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역이민까지 120일

체크리스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by Hiraeth

7월 마지막날 출발이던 한국행 표를 7월 중후반으로 일주일 당겼다.

어차피 한국에 가도 백수니까 조금 더 늦게 가도 상관이 없었는데 굳이 한주를 당긴 이유는..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 수입에 관련된 일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여기서 한주 더 멍 때릴 필요는 없었다.

일찍 갈 수 있다면 일찍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고작 한 주 당겨놓고 말이 좀 많다.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장롱에서 자는 면허 깨우기”이다.


15년 전 사당에 살 때, 혹시 몰라 면허를 따두었다. 수많은 버스와 차들 사이에서 일 끝나고 도로연수를 받았다. 서울은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차가 있으면 편할 때가 많았겠지만, 유지비와 보험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차를 소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건 2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였다. 60이 넘은 엄마는 5년 후엔 운전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부모님이 먼 길 나서는 게 조금씩 버거워지실 때, 직접 운전대를 잡고 든든한 이동 수단이 되어드려야겠다고.

(부모님이 살고 있고, 내가 자란 고향은 서울만큼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지 않아서 차가 필수다. 친구 딸이 왜 이모는 차가 없냐고 물어볼 정도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군에서 하는 조기폐차 지원금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엄마 차는 20년이 넘은 경유차로 올해가 마지막 폐차 지원이었다. 그렇게 3월 초에 부모님 차 보조금을 신청하고, 새 차를 계약했다. 차값은 엄마와 반반하기로 했다. 여하튼 귀국하고 제일 먼저 할 일은 운전연수 다시 받기이다.


운전할 것을 생각하니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경제적으론 닭가슴살 보다 더 팍팍해지겠지만)


부모님과는 20여 년을 떨어져 살았다. 나와 부모님 모두 같이 계속 살기엔 서로 힘들 것 같아 어쨌든 독립을 해야 한다는 같은 입장이다. 대학 때부터 직장생활까지 서울에서 했기에 기왕이면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의 월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월세가 나가야 한다면, 그냥 조금 자유롭게 여러 지역을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달 정도 고향집에 머물다가 움직일 생각이다. 동남아 지역 한달살기들 후기들도 찾아보았지만, 배탈이 잦은 예민한 장 덕분에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진 한국에서 할 막연한 나의 인생 기획이다.


현재 토론토에서 나는 체크리스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역이민 준비를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송금은 어떻게 할지 등등.


많은 역이민 콘텐츠들을 봤지만, 역이민에 대한 이유 등 심리적 변화나 감정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 일단은 역이민 준비, 자산 이동 방법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이건 네이버 블로그를 새로 만들어서 공유할 생각이다.


요즘 AI를 통해 대충 만든 정보를 인스타를 통해 댓글을 달면 보낸다느니 하면서 다른 소비를 유도한다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최근 나도 무료 강의를 해준다고 해서 신청해서 유튜브 라이브로 본 적이 있다. “딸깍” 한 번으로 숏츠를 여러 개 생성해서 돈을 번다는 식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함이 생겨서 들어가 보았다.


결국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허황된 같은 이야기를 단어만 살짝 바꿔가며 앵무새처럼 세 시간을 떠들다가 마지막에 강의 팔이 엔딩이었다. 라이브에 참여한 사람은 5천 명이었는데, 강의자리는 50개 밖에 없다면서 갑자기 홈쇼핑처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강의를 들으면 전자책을 나눠준다고 해서 한번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있어봤는데 강의가 모두 팔릴 때까지 방송은 끝나지 않았다.


총 5시간 동안 사기쇼를 보았지만, 약속했던 전자책도 오지 않았다.

엉터리 PDF라도 보내는 줄 알았는데, 이번 사기는 그 정도 정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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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기에 진저리가 난 나는, 내가 역이민 하고 정착하며 만드는 자료들을 모두 공개로 공유하려고 한다.

어떤 플랫폼이 좋을지 몰라서 일단 네이버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다.


여기까지 역이민을 120일 앞둔 중장년층 초입의 3월 넋두리를 마친다.



* 메인 사진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 2024년 4월에 한국에서 찍은 벚꽃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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