은하수의 모습을 만든다.
나 자신조차 알 수 없는 내 마음과 생각이 미지의 우주와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럼 이렇게 흩어지는 내 하루하루, 순간순간도 결국 나라는 큰 은하수를 이루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지금 흩어진 이 순간들이 언젠가 모여, 나라는 은하수의 별빛이 되길 바란다.
++ 메인 사진은 2025년 1월 유카벨리에서 머물 때 에어비앤디 뒷마당에서 찍은 별 사진입니다.
++ 팟케스트 낭독은 주말내로 녹음해서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