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 캐나다의 저세상 서비스

해외살이의 치명적인 단점

by Hiraeth

혼자 해외에서 살면서 많은 경험치와 능력치가 레벨 업 되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내심과 끈기 같은 것?


코로나 이후로 조금 나아진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캐나다의 시스템은 답답할 때가 많다.


최근 캐나다 최대 통신사인 로져스와 여섯 시간을 썼다. 1월에 프로모션을 받아 인터넷 요금을 65달러로 낮췄다. 몇 달만 더 쓰면 될 계획이라 더 좋은 오퍼가 있던 다른 통신사로 굳이 옮기지 않았다. 채팅으로 오퍼를 받고, 혹시 몰라 대화 내용도 시스템을 통해 이메일로 받아두었다.


그런데 첫 고지서에 138달러가 찍혔다. 채팅 상담원은 다음 달에 반영되고 초과 금액은 크레딧으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2월 고지서도 130달러였다.


나는 채팅을 세 번, 전화를 네 번 했다.

총 여섯 시간을 같은 설명에 썼고, 두 번이나 “모든 게 처리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처리되지 않았다.


어떤 상담원은 “문서화된 기록이 없다”고 했고,

어떤 상담원은 “승인되면 이메일이 간다”고 했으며,

월요일에 다시 전화했을 땐 “거절됐다”고 했다.


내가 채팅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두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그대로 눈탱이를 맞았을 것이다.


통화가 끝날 때마다 그들이 처리하는 티켓 번호를 받아 메모해 뒀지만, 매번 같은 설명을 해야 했다. 매니저와 연결되기까지 또 한 시간을 썼다.


결론은 간단했다. 해결되었으며, 또 다음 달 고지서를 기다리라는 것.


얼마의 크레딧이 왜 쌓였는지는 조회할 수 없고,

변경된 플랜 계약서는 이메일로 보낼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엔 내 돈을 지키려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통화를 반복할수록,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더 화가 났다.

지쳤지만, 끝까지 받아낼 생각이다.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는 구조에 10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유독 통신사들이 그런 것 같다.


한 번은 한국에 가야 해서 인터넷을 일시정지 하려고 채팅을 했는데 계속 생년월일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지점에 가서 본인 인증을 하라고 했다.


말이 안 되는 게, 생년월일이 틀리면 가입은 어떻게 하고 그동안 서비스는 어떻게 진행되었다는 것인가?


대체 내 생년월일이 뭐로 되어있는지 물었지만,

개인정보라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해댔다.


결국, 한 시간을 계속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다 슈퍼바이저를 연결해 줬다.


슈퍼바이저는 현재 내 생년월일이 1900년 1월 1일생으로 되어있다며 시스템 오류라고 했다.

나는 로져스 안에선 100세가 넘는 사람이었다.

어르신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아마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면서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내 생년월일이 초기화되었겠지.

고객을 식별하는 중요정보를 엉망으로 만든 것도 웃기고, 그걸 바로 찾아내지 못한 것도 웃긴다.

얼마나 많은 장수 노인을 직영점에 가서 본인증명 하라고 했을지 가늠도 안된다.


이렇게 뭐 하나 처리하려면 몇 시간을 전화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


최근엔 온타리오 서비스나 다른 정부기관과 통화할 일이 없어서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번 전화연결을 하려면 정말 거짓말 안 하고 3-4시간을 계속 기다려야 했다. 스피커폰으로 두고 계속 내 할 일을 했다.


침을 잘못 맞아서 신장에서 피가 새어 나올 때도 응급실에서 열두시간을 기다렸어야 했다. 의사를 본 시간이 밤늦은 시간이었다. CT는 9시부터 찍을 수 있다며 집에 다녀오라고 했다. 집에서 잠깐 쉬고, 응급실에 갔을 때... 나는 처음부터 다시 접수를 하고 또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기다려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해결이 되면 괜찮은데 제대로 해결 안 될 때가 너무나도 많아서 결국 같은 일을 반복하고 반복해야 한다.


해외살이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나는 끈기 있고, 인내심도 늘었다.


하지만 그 능력치를 키우는 데 쓰인 에너지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오늘도 시스템을 상대로 싸우느라, 내 삶에 써야 할 힘을 조금 또 잃었다.


오늘은 정말 지쳤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캐나다가 밉다.


앞으로 역이민을 준비하며 또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끈기를 가져야 할까?




* 메인 사진은 불타는 내 마음과 같은 불타는 노을입니다.(2018년 9월 22일에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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