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 D-day를 정하다
토론토의 봄이 시작될 즈음 엄마가 방문하기로 했다.
일정을 조율하다가 쎄한 느낌에 실업급여 승인 확인을 하려고 웹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End Date of Claim: August 08, 2026
“그래, 8월 초가 맞네.”
안심하고 창을 닫으려던 찰나, 파란색 안내 문구와 숫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Total Weeks of Regular Entitlement(총 지급 가능 주수): 44주
Weeks of Regular Benefits Paid(이미 지급된 주수): 25주
Total Weeks Paid(총 지급된 주수): 25주
계산해 보니 아직 19주(44주 - 25주)가 남아 있었다.
내가 놓친 문서 하단의 주의사항을 다시 읽어보았다.
44주를 모두 사용하거나 청구 종료일(2026년 8월 8일)에 도달하는 것 중, 둘 중 먼저 충족되는 시점에 혜택이 종료된다는 것이었다.
매주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 온 나의 페이스라면, 44주를 다 채우는 시점은 8월 8일보다 훨씬 앞당겨진 6월 중순이 될 터였다.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이 몰아쳐왔다.
백수에게 버팀목이 되는 고정적인 실업급여가 두 달이나 일찍 끝난다는 두려움과 막막함
여름이 제일 좋은 토론토를 즐기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
무엇인지 선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무슨 결정을 내리던 앞으로 내가 마주할 차가운 현실에 대한 불안함
애초에 엄마는 5월 중순에 와서 7월 중순에 떠날 예정이었다. 나는 그 후 혼자 남아 8월 말까지 천천히 11년의 토론토 생활을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실업급여 없이 매달 최소 삼백만원이 넘는 월세와 생활비를 쓰며 이곳에 머무를 필요는 없었다. 심지어 엄마까지 오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그 돈이면 차라리 다른 곳 여행을 다니는 게 좋았다.
그래도 6월은 너무 빨랐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의 회로가 막힌 듯했다.
엄마의 리턴티켓을 7월 초로 당기고, 나는 7월 말에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기로 했다.
한 달 반 남짓 실업급여 없이 생활비와 이사비로 돈이 녹아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니..
갑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마지막 두 달 치 렌트비는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 지불 하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적어도 6, 7월 두 달간의 렌트비는 과거의 내가 도와주었다.
엄마와 같이 일찍 돌아가면 돈은 조금이나마 아낄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혼자 정착한 이곳에서 혼자 정리할 마지막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엄마가 오지 않으면 6월 말에 맞춰볼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 나온다고 잔뜩 기대에 찬 것 같은 엄마에게 차마 오지 말라고는 할 수 없었다.
7월, 8월은 극성수기 시즌이다.
여행사 사이트엔 몇몇 할인 왕복표가 있었다. 편도와 고작 2-30만원 차이가 났다.
내게 왕복표가 필요할까?
마우스에 손을 올린 채 잠시 망설였다.
아무래도 아니다.
신중한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은 가끔 과감해야 한다.
그렇게 7월 30일 토론토에서 출발하는 편도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역이민은 늘 마음에 있었다.
사실, 작년 말부터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가 되어가는 줄 알았는데,
편도 티켓을 구매하고 확인 이메일을 받으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불안, 설렘, 아쉬움 등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내 작은 그릇에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메인 사진은 2015년 11월 2일,
토론토에 도착한 지 이틀 후에 야경을 보러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금은 도둑맞아서 없는 아이폰6로 찍어서 화질이 요즘 사진처럼 좋지는 않지만,
그게 더 제겐 좋아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